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서울대 지균이 진정한 지균이 되려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29 10:35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얼마 전에 지균 추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법적 소송을 벌인 학생의 기사가 언론에 실렸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 전교 1등인데 자신보다 부족한 내신의 학생들이 지균 추천을 받았으며 학교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상담을 하다보면 소송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균을 둘러싼 갈등이 이 학생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지균은 어떤 학생들을 위한 전형인지 알아볼까요.

    서울대 입시 설명회에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 혹은 입학관계자 분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지역균형은 각 학교 문과 이과 1등을 위한 전형으로 전교 1등을 추천해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원칙인 것 같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학교 측은 서울대 합격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내신 성적이 아니라 수능 최저 등급의 충족 가능성입니다. 서울대는 2등급 이상 3개(다른 대학과 달리 탐구 2과목이 동시에 2등급 이상이어야 합니다. 특히 선택자수가 극도로 적은 2 과목이 반드시 1과목 포함되어야 하는 이과에서는 2등급 3개를 맞추기가 문과보다 더 어렵습니다.)이기 때문에 학교는 내신이 높고 모의고사가 약한 학생보다는 내신이 조금 낮더라도 확실하게 최저 등급을 맞출 확률이 높은 학생을 추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지방 학교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전교 1등 대신 최저를 맞출 확률이 높은 2~3등을 추천하는 전형. 예전에 2등급 2개일 때보다 2등급 3개로 늘어나면서 지균 추천 기준이 더욱 복잡해진 것이죠. 그 혼란의 일차적 원인은 지균에서 최저 등급을 강화한 서울대 측에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역시 이과에서 발생합니다. 내신과 모의고사 모두 전교 1등인 그야말로 명실공히 전교 1등의 학생이 주로 해당합니다. 대개 이런 학생들은 오로지 의대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대 아니면 서울대를 쓰지 않겠다고 버티고 학교측은 서울대 합격자 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지균을 받고 싶으면 의대 아닌 다른 학과를 쓰라고 강요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서울대냐, 의대냐를 놓고 고민을 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균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를 써서 합격한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시에서 다른 의대에 합격한 경우 서울대를 포기하고 의대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거죠. 지규너가 서울대를 포기한 학교에게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 때문에 학교 측은 불안해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문과 이과 모두에 해당합니다. 전교 1등이 특정 학과, 예를 들면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는 경우입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자전은 들어갈 때는 전공을 결정하지 않고 1년이 지난 뒤 전공을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고(의치수와 사범대 제외),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과와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전교 1등은 자전을 쓰기 위해 일반 전형을 선택하고 2등이 대신 지균으로 다른 과를 쓰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30명을 지균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문과 1~2등 혹은 이과 1~2등으로 한 계열에 몰아서 지균을 추천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같은 계열 2등이 다른 계열 1등보다 내신 성적이 높은 경우에 주로 발생하지요. 서울대는 이과 정원이 문과보다 많기에 주로 이과 1~2등이 이런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문과 1등이 이과 2등보다 내신 성적이 좋은데 학교에서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과 2등에게 지균을 주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문과 학생 두 명에게 지균 추천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과 1~2등의 동반 합격은 심심치 않게 발견되지만 문과 1~2등이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케이스는 전교 1등은 내신만 좋고, 비교과가 약한 경우입니다. 1등과 2등 간에 내신 차이는 크지 않지만 비교과 특히 전공적합성에서 2등 혹는 3등 학생이 아주 좋아 서울대 합격 가능성이 후자의 학생이 더 높다고 학교 측에서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소송을 건 학생의 사례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경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경우라면 전교 1등의 학생이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논문이 됐든 독서가 됐든 동아리 활동이 됐든 서울대 입시에서 내신을 뛰어넘는 비교과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입니다. 전교 1등이라면 교내상을 비롯해서 비교과가 적을 리가 없겠지요. 다만 상대적으로 2등 혹은 3등 학생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것일 테고 이 경우에 어느 학생이 붙을지는 솔직히 말해서 해당 고등학교가 판단하기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지균으로 추천된 학생도 추천을 받지 못한 학생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이런 문제는 서울대가 지균 전형 추천을 받을 때 조건 혹은 범위를 어느 정도 제시해주면 해결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입시 설명회에서 이야기 하듯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신 전교 1등 학생을 추천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는 것이지요. 특별한 경우는 화려한 비교과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과 학교 생활 충실성 등에서 추천하기 어려운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로 한정 짓는 겁니다. 제가 볼 때 지균 전형의 추천서 혹은 추천의 이유를 학교장이 직접 밝히는 것도 공정성을 담보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균 전형에서 최저 등급도 지금보다는 더 완화해야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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