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를 말하다(上)] 양질의 콘텐츠와 학습효과 높이는 기술의 결합… 교육기자가 경험한 무크(MOOC)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19 11:01
  •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지난 2014년 몽골의 한 고교생이 MIT의 무크 강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MIT에 진학한 사례 등 무크 활용 사례는 언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 얘기만은 아니다. 기자가 지난 2014년 취재 중 만난 한 한국 학생은 무크에서 선이수학점제(AP)를 이수하고 다음해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이 같은 학습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마침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가 지난 8일부터 여섯 번에 걸쳐 무크 활용 워크숍을 열어 참석했다. 무크 전도사로 잘 알려진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장)가 강연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무크가 시작된 지난 2012년부터 줄곧 무크를 강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무크에 대한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 연령대가 남녀노소 등 매우 다양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온 사람도 많았다. 박영근(69)씨는 “지인에게 무크 소개를 받아 활용법도 배우고 종교 관련 강의도 수강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다. 대전에서 온 전진옥(대전 화정초 교사)씨는 “교사들이 소프트웨어교육에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 지난 8일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무크 활용 워크숍이 열렸다./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 제공
    ▲ 지난 8일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무크 활용 워크숍이 열렸다./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 제공
    ◇관심 있는 사람들이 스터디 그룹 결성하면 학습효과 높아져

    김 교수는 무크 활용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부터 밝혔다. “무크는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이기 때문에 학습자의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혼자서 무크를 수강하는 것보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기를 권해요. 수강 과목에 조금 더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튜터가 돼 토론을 이끌어나가면 전체의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무릎을 탁 쳤다. 대규모 온라인 강좌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간 선뜻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였다. 우선, 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하나의 강의를 끝까지 들어보기로 의지를 불태웠다. 가장 먼저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관심 분야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대학 홈페이지에서 해당 워크숍에 대한 정보를 얻은 김동훈(한국산업기술대 생명화학공학과 2)씨는 “전공이 화학공학인데 그간 공부해보지 않았던 문학 수업을 이번 기회에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기자는 개론 수준의 경제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싶었다. 다른 참가자는 지적재산권에 관련한 수업을 듣겠다고 밝혔다.

    어떤 수업을 들을 지 정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김 교수는 “현재 인기가 많은 강의가 무엇인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코세라, 에드엑스, 퓨처런 등 각 무크 플랫폼에서 인기 강의 목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적으로 ‘무크 트래커’라는 무크 정보 사이트를 만들었다. 모든 무크 강의를 ▲플랫폼이 어디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수강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 세분화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지난 8일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무크 활용 워크숍이 열렸다./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 제공
    ▲ 지난 8일 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무크 활용 워크숍이 열렸다./주한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 제공
    ◇페이스북·구글 계정은 디지털 세계에 입장하는 열쇠

    본격적으로 무크를 경험하기 전에 페이스북에 먼저 가입했다. 페이스북 계정만으로 각 무크 플랫폼에 등록(회원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같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공지하는 내용도 모두 페이스북 그룹 ‘The First  MOOC Workshop 2016’을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시범으로 경험하려는 코세라의 ‘Applying to U.S. Universities’ 강의를 페이스북 검색 창에 입력했다. 김 교수가 이번 워크숍을 위해 개설한 공개 그룹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500여명이 가입한 그룹 등이 보였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강의 제목을 검색하면 강의를 개설한 대학 측에서 직접 만든 공식 모임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강의자료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대다수 학생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들과 교류하기 위해선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른다는 말처럼.

    “콘텐츠의 발전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합니다. 세계적인 명문대의 강의와 함께 무크라는 플랫폼, 전 세계의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IT기술이 합쳐졌기 때문에 이렇게 무크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우리는) 페북을 음식 사진 찍어 올리는 곳으로만 생각하면 안됩니다. 구글 지메일도 마찬가지에요. 구글 계정이 없으면 인터넷 문명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은 말입니다.”

    다음은 구글 지메일 계정을 만들 차례였다. 구글에 가입하면 온라인에서 공동으로  문서 작성을 할 수 있는 ‘구글 독스’와 화상 채팅 프로그램 ‘구글 행아웃’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 독스 문서와 화상 채팅에 접근하고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지메일 주소로 전달된다. 효과적으로 토론하고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구글 가입은 필수적이다.
  • 구글에 가입해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 구글에 가입해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직접 구글 독스 문서를 만들어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하는 등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았다. 김 교수가 구글 독스로 만든 강의 자료를 보면서 외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고 공유 자료를 만드는 등 하나하나 실천해 보니 2시간여가 훌쩍 지났다. 구글의 선임 연구원이 ‘구글 검색 활용법(Power Searching with Google)'을 소개하는 동영상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됐다.

    디지털 자료를 활용하는 능력을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고 부른다. 온라인에 있는 양질의 자료를 모을 수 있는 힘이다. 1주일에 3~4시간 정도 실습해본 결과 어느 정도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크를 수강하는 데 필요한 준비가 마무리됐다. 하(下)편에서는 직접 무크를 수강하며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자료를 공유하고 온라인 상에서 토론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下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