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ㅣ 학습력 높이는 건강 플러스] ⑥ 틱장애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12 10:25

  • 요즘 구자현(36세·가명)씨 하루 일과는 네 살배기 아들을 관찰하는 일로 시작한다. 아이가 부쩍 코를 찡긋거리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또래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게 됐고,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해야 한다’는 치료법을 알게 됐다. 매일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일 때마다 구씨는 “우리 아들이 왜 코를 찡그릴까? 조금만 참아볼까?” 등 질문으로 주의를 돌렸다. 틱장애가 학습 집중력을 흩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아이 행동 빈도와 강도는 더 세졌다. 활동성이나 말수는 몰라보게 줄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구씨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틱장애의 가장 좋은 대처법은 그것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핀잔을 주고 틱에 대해 언급할수록 아이는 불안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는 전문가 조언 이후 구씨는 ‘관망(觀望)’으로 치료법을 바꿨다.

    소아청소년이 흔히 겪는다는 틱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틱장애 10명 중 9명은 자연치유… “아무런 언급 안하는 게 가장 좋은 대처법”
    틱장애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몸의 특정 근육이 갑작스레 빠르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증상이다. 킁킁거림과 같은 음성 형태로도 나타난다. 주로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하나, 90%(10명 중 9명)는 저절로 치유가 된다. 이창화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둬도 된다. 환자 자신은 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틱으로 인해 특정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또한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틱 자체가 학습이나 집중력에 별다른 영향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동반되는 질환으로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강박증 등이 있긴 하지만 틱이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증상은 운동틱과 음성틱으로 분류된다. 운동틱에는 △눈 깜빡이기 △코 찡긋거리기 △앞뒤 또는 좌우로 고개 끄덕이기 등이 해당한다. △눈동자를 갑자기 돌리거나 △어깨를 들썩이고 △ 배를 불룩 내밀거나 △갑자기 허리를 굽히는 경우도 있다. 염두에 둬야할 점은 틱은 ‘빠르고 반복적·비율동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증상이 있더라도 비(非)반복적이거나 느린 움직임이라면 틱이 아니다. 음성틱은 킁킁거림, 기침 등과 같은 소리로 특징지어진다. 심한 경우 욕설 등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매우 드물다.

    흔히 틱장애 원인으로 ‘스트레스나 주변 환경’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틱이 신체적 질환이 아닌 심리적 질환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창화 교수는 “틱은 신체적인 병이다. 태어날 때부터 틱이 발생할 소질을 지니고 태어난다. 흔히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질환으로 아는데, 스트레스는 틱 발생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틱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은 ‘뇌 구조물의 조절 장애’다. 기저핵이라고 하는 뇌 구조물에 이상이 생기면서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장애가 생기고, 근육이 비율동적으로 움직이는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완치 없는 가벼운 질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행동요법’은 증상 악화의 지름길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신체 질환은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거나 호전될 수 있는데, 틱 역시 그렇다. 틱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차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틱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친구 등 주변인으로부터 ‘왜 눈을 깜빡이느냐’ ‘좀 참아봐라’ 등 지적을 받을 수록 아이들은 자존감이 하락하고 불안이나 우울증을 겪게 된다.

    이 교수는 “‘참아보라’는 말은 특히 삼가야 한다. 틱은 큰 병이 아니다. 아이들이 주변으로부터 이차적 스트레스만 받지 않는다면 대부분 치료 받지 않아도 된다. 틱장애 아동의 부모나 주변인들은 ‘틱은 아무런 병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부터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틱장애에 현재 쓰이는 치료법에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틱 증상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요법도 일부 쓰이지만, 이는 오히려 증상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행동요법을 행하다보면 자신의 틱 증상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일부에서 행동요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환자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환자 자신도 틱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치료가 불필요할 정도로 가벼운 질환’이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틱에는 완치가 없다. 다른 신체적 질환과 같은 독특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치료한 뒤 다시 발생하지 않는 ‘완치’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다. 치료를 통해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틱은 뚜렛증후군과 종종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는 ‘증상 지속 기간’에 따라 다르게 분류돼야 하는 질환들이다. 증상이 1년 미만일 경우 보통 잠재적 틱장애(provisional tic disorder)로 분류한다. 증상이 1년 이상 나타날 경우 ‘지속적 운동’ 또는 ‘음성틱 장애(persistent motor or vocal tic disorder)’라 명명한다. 뚜렛장애(Tourette's Disorder)는 1년 이상일 경우다. 한 환자에게 운동틱과 음성틱이 모두 있을 경우를 ‘뚜렛증훈군’이라 부른다. 이 교수는 “넓은 의미로 뚜렛증후군이 틱장애에 포함된다. 하지만 뚜렛장애의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경과 등이 일반적인 틱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틱장애와 뚜렛장애를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