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플래너] 대원외고 평균 1.0등급의 비결은 ‘플래너’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23 11:18

[똑순이 플래너 윤세희(대원외고 1)양]

  • 서울 대원외고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는 전 과목 평균 1.0등급은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적어도 현직 교사들 기억에는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수한 학생이 한데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학기에 그런 성적표를 거머쥔 ‘괴물’이 나타났다. 영어과 1학년 윤세희양이다. 윤양에 따르면 완벽한 성적 뒤에 숨겨진 비결은 고액 과외도, 족집게 강의도 아닌 ‘플래너’라고 한다. 윤양은 “플래너는 나의 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 같아서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며 잘한 점은 칭찬하고 부족한 점은 반성할 수 있도록 한다”며 “플래너 덕분에 매일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플래너 쓸 때 반드시 지킨다는 몇 가지 원칙을 들어봤다.

    원칙 1|계획의 중심은 학교 수업이다

  • 윤세희양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 플래너를 펴고 다음 날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공부할 과목과 분량을 일일이 체크해 적는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이후 그의 학습 상황은 가로 14.5cm, 세로 18.5cm 크기의 작은 플래너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플래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로부터 받은 것으로, 구성은 ‘오늘 할 일’과 ‘메모’로만 나뉠 정도로 단순하다.

    학습 계획의 기준은 학교 수업이다. 예컨대 다음 날 시간표에 수학·국어·영어·일본어 수업이 있다면,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는 무조건 수학·국어·영어·일본어 복습을 한다. 과목별 계획을 하나하나 완수할 때마다 플래너를 보고 확인한다. 윤양은 “플래너를 넘기며 내가 그동안 해낸 일을 보면 뿌듯하다”며 “계속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시험 기간에는 전과목을 매일 두루 공부하도록 계획을 짠다. 가령 사흘간 7과목의 시험을 치른다면, 7과목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것이다. 윤양은 “자습 시간 내내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각 과목의 감(感)을 잃지 않으려면 한두 페이지라도 꾸준히 보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는 “암기할 양이 많은 과목에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원칙 2|과도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 윤양이 플래너를 작성할 때 가장 중시하는 원칙은 ‘과도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욕심내봤자 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며 “냉정하게 살펴 ‘지킬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분량만 플래너에 쓴다”고 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건 수업 복습과 부가적인 문제 풀이 정도다. “계획을 못 지키면 속이 상해 오히려 학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양을 계획하고 완수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 낫습니다.”

    미처 완수하지 못했더라도 다음 날 컨디션에 지장을 줄 만큼 늦게까지 공부하지 않는다. 한 번도 밤을 새운 적이 없다. 계획한 학습량이 남은 상황이라도 너무 피곤하면 과감하게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든다. 그 대신 다음 날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난다. 평소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나는데, 전날 계획을 완수하려고 오전 4시 반에 일어난 날도 있다. 그는 “계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되, ‘나만의 페이스(pace)’를 잃을 만큼 무리하지 않는다”며 “불가피하게 다 못 한 분량은 다음 날 일찍 일어나거나 쉬는 시간을 아껴서 해낸다”고 했다.

    원칙 3|수행평가 마감일을 미리 써둔다

    대원외고는 수행평가가 많기로 소문난 학교다. 발표·문제 풀이·에세이 작성 등의 수행평가가 대부분 과목에서 시행된다. 많게는 발표 평가만 주 3회 있을 때도 있다. 수행평가 존재 자체를 잊고 있다가 제출 당일에 낭패를 보는 학생도 종종 있다. 윤양은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 중 수행평가가 주어지면 그 자리에서 플래너를 펴 마감일에 크게 써둔다. 봉사 등 비교과 활동도 마찬가지다. “마감일을 그때그때 표시해두면 과제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어요. 과제를 위한 시간을 미리 분배하게 돼 과제의 질(質)도 높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