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군만두와 입시 컨설팅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9.26 10:44
  • 주말 맛집 칼럼기행에서 방학동의 ‘만두집 이야기’를 읽었다. 작가가 전철타고 버스타고 한참을 찾아간 허름한 맛집에서 파삭한 군만두를 먹고 행복함에 젖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는 상담이 저 ‘군만두’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평범한 재료에 평범한 손 맛 같은데 장인의 세심함이 담겨져 있는 군만두, “낙엽을 밟는 것처럼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만두피”를 씹으며 느꼈다는 감각의 희열, 업력 30년 내공의 결과치가 ‘군만두 안’에 있었다. 나의 상담도 업력이 쌓여갈수록,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자성(自省)의 무게가 더해갔다.

    ‘입시컨설팅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이라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컨설팅을 가능한 한 적게 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많은 상담을 해야 경험적 사례와 데이터가 쌓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분량의 상담을 한꺼번에 한다면, 평범 이하의 상담을 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입시컨설팅에도 창의력이 요구된다. 상담가의 머릿속에 담겨져 있는 경험 치와 새롭게 나오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최종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사전에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종 정리안을 검토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안은 없을까를 생각해보는 찰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시 검토에 들어가는 것이 수순이다.

    성적을 토대로 한 입시컨설팅에서 새로운 안이 나올까 싶지만 평범한 결론이라도 결론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중요하다. 정시도 그렇지만 특히 변수가 많은 수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내신이 좋지 않으면 논술, 내신이 좋으면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세간의 공식은 단순명료해 보이지만, “상담 대상인 수험생이 논술을 잘 하는 학생인가, 논술출제 경향은 상담학생이 잘 하는 부분과 일치하는가, 이 학생은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합격가능성이 높지만 면접에서 과연 합격할 역량이 있는가,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에서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어 학생부를 보고 있나, 학생이 다니는 고교에서 중점을 두는 학습커리큘럼은 무엇인가” 등 수많은 의문 속에서 결론을 찾기 위해 상담가의 검증은 계속된다.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고 면접연습까지 대입합격의 고지에 함께 오르는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와 합격가능한 대학과 학과의 접점을 찾고, 취업 전망이 밝은 전공을 수험생, 학부모와 함께 토론하고, 현재 학생의 상태와 미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나는 컨설팅이란 말보다는 상담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상담(相談)은 ‘카운슬링, 컨설팅’을 광범위하게 포함한 말이라고 생각해서다. 컨설팅이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면, 카운슬링은 일이 이렇게 된 원인을 찾는 데 주안점이 있다. 원인을 알면 처방전의 효과가 좋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입시 상담에도 컨설팅과 카운슬링은 공존해야 된다고 믿는다. 단 입시상담이 힐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합격의 구체적인 방향제시가 목표라는 걸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장인의 범접할 수 없는 손맛이 담긴 군만두 이야기를 접하고 ‘입시상담의 장인’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입시컨설팅’이란 하나의 분야를 개척하고 지금처럼 정착되게 만든 것은 이 분들의 업력의 결과다. ‘이영덕, 김용근. 김영일. 이만기. 김희동’ 선생님 등 이외에도 많은 훌륭한 상담가 분들의 덕택이다. 이 분들에 의한 수천 번의 설명회와 수만 건의 상담으로 합격의 드라마가 그동안 만들어졌다.

    9월 수시 접수 철이 끝난 이후, 몸살을 앓았다는 입시 상담가들이 부쩍 많다. 남의 고민을 대신 해주고 유효한 조언을 해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욱이 학생들의 인생이 걸려있는 상담이라서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한 맛’을 내기까지 연구하고 반성하는 상담가의 자세를 되새기게 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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