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감을 익혀야 영어가 들린다.”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20 15:50

‘한국인을 위한 영어 개선 방법’ 책 펴낸 데이비드 에반스씨의 조언.

  • 영어는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아요( English is like singing)! 노래할 때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있듯이, 영어를 할 때도 특정 단어나 음절을 강조해야 합니다.”
    한국인의 영어 공부법을 오랜 기간 연구한 미국인 데이비드 에반스(45ㆍ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거주)씨의 조언이다. 그는 1990년대에 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해 4년 정도 살았다. 틈틈이 한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이와 동시에 한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서 낭패를 많이 겪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고민이 이어졌다는 에반스씨는 “특히 첫 단어가 어디서 끝나고, 그다음 단어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몰라서 당황했다”며 “한국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영어와 억양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어는 억양이 수시로 빠르게 변하지만, 한국어는 비교적 안정적일 뿐 아니라 억양의 변화가 많지 않는다는 얘기다.

    ◇영어의 억양을 이해하자.
    한국인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것도 바로 ‘억양’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태어나서부터 한국어에 길들어진 한국인들이 다른 언어를 배울 때도 일정한 음절과 리듬 안에서 이해하려는 것이 문제였다.
    “어느 날 제게 영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과 대화를 하다가 그녀의 오빠와 그의 아내의 나이 차이가 30살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이상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니 30세가 아닌 13세 차이더군요. 13과 30, 14와 40과 같은 숫자 사이에 혼동이 일어나는 이유도 역시 억양 때문입니다. 영어에서 13, 14, 15와 같은 숫자들은 두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으며 두 번째 음절의 모음을 더 길게 소리 내지요. 반면 30, 40은 첫 번째 음절에 강세가 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은 이를 무시해서 발음했기 때문에 제가 착각했던 거예요. 이처럼 한국어와 영어는 아주 다른 억양 패턴이 있어요. 영어는 단어나 음절에 따라 장모음 소리와 강세가 있지만, 한국어는 비교적 그렇지 않죠. 따라서 한국인이 영어를 할 때 한국어 억양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원어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문법으로 영어를 한다 해도 억양이 정확하지 않다면 말하려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 이런 차이점을 확인한 그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도무지 어렵기만 했던 한국어가 흥겨운 노래로 흘러나오자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거다. 심지어 따라 부를 수조차 있었다.
    “가수 심신씨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라는 노래였어요.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반복해 들으니 따라부를 수 있었어요. 그게 가능한 것은 억양 때문이었죠. 문장에 음악적 리듬을 반영하니까 훨씬 알아듣기가 편하더군요. 노래를 부를 때 가수는 몇몇 음을 다른 것보다 더 길게 부르거나, 높낮이를 달리하잖아요. 이를 영어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어민을 따라 억양, 강세, 장단을 노래 부르듯 익히면, 결코 영어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 ◇한국인을 위한 영어교재 펴내.
    에반스씨는 자신이 깨달은 방법을 활용한 영어교육법을 작은 교재로 만들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쉽게 배우지 못하는 원인이 영어 단어나 문장의 억양과 강약, 길고 짧은 장단 등이 한국어와 다르기 때문”이라며 “노래 악보처럼 영어 문장의 억양과 장단을 표시한 교재를 오랜 시간 준비 끝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반영된 모든 예시 영어 문장에는 억양과 강세, 장모음 등이 표시돼 있다. 이해하기 쉽도록 단어나 문장을 악보의 음표를 표시하듯 단계별로 기록하고 특정 장모음에는 ‘-‘도 표시했다. 그가 펴낸 60쪽 분량의 ‘한국인들을 위한 영어 개선 방법’은 비매품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선착순에 한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웹사이트(www.EnglishIsLikeSinging.com)에 신청하면 전자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영어 억양의 규칙뿐만이 아니라 교재에는 그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영어 공부법도 들어 있다. 단어를 외우는 데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강조하는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 자체를 배우는 것”이라며 “원어민의 발음에 자주 노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영어 동영상 강의도 제작 중이다. 에반스씨는 “제가 한국어를 배울 때 도와준 많은 한국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들에게 보답하고자 앞으로 한국인들이 영어를 좀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