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좌우명을 쓰려면, 깊이 있는 고민부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0.12 11:27
  • ‘하면 된다’는 저의 좌우명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단박에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치 중 하나가 아마 좌우명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자기소개서 첫 시작에 인상적인 문구를 좌우명으로 넣으려는 시도를 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예시는 아주 많이 식상하다. 너무 빈번하게 사용되어 더 이상 개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 했던 의도가 오히려 이런 식상한 문구 때문에 독이 된다. 더 이상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사용된 인용구를 자기소개서에서 차용하는 것을 권하는 편은 아니다. 유사도 검사에서도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 중 하나일 뿐더러, 사자성어나 속담 등을 잘못 사용하면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좌우명을 활용하고 싶다고 한다면, 자신이 진짜 깊이 있게 고민해서 떠올린 문구를 기재해 보자. 쉽진 않겠지만, 식상하지도 않고 자신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사자성어나 격언 등을 잘 사용해서 매력적인 글을 완성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원서의 문장 한 구절, 연설문 한 마디, 혹은 정말 자신이 깊이 깨달은 고사성어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한 학생은 행유부득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라는 구절을 이용해 고입 자기소개서를 써온 적이 있었다. 《맹자(孟子)》 이루 상편(離婁上篇)에 있는 구절로 쉽지 않은 말을 아이가 써서 놀라 물었던 적이 있다.

    “혹시 이 뜻을 알고 있니?”
    “네, 무언가를 했을 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되어도 남을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원인을 찾으라는 뜻이에요.”
    “이 뜻을 어떻게 알고 있니?”
    “아, 제가 고사성어 책을 좋아해서요. 자주 보다가 그 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거침없이 대답하는 아이의 자신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이 아이는 고사성어에 관한 관심과 그에 쏟은 노력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았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잘 정리해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그리고 결국 원하는 고등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가 갖고 있는 관심에 기반해서 선택한 문구는 빛을 발했다. 급조한 듯한 좌우명과는 다른 차원의 좌우명은 글을 읽는 내내 즐거움과 더불어 이 학생에 대한 호기심을 일게 했다. 깊이 있는 문구의 활용으로 글 전체의 수준도 무척 높아졌다. 이처럼 기존의 격언 등을 사용하려면 좀 더 많이 고민하여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을 때 쓰기를 권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와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어설프게 차용하지 말고 그냥 서술하는 것이 더 전달력 있는 안전한 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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