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자사고 이야기] 2017 자사고 자기소개서 시작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23 09:19
  • 과학고들의 원서접수 마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는 전형 일정이 다소 늦는 자사고들도 전형요강 발표와 함께 2학기 설명회를 시작했다. 자사고 수험생들의 미루고 미뤄왔던 자기소개서 작성도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가 발표한 전국단위모집 자사고들의 전형 분석 자료와 예년 수험생들의 자소서 작성 과정을 토대로 2017학년도 자사고 입학을 위한 자소서 준비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자소서 맨 처음 시작에 필요한 고민들이다.

    자소서 준비와 작성에 필요한 시간
    외대부고, 하나고, 상산고 등 전국단위모집 자사고들의 자소서 작성 분량은 학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500자 내외로, 띄어쓰기까지를 포함해도 대부분은 2000자 이내다. A4 용지 한장 남짓 분량을 채우기 위해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시간은 얼마일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만 뚜렷하다면 하루 반나절이나 한나절 시간 할애로 충분할 수 있다.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듯 말로만 표현한다면 채 5분도 걸리지 않을 분량이다. 하지만 실제 입시 준비 과정에서 하루 이틀 만에 자소서를 완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중3 수험생들의 스스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도 않을 뿐더러 친구들 앞에서 자기를 소개하듯 두서없이 분량만 채울 순 없기 때문이다.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수험생들의 자소서 준비 기간은 학생마다 천차만별이다. 6개월 이상을 꾸준히 노력하며 마지막까지 보완을 거듭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드물게는 원서접수 시작과 함께 첫 글을 써내려가는 학생도 없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목표 학교 지원에 대한 결정 시기나 학원, 선행, 경시, 내신 준비 등 스케줄 상의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자소서의 입시 비중이나 그 작성 과정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부여가 달라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소서가 자사고 입시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량화된 수치나 통계로 확인될 수 없는 만큼 그 누구의 자의적 해석도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자신의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목표를 다시 추스르고 지원동기, 진로계획, 자신만의 학습 경험, 인성 활동 등에 대한 고찰을 등한시 한 이유 때문이라면 다분히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최근의 우리 교육이나 입시가 바라는 미래 인재상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결과물로써의 자소서보다는 그 의도와 준비 과정에 집중한 밀도 있는 시간 투자가 당연하다. 단순히 글의 양을 채우기 위한 20시간이나 30시간이 아니라 자기를 성찰하고 학업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나 목표를 생각해보는 주기적이고 정례화된 매일매일의 20~30분이 더 의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학생들의 좌우명이나 가치관, 사회관까지를 묻는 면접 질문에 대한 대비로도 모의면접 같은 형식 훈련보다는 자소서 작성 단계부터의 체계적인 고민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 의무적인 서류 제출을 위한 ‘벼락치기’가 준비 아니라 제대로 된 첫 경쟁과 삶의 초반을 둘러보기 위한 계획적인 시간 할당이 성공적인 자소서 작성의 첫 번째 조건인 셈이다.

    ‘장면’을 포착하는 소재 수집에 주력
    자소서 준비와 작성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면 그 대부분은 소재를 찾거나 보완하는 데에 소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보다 정확히는, 입시용으로 적합한 ‘소재 찾기’가 아니라 자신을 압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면 포착’이 요구된다. 그러한 장면은 개인에 따라 성적이나 수상 실적, 뛰어났던 탐구 결과에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독서, 여행, 운동 등 학업 외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같은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에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나 기억일지라도 자신의 생활과 연관된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탐독하는 시간들이 자소서 성패를 가름하는 첫 분기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자소서에 쓸 내용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수험생 상당수는 소재가 없었다기보다는 그것을 찾기 위한 시간 투자가 턱없이 부족했거나 소재를 발견하고도 의미부여 또는 장면 포착에 실패한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글을 써내려가려 하지 말고 마치 그림을 그리듯 자기 일상의 장면들을 목록으로만 적어보자. 최소한 20~30개의 소재 목록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각각의 장면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하나하나 적다보면 지원동기나 진로계획 같은 자소서 필수 항목들이 자기도 모르게 채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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