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사라지는 원어민 교사…다시 부는 실효성 논란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0.14 17:02

  • 영어 공교육화를 위해 배치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원어민 보조교사가 4년 만에 41.8% 줄어들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배치 수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는 2012년 8520명에서 올해 4962명으로 감소했다. 2012년 대비 2016년 학교급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감소율은 고등학교가 68.7%로 가장 높았으며, 중학교 55.3%, 초등학교 29.6% 순이었다.
    원어민 교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원어민 보조 교사는 국립국제교육원의 EPKI(English Program in Korea) 사업을 통해 학교 수요 조사를 거쳐 매년 일괄적으로 선발, 배치되고 있다. 예산은 각 시도 교육청이 담당한다. 체재비ㆍ 항공료 등 1인당 연간 4000만원 정도에 달하는 원어민 교사 비용이 부담스러운 시도 교육청이 해당 예산을 점차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이종배 의원이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사업을 통해 영어 교과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단 원어민 교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국내 영어교육정책에서 원어민 교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수능 외국어 영역의 난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외국어고 입시까지 내신 위주로 재편되면서 회화 실력을 높여주는 원어민 교사들의 인기는 시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1 아들을 둔 학부모 김상배(44)씨는 “기초 회화 중심의 초등학교 수업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독해와 문법 등의 비중이 높은 중고등학교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원어민 영어 교사는 정규교사가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보조하는 교사이기 때문에 일단 내신 성적을 잘 따기 위해서는 정규 영어 수업 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어민보다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맞게 성적을 올려 줄 수 있는 영어 잘하는 한국인 교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원어민 보조교사들의 일탈도 학부모의 걱정을 더한다. 지난달에도 제주시내 5개 중고등학교에서 재직했던 원어민 보조교사가 마약 밀매로 구속된 바 있다. 그는 이후 마약 투약 사실도 시인했다. 학부모 이상우(40)씨는 “교사가 되기 위해 문턱이 높은 국내 실정보다 원어민 교사의 실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투명한 검증 제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영어를 접하는 요즘 학생들에게 원어민 교사는 더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울 기회가 이들 이외에도 다양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더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진 데다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원어민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원어민 교사가 하는 회화 수업이 예전만큼 눈길을 끌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원어민 보조교사가 지금보다 줄어들면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으로 가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육에서 갈증을 느끼면 사교육에 의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방에 사는 학부모 이은주(40)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있어서 방과후에도 남아 영어를 배웠는데, 올해는 예산을 이유로 갑자기 사라졌다”며 “비용 부담 없이 유일하게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는 기회였기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윤아(44)씨는 “단순히 원어민 영어교사를 비용 대비 효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