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대 ‘합격 가능성’ 낮다고 학교장 추천 NO!… 뿔난 고3, 학교 상대로 소송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9.08 22:07
  • 강원 원주 J고교 3학년 학생 A군이 지난달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에 접수된 해당 사건명은 ‘학교장 추천 효력정지 및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말 그대로 ‘특정 학생을 추천한 학교장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자신과 해당 학생 둘 중 누가 더 적합한지 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것이다.

    보기 드문 학교·학생 간 소송은 입시 갈등에서 비롯됐다. 내막은 이랬다. A군은 해당 고교 입학 직후부터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키워드 참조>을 통한 지원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 그는 고교 3년 내내 내신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전공적합성을 드러내기 위한 비교과 활동도 충분히 소화했다. 덕분에 교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도 평가됐다. 하지만 A군은 최종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수시전형의 핵심 평가 요소는 교과 영역(내신 성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고교도 내신 성적을 토대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를 선정하는 편이다. 주로 계열별 내신 1등 학생에게 가장 먼저 기회를 준다. 서울 A 일반고의 한 교사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 기회는 교내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 2명에게 줘야 학생·학부모들이 납득하고 뒷말도 없다”고 했다. 다만 이는 관례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 선발은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

    J고교는 관례 대신 재량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교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 둘 중 한 명은 A군보다 성적이 다소 떨어지지만, 비교과 활동은 좀 더 우수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J고교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지원자 선정 평가 점수를 근거로 제시했다. 학교 자체 평가 기준에 따라 환산한 A군의 교과 영역 점수는 59.52점(60점 만점 기준), 비교과 영역 점수는 33.271점(40점 만점 기준)이다. 총점은 92.791점이다. 선발 학생은 교과 영역 점수 55.92점, 비교과 영역 점수 38.181점으로 총점 94.101점을 받았다.

    하지만 A군은 학교 측이 내놓은 평가 점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군의 소송대리인인 권이중 변호사는 “학교 측은 명확한 점수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정량평가가 어려운 비교과 영역에서 왜 두 학생 간 점수 차가 무려 5점 가까이 나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군 측은 정확한 점수 비교를 위해 선발 학생의 학생부 공개를 요구한 상황이지만, 학교 측은 “학생부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발 학생이 같은 계열이라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뽑힌 두 학생은 인문계열, A군은 자연계열이다. 권 변호사는 “같은 계열 학생만 기회를 몰아주면, 다른 계열 학생들은 얼마나 박탈감을 느끼겠나”라고 했다.

    A 군 측은 해당 전형 지원자 선발 과정에서 배제된 가장 큰 이유로 합격 가능성을 꼽는다. 애초 학교가 해당 전형 최종 지원자 중 한 명으로 A군을 내정했지만, A군이 서울대 자연계열 최상위 학과 지원을 고집하면서 학교가 차선을 택했다는 게 A군 측의 주장이다. 선발 학생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학과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학교가 지원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합격 가능성이 아닌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며 “가뜩이나 추천 인원이 한정된 상황에선 더욱더 공정성과 객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선발 규정을 정하는 것은 학교장의 광범위한 재량이고, 추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추석 연휴 이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원서 접수와 학교장 추천 공문 제출 마감일이 오는 20일까지라는 점이 반영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신입생 선발 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전형으로, 일반전형과 함께 서울대 수시모집의 핵심 전형으로 꼽힌다. 입시 업계에 따르면, 지방 학생들은 수도권 학생들보다 입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전형보다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선호한다. 서울대는 이번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735명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