[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커지는 SW특기자전형 신설 논란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21 17:43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 광풍 우려 VS. 조속히 도입해 SW 경쟁력 강화해야]

    2018학년도 대입(大入)부터 본격화할 예정인 소프트웨어(SW) 특기자 전형 신설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SW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은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찬성 측 주장과, 학교 현장에 SW 교육을 위한 기반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입시·사교육 부담을 낳는다는 반대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4개 SW중심대학서 특기자·학종·논술로 SW 우수자 선발

    SW특기자 전형은 말 그대로 SW우수자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선정한 SW중심대학 14곳이 해당 전형을 운영한다. 가천대·경북대·고려대·국민대·동국대·부산여대·서강대·서울여대·성균관대·세종대·아주대·충남대·카이스트·한양대 등이다.

    각 대학의 2018학년도 전형계획과 미래부 자료를 종합하면, SW특기자 전형 모집인원은 420명 안팎이다. 학교당 선발인원은 최소 6명, 최대 115명이다. 전형 방법은 대체로 서류평가와 심층면접을 토대로 이뤄지며, 수능 성적은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명칭만 특기자전형이다. 애초 미래부는 특기자전형만 활용해 SW우수자를 선발하려고 했지만, 그동안 교육부가 추구한 특기자전형 축소 방침을 감안해 전형 유형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일부 변경했다. 2018학년도 SW 특기자 전형 유형은 크게 셋. 특기자전형·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 등이다.

    ◇시민단체 문제 제기… “대입 혼란, 사교육 부담 가져올 것”

    SW특기자전형 신설 논란의 불씨를 댕긴 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의 문제 제기다. 해당 단체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해 “SW 특기자 전형이 대학 입시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사교육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며 SW특기자전형의 철회를 요구했다.

    사교육걱정이 가장 큰 문제로 삼는 건 SW특기자전형 유형 중 하나인 특기자전형이다. SW중심대학과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도 14개 SW중심대학 SW특기자 총 모집인원(42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0명 안팎을 특기자전형으로 뽑을 정도로 비중이 큰 편이다.

    특기자전형은 어학·예체능 등 특정 분야의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다. 교내 수상·활동만 반영이 가능한 다른 전형과 달리 경시대회 등 외부 수상 실적이나 대외 활동 등을 반영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학생·학부모 사이에선 사교육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전형으로 알려졌다. 가장 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에게 좀 더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은 “학원가엔 이미 SW특기자전형 대비 상품이 나왔고, 심지어 유아 대상 코딩 학원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관련 과목이 학교 교육 과정에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 추진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현재 SW 교육 선도 학교로 선정된 고교는 전국 121개교(5.5%)에 불과하다. 관련 과목인 ‘정보’는 현재 중2가 고교 신입생이 되는 2018년에 일반 선택 과목이 된다. 사교육걱정은 “모든 학생을 위한 전형으로는 볼 수 없다”며 “SW 교육이 내실화된 이후로 모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SW가 곧 경쟁력인 시대… 더 늦춰선 안 돼”

    14개 SW중심대학의 협의체인 SW중심대학협의회(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협의회는 “사물인터넷·클라우드·인공지능 등 SW 기반의 신산업이 부각되며 SW 인재 양성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SW 필수 교육을 통해 SW 인재가 양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SW 경쟁력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SW 인재 양성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SW 교육 내실화 선행 이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서정연 협의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조선에듀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SW 교육을 필수화한다고는 하지만, 수업 시수 등이 너무 부족해 공교육만으로는 SW 인재 양성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공교육 내 심한 반대로 SW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의 A대학 교수는 “교육 당국이나 대학 측에선 수년 전부터 초·중·고교생의 SW 역량을 키우기 위해 관련 과목 도입을 주장했지만, 시대 변화로 퇴출 위기에 몰린 과목의 교사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뺏길까 봐 결사반대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교육 차원의 SW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겠는가. 지금으로선 SW중심대학 사업 등 관련 교육 보급에 나서는 대학이 SW 가치를 확산시키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라고 했다. 

    사교육 과열 우려에 대해서도 반대 논리를 폈다. 협의회는 “단순 코딩기술을 익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자발적 심화학습을 통해 창의적·논리적 사고력과 문제발견·해결 능력을 갖춘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서정연 협의회장은 “새로운 대입 전형이 생기면 사교육 문제가 대두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SW특기자전형의 경우는 예외라고 봐야 한다. SW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능력 중 하나는 컴퓨팅 사고력(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이를 논리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인데, 이는 반드시 SW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이 바탕이 돼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SW 심화학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입시를 위한 사교육으로 뒤늦게 그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지원자의 컴퓨팅 사고력 여부는 면접 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