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플래너] “내신 평균 1.0등급, 꼼꼼한 플래너 덕분이죠”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18 11:35
  • 학교 최상위권인 공소영(사진)양이 꼽은 학습 비결은 플래너다.
    ▲ 학교 최상위권인 공소영(사진)양이 꼽은 학습 비결은 플래너다.
    교사로부터 ‘자타공인 우등생’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소영(서울 양재고 2)양의 성적표 등급란에 찍힌 숫자는 1뿐이었다. 고교 입학 후 전 학기에 걸쳐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것이다. 공양이 완벽한 성적의 비결로 첫 번째 손가락에 꼽은 것은 플래너다. 그는 “쉬거나 놀고 싶을 때 플래너에 써둔 계획을 떠올리면서 자제했다”며 “계획표를 지키려고 노력한 덕분에 시간을 알뜰히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플래너 보며 여러 과목 두루 공부실제 소요 시간도 기록

    공양이 작성하는 일간 계획의 핵심은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공부할 ▲과목 ▲분량 ▲시간이다. 그날 진행된 수업 과목을 복습하는 게 기본 틀이다. 과목당 30분에서 1시간가량 배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교과서와 필기를 다시 찬찬히 읽는다. 미리 써둔 플래너를 보면서 주요 과목에만 치우치지 않고 여러 과목을 두루 공부한다. 특이한 점은 복습량이 그날 배운 분량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양은 교과서 첫 장부터 몇 시간 전 학습한 내용까지 전부 본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수업 있는 날마다 교과서를 처음부터 복습하게 돼요.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기억도 오래가고요. 특히 한국사처럼 암기할 양이 많은 과목은 플래너 덕분에 시험 기간에 할 일이 크게 줄어요. 첫 페이지부터 본다고 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에요. 자주 보다 보면 읽는 시간이 점점 줄거든요. 오히려 나중엔 예상보다 빨리 공부가 끝나는 바람에 플래너를 수정해 공부량을 추가하기도 해요. 보통 그렇게 늘린 시간엔 수학 문제집을 풀죠.”

  • 플래너 위엔 ‘디데이(D-day)’를 적는다. 시험 일까지 남은 기간을 세면서 평소에도 긴장을 유지한다.
    ▲ 플래너 위엔 ‘디데이(D-day)’를 적는다. 시험 일까지 남은 기간을 세면서 평소에도 긴장을 유지한다.
     

  • 플래너 아래쪽 빈칸엔 간단한 일기를 쓴다. 계획 못 지킨 날의 반성이나 책 읽다가 인상 깊었던 구절을 기록하기도 한다.
    ▲ 플래너 아래쪽 빈칸엔 간단한 일기를 쓴다. 계획 못 지킨 날의 반성이나 책 읽다가 인상 깊었던 구절을 기록하기도 한다.
    공양의 플래너에는 계획에 실제로 소요한 시간을 재서 기록하는 란이 있다. 예컨대 문제집 다섯 장을 푸는 데 한 시간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두 시간 걸렸다면 기재해두고 다음에 비슷한 분량을 계획할 때 참고해 두 시간을 배정한다. 공양은 “내 능력을 파악할 수 있어 더 정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무리한 학습량을 배정해 다음 날까지 계획이 밀리는 날이 줄었다”고 했다.

    일간 계획의 상단엔 날짜 외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작 일을 기점으로 ‘오늘이 시험 시작하는 날로부터 며칠 남았는지’를 명시하는 ‘디데이(D-day)’다. 그는 “시험까지 주어진 시간을 매일 가늠하면서 학습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장치”라며 “학기 내내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별 계획 짠 후 더 알찬 하루 보내요”

    그가 플래너를 쓴 건 초등 5학년 때부터다. 담임교사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이젠 습관이 됐다. 하지만 중학교까지는 지금처럼 꼼꼼한 시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 공부해야 할 과목을 써두는 정도였다. 고교 입학 후 공부량이 많이 늘어나자 시간을 쪼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그날 할 일만 적어두면 ‘오늘 안에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밤까지 미루게 되더라고요. 하루를 느슨하게 보낸 것 같아 잠들기 전 후회하는 일이 잦았죠. 고등학교 땐 시간을 더 알뜰히 쓰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플래너에 매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짧은 틈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됐어요. 특히 방학 땐 점심시간까지 잠을 자기도 했었는데, 플래너를 세심하게 쓴 뒤부턴 계획을 지키려고 아침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게 되더라고요.”

    플래너 쓰는 시간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이다. 다음 날 시간표와 교과서 진도를 체크하다 보면 10~15분가량 걸린다. 공양은 “내일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지 전날 미리 그려 보고 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며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정리돼 있기 때문에 공부에 몰두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