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대·서강대 新캠퍼스 논란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19 10:58
  • 최근 서울대학교와 서강대학교가 새 캠퍼스 설립 문제로 시끄럽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서강대는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놓고 학교 내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서울대에서 지난 10일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는 총학생회가 총장실이 있는 학교 본관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강대에서는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주도했던 유기풍 총장이 사퇴하고 지난 11일 총학생회가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반대한) 이사회 구조 개편과 남양주캠퍼스 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대 갈등은 지난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시흥국제캠퍼스 건립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서울대는 시흥시와 지난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학생들이 기숙하면서 공부하는 ‘기숙형 캠퍼스(Residential College)’ △특수목적 병원(서울대병원) △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 등을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대 측은 2018년 개교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은 “(학생들과 상의 없이 결정한) 일방적이고 무계획적인 시흥캠퍼스 건립을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강대 남양주캠퍼스 조성 사업은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당시 서강대는 ‘글로벌 융합컬리지’를 건립한다는 계획 아래 남양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부지에 포함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조건부로 승인받고, 지난해 개발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캠퍼스 건립이 가시화됐다. 서강대 측은 캠퍼스 안에 기업 연구소들을 유치해 기업과 교수, 학생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자유전공학부 성격인 ‘융합학부’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이사회가 “캠퍼스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캠퍼스 이전 추진 중단을 결정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그간 남양주캠퍼스 건립에 힘을 쏟아 온 유기풍 총장이 지난달 29일 사퇴했고, 학생회 역시 이사회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대·서강대 외에도 최근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이 느는 추세다. 동국대는 이미 지난 2011년 고양시에 바이오메디캠퍼스를 열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가 평택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며, 현재는 사업이 ‘백지화’됐으나 건국대와 이화여대가 각각 의정부캠퍼스와 파주캠퍼스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대학가에서는 “각 대학이 ‘제2의 성장’을 위환 동력으로 신(新)캠퍼스 건립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울대·서강대 사태를 바라보는 학생·학부모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고 2 자녀를 둔 김신혜(서울 노원)씨는 “서울대의 경우는 관악캠퍼스만 해도 연세대보다 두 배가량 넓은 것으로 안다. 지금 있는 평창캠퍼스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고 들었는데, 굳이 캠퍼스를 늘릴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중 3 자녀를 둔 서진영(서울 마포)씨 역시  “지금 국내에서도 서울대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규모를 키울 게 아니라 교육 질을 높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이는 (새 컴퍼스에 관심 갖는)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 1 자녀를 둔 송하윤씨도 “시흥캠퍼스가 생기면 ‘서울대’라는 이름이 갖는 메리트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재학생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가 가진 강점을 버리면서까지 시흥캠퍼스를 만드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인 강수민(가명)군은 “솔직히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에게는 ‘인(in)서울’이라는 말의 의미가 크다. 성균관대나 경희대처럼 이미 분할 캠퍼스를 가진 대학이나 연세대 송도캠퍼스 사례도 있지만, 솔직히 시흥캠퍼스가 생긴다면 관악캠퍼스만큼 매력적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1 자녀를 둔 학부모 이동혁(서울 송파)씨 생각은 이와 정반대다. 이씨는 “대학 교육 수준이 높아지려면 연구소 등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서울대조차 그런 시설을 들이기 어려울 만큼 부지가 부족하다면, ‘인 서울’ 대학들이 다른 지역에 새 캠퍼스를 건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고 1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김창영(서울 수원)씨 역시 “과거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생길 당시에도 학부모 사이에서 ‘합격선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등 얘기가 오갔지만, 현재 별 문제없이 정착했지 않느냐”며 “서울대 시흥캠퍼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인 김다영(가명)양은 “이제 ‘인 서울’ 대학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다면 서울 외 지역에 캠퍼스를 여는 것에 찬성”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