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사교육 노하우로 세계 시장을 '노리'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16 09:55
  • 사교육. 애증의 단어다. 한편에서는 사교육이 한국 사회의 병폐라 말한다. 가계 소득을 줄이는 주범이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공교육이 유명무실해진다.

    한편에서는 사교육을 즐겁게 사용하는 고객들이 존재한다. 전체 사교육비는 줄었지만 1인당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공교육보다 고객의 만족도도 높다. 사교육을 해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많은 학부모들이 믿는다.

    한국인의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얻고 있는 사교육. 사교육에는 한국의 경쟁력이 집약되어 있다.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인재들이 무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교육법을 발전시킨다. 혹은 그렇다고 믿는다. 수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사교육이 한국의 교육 경쟁력에 한 축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사교육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눈높이 수학, 구몬 수학 등의 수학 학습지는 교포를 대상으로 해외에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교포를 위한 서비스에 머물렀을 뿐 사업이 되기는 어려웠다. 언어의 장벽을 넘기 어렵고, 교육의 핵심인 교사를 수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아가 양질의 교사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술의 힘을 빌려 두 가지 장벽을 모두 뛰어넘은 서비스가 있다. 수학 과외 서비스 노리(KnowRe)다.

    노리는 대치동 수학 컨설팅에서 시작된 에듀테크 서비스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김용재 대표는 수학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수학 시험을 보고, 학생의 약점을 분석해서 어떻게 수학을 공부해야 할지 알려주는 서비스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의 입소문을 타고 수학 학원까지 차렸다.

    잘 되고 있던 사업이지만 아날로그식 수학 사교육에 사업적, 그리고 교육적인 한계를 느꼈다. 좀 더 정량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학 교육 시스템을 구상했다. 본인들의 수학 교육 노하우를 매뉴얼하고, 기술에 힘을 활용해 이를 보급하면 어떨까? 노리의 탄생이었다.

    노리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본인들의 수학 컨설팅 노하우를 이용해서 수학 문제를 쪼갠다. 이를 통해 어떤 학생의 시험 결과를 분석한다. 어떤 개념의 이해도가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이를 전산화하여 학생이 문제를 풀고, 그 결과에 맞춰 자동으로 수학 문제를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 데이터화 한 인공지능 수학 과외교사인 셈이다.

    노리는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필라델피아 수학교사협회(NCTM) 콘퍼런스에 노리의 초기 버전을 소개했다. 반응이 좋았다. 여세를 몰아 참여한 뉴욕시 교육청 주최의 에듀테크 경진대회 갭앤챌린지에서는 1등을 거머쥐었다. 현재 미국에서 70개 이상의 학교가 노리를 게사용 중이다. 미국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에서도 EBS, 천재교육 등의 회사와 함께 수학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노리의 강점은 한국의 수학 사교육 노하우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학 과목이다. 수학 교육 노하우를 전산화해서 더더욱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사교육의 노하우가 집약된 인공지능 수학 과외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는 중이다.

    한국의 사교육은 수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한국 수학 교육의 높은 경쟁력의 이유이기도 하다. 노리는 수학 사교육의 기술을 매뉴얼화하고 이를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수학을 체계화했다. 사교육 노하우로 전 세계 수학 교육을 변혁시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모두가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사교육의 노하우로 전 세계의 수학 교육을 혁신시킨다면 어떨까? 기술을 통해 원래 사회에 존재하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좋은 예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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