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플래너] "고민 털어놓는 일기처럼 활용한 플래너가 석차 1등 비결"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30 11:13


  • 유다영(서울 청원여고 2) 양


    서울 청원여고 2학년 유다영 양은 교내에서 '전체 등급 1.19, 전교 석차 1등'이라는 화려한 성적 외에 '철저한 학습관리'로 유명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행착오를 거치며 플래너 사용을 습관화하게 됐고, 이는 지난 학기 ▲문학 1 ▲수학 1 ▲영어 1 ▲한국지리 1 ▲법과정치 1 ▲한국사 1 등 고른 내신등급 달성으로 이어졌다.

    유 양이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대상은 평범한 ‘공책 한 권’이다. 친구나 엄마보다도 '오늘은 공부가 안 돼 기분이 좋지 않았다' 'TV를 보고 싶었지만 참고 집중했더니 뿌듯하다' 등 하루 학습 태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다. 유 양은 "학습 플래너에는 공부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하루를 돌아보며 그날 학습 상황에 대해 반성하거나 칭찬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고, 보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플래너는 최고의 공부 파트너… 매일 일기 쓰듯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비결

    유 양은 플래너를 '최고의 공부 파트너'라고 말한다. 플래너를 작성하다 보면 과목별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고,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털어놓으면서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그는 "계획 없이 공부하다보면, 하루에 제대로 공부한 것이 없어도 죄책감이나 반성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플래너를 사용하면 일주일만 지나도 그동안 공부한 내용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러한 성취감은 곧 유 양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 왔다.

    유 양이 플래너 작성 시 가장 중시하는 점은 '나와 대화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학습 습관으로 이어지는 플래너에서 매일 고민을 털어놓는 일기를 쓰듯 나 자신과 대화를 해야 무엇이 부족한지, 또 보완을 해야하는 지 알 수 있다.

    플래너는 '최고의 공부 파트너'지만, 늘 옆에 두는 보물단지는 아니다. 플래너를 집에 두고 왔을 땐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로 하루 학습계획을 대신한다. 겉모양이나 형태, 내용 구성 등을 중시하지 않아 남들처럼 자신이 직접 만든 플래너 대신 학교에서 나눠 준 공책 한 권 크기 플래너를 줄곧 쓰고 있다.

    유 양 플래너 첫 장에는 우선 '이달의 필수 체크 사항' '주간 목표' 등과 함께 날짜를 기록할 수 있는 달력이 있다. 이 페이지에는 '매일 복습하기' '수행도 꼼꼼히 준비하기' '5일 봉사활동' '8일 동아리' '14일 영어 수행평가 준비' 등 학습 계획과 목표를 빼곡히 적어놓았다.

    유 양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과목별로 오늘 무엇을 할 지 적는 '일일 학습계획'이다. 지난 4월엔 '비문학' '함수의 연속' '수능특강 지문' '한국지리' 등 그날 정말 해야하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간단히 적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구체적인 학습 내용'에 적는다. 국어의 경우 그날 인상 깊은 시 제목과 시인 이름을 쓰고 '현재의 관점에서 서술, 과거와 현재의 대비 X'과 같이 숙지해야할 부분을 표시해뒀다.

    "거창한 것이 아닌 정말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 등을 간단하게 '일일 학습계획'에 적어요. 예를 들어 수학 문제집을 풀고 틀린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적고 틀린 이유를 적어요. 적용되는 공식도 함께요. 계속해서 틀리는 유형은 포스트잇을 이용해 붙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내용을 적다보면 스스로 반성하거나 칭찬하는 내용도 자연스레 끄적이게 되죠. '내일이 있으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일 더 열심히 살자'고 스스로 다독이면 금세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요."





  • ◇그날 배운 내용 중심으로 학습계획 설정… 최소화된 계획으로 동기부여

    고교 진학 전부터 플래너를 작성하며 유 양이 체득한 원칙은 '계획의 최소화'다. 오늘 배운 것들 중 어떤 과목을 복습·보완해야 하는지 파악한 뒤, 과목간 우선순위를 정해 언제, 어느 부분을 할 지 세세하게 적는다. 그는 "처음 플래너를 작성할 때는 마음이 앞서 무조건 많은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들을 지키지 못해 다음 날로 미루기 일쑤였다. 다음날이 되면 그날의 숙제나 할 일까지 더해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상황들을 겪었다"며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고수하고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목표의 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부분은 주말 학습계획에도 적용된다. 학교 수업과 자습을 병행하는 평일에는 그 날 배운 과목 복습에 중점을 두고, 국·영·수 위주로 공부한다. 법과정치, 한국사, 한국지리와 같은 사회탐구 과목은 수업시간 필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며 곧바로 익힌다. 주말은 철저히 본인 패턴에 맞춘다. 잠도 자고 싶은 만큼 충분히 잔다. 그는 "주말에는 일정을 여유 있게 두는 편이다. 그래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 밀린 공부를 차근차근 할 수 있다"며 "오전까지 푹 자고 난 뒤 밤 늦게까지 공부한다. 주로 주중에 이해하지 못한 과목이나 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한다. 그날의 생활리듬에 맞게 학습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국어 학습 보충에 주력했다. 국어는 유 양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자 불안해하는 영역이다. 단기간에 점수 향상이 어려운 국어는 '적은 양이라도 매일 문제를 접해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원에서 돌아온 뒤 복습 시간을 더 늘렸다. 그는 "적어도 비문학이나 문학 지문 3개씩은 매일 읽고 푸는 것으로 일일 학습계획을 세웠다. 수학과 영어도 날짜별로 하면서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공부하려 했다. 플래너에 학원 일정을 적고, '학원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고 독서실에서 어떤 과목을 공부할 지 정했다. 국어를 풀다가 힘들거나 졸리면 영어단어를 외우고, 수학을 풀다가 틀린 문제는 다시 보는 등 세세한 계획까지 정했다"고 말했다.

    유 양이 현재 목표로 하는 대학은 고려대 사범대학이다. 어릴 적부터 꿈인 교사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살려 진로를 '국어교육과'로 정했다.

    "배워서 남 주는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 교사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부모님 영향 덕에 유치원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선생님을 가장 좋아해요. 제 플래너는 친구들 것처럼 글씨가 예쁘다거나 형형색색 화려한 색깔이 아니거든요. 무조건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다 받아적기 위해 가장 편한 샤프로 빠르게 필기해요. 그렇다보니 글씨도 바르지 않고 온통 흑빛 투성이죠. 친구들은 '색깔 펜으로 깔끔하게 좀 적으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래도 전 제가 알아볼 수 있다면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고 적는 게 편해요. 예쁜 필기보다 선생님 말씀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