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못다 한 이야기 전하는 4人… “남이 원하는 1등 되지 마라”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9.29 18:37

[팟캐스트 ‘내선생’ 운영자 4人 인터뷰]

  • “학교에는 무엇을, 언제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을 다 말해줄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죠. 공부와 입시에 치인 아이들이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은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어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사범대를 나온 4명의 젊은이가 모여 ‘내가 니 선생이다 내.선.생.(이하 내선생)’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한 명은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 중이고, 세 명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제조업·사무직·사업가 등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큼은 여전히 뜨겁다. 고민 끝에 ‘학교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 ‘아이들에게 진짜 가르치고 싶은 것’을 팟캐스트에서 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본명 대신 ‘김프로(32)’, ‘안과장(34)’, ‘개밥(32)’, ‘생선(32)’이라는 닉네임을 쓴다. ‘수학여행’, ‘6월 모의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공부와 기말고사’ ‘여름방학에 뭐하니’처럼 시기별 학사일정을 주제 삼아 이야기할 때도 있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수학공부의 방법’처럼 교과 관련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진로교육’ ‘문·이과 선택’ ‘이성교제’ 등 청소년 관심사에 대한 주제도 다뤘다. 안과장은 “방송한 내용 중에는 ‘문·이과 선택’이라는 주제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아무래도 요즘 학생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의외로 맹자(孟子)의 사상 등을 다뤘던 ‘윤리와 사상’도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입시에 골몰하느라 정작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한다. ‘문·이과 선택’ 주제의 방송이 인기를 끈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본다. 안 과장은 “문·이과, 혹은 진로를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더 눈길이 가는 분야 등을 천천히 생각해 볼 여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밥 역시 이 말에 동의하며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직업이 있고,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프로는 “목표에 도달하는 길은 많다. 저도 어릴 때부터 꿈이 교사였는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은 학교 밖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이들의 시각을 바꾸려면 저 자신부터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도 사실 화려한 이력을 가졌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청소년에게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공부해라’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14~15세의 나(자신)를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들은 ‘14~15세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 첫째는 ‘남이 원하는 1등이 되지 마라’는 것이다. “흔히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모두 같은 골인 지점을 향해서 달려가라고 하고 있어요. 명문대·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요. 하지만 사실은 사람마다 뛰어야 하는 마라톤 코스도 다르고, 골인 지점도 달라야 해요. 한 길에서만 1등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남이 원하는 1등 말고, 자기가 원하는 길에서 자기가 원하는 챔피언이 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김프로) “솔직히 말하면, 지금 대학 입시는 기성세대가 거친 입시보다 훨씬 어려워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명문대 입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공부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되니까요.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면 ‘나는 끝났어. 아무 대학이나 가’라고 생각하며 포기해 버리거든요.”(개밥)

    사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게 ‘꿈’ 강요하다시피 하고 있다. 고 1 때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장래 희망직업’을 기재해야 하고, 문·이과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부에 적힌 ‘장래 희망직업’이 대입과 연관된다고 생각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장래희망 하나도 쉽게 적을 수 없다. “학교·사회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사실 지금 그렇지 못해요. 학교활동이 다양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지향점이 결국은 ‘입시’이니까요. 무슨 활동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마저 ‘그거 학생부에 기록되느냐’부터 물어보는 게 현실이에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라는 것, 대입에서 낙방하는 게 ‘인생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네 사람은 학생들에게 “자신과 주변을 잘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등하굣길에 자신의 눈길을 끄는 게 무엇인지 등 생활 속에서 관찰하는 습관을 갖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식이다. 김프로는 “구체적인 롤모델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내가 지금 배우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롤모델에게서 찾아내는 거예요.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저커버그는 10대 때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나를 알아보고 따라 해 보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어떤 문제에 마주했을 때도 ‘이럴 때 저커버그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생각해 보고요.”

    이들이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두 번째 이야기는 “감동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사회에서는 지식이나 논리보다는 ‘공감과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김프로는 “자기가 매일 만나는 세상을 더 잘 느끼려고 노력하라”며 “학교 공부나 입시 등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생활 속 작은 부분에서 감동 받는 경험을 많이 쌓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개밥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감정’을 잘 살펴달라”며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여러 개의 골인 지점을 만들어주고, 그 각각이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