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묻고 기자가 답하다]대학입학사정관이 사설학원서 상담한다는데…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9.23 17:33
  • 학부모 A씨는 최근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해당 학원의 수시전략 설명회 사진에 대학 입학 관계자들이 나와 있어서다. 한 지방 국립대의 입학팀 관계자는 물론 (면접관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도 있는) 의대 교수 등이 버젓이 설명회 홍보 자료에 등장했다. 해당 학원은 사진에 ‘작년 총 12개 의과대학 관계자 참여’ ‘대학 관계자 강연’ ‘대학 관계자와의 1:1 상담 모습’ 등 문구를 내걸고, “지난해 설명회에 1200여명 학부모가 찾았다. 강연장이 가득 차 옆 강연장을 추가로 사용했다”고 홍보했다. A씨는 “현직 대학 관계자들이 사설학원 설명회에서 강의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6개 대학 입학사정관이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의면접을 하고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는 입학사정관의 윤리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어서 해당 사정관들이 속한 대학에 지난 8월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입학사정관은 수험생을 위해 설명회 등을 할 수는 있지만 윤리강령에 따라 그 대가로 금품·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입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 혹은 대학 관계자가 사설학원과 협력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학부모·교육관계자들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대학이 특정 학원과 협력하는 것은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A씨가 말한 학원은 지난달에도 2017 의·치대 수시 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9개 의대 관계자가 참석했고, 설명회 후 참가 학생·학부모와 1:1 상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관계자는 “대학 측에서 이름이 나가는 것을 꺼려 작년과 달리 크게 홍보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당 학원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대학 관계자들이 나온 홍보 사진도 삭제된 상태다. 이날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명이 넘는 학생·학부모가 참가했다. 한 지방 교육청 장학사는 “현직 대학관계자가 사설학원과 협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이과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 입시의 경우는 사교육 시장이 가장 과열되는 분야인데, 그럴수록 대학 관계자가 사설학원에서 상담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지방 교육청 관계자 역시 “이런 행태는 ‘입시 정보 불균형’을 야기하고, 결국 지방 학부모까지 수도권의 유명 학원을 찾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해당 학원은 지난 여름 한 수도권 의대가 개최한 ‘의사 체험 캠프’를 지원하기도 했다. 학원 관계자는 “대학 측 요청으로 우리 학원 재원생과 설명회 참석자에게 캠프 모집 공지를 보내는 등 홍보를 도왔을 뿐이다. 대학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것만으로는 많은 학생에게 알리기가 어려워서 대학 측이 홍보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 캠프 당일 강남권 학생들이 대학까지 이동할 때 학원 버스를 제공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 참가생 선발이나 행사 진행 등은 모두 대학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고 3 자녀를 둔 학부모 B(45·서울 광진)씨는 “특정 학원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더라도, (대학 캠프 등에) 해당 학원생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자명하지 않느냐”며 “대학 측이 나서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대학가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는 설명회·상담 등 입시 관련 행사는 모두 공공기관과 협력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그러나 대학에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대학이 사설학원과 협력한 것이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입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대학에도 ‘가능하면 공공기관과 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입시 공정성 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학이나 대학 관계자가 사설학원과 협력하는 것은 피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