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소양 고루 갖춘 이과 우등생의 밸런스 공부법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10 18:26

독서하고 생각 정리하자 사고력이 쑥쑥
김상돈(단대부고 3)군

  • 이신영 기자
    ▲ 이신영 기자
    독서력탐구대회, 나의주장발표대회, 한문경시대회, 논술경시대회, 영어말하기·에세이쓰기대회…. 주로 문과 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뽐내기 위해 참가하는 대회들이다. 단대부고에는 이 같은 대회에서 문과 학생들과 경쟁하는 이과생이 있다. 이과 최상위권 내신을 자랑하는 김상돈(단대부고 3)군은 1학년 때부터 이 같은 대회를 휩쓸었다. 특히 인문논술 형식의 독서력탐구대회에 매년 참가해 2, 3학년 모두 최우수상(1등)을 탔다. ‘이과생은 국어에 약하다’는 해묵은 편견을 깬 김군이 독서를 비롯한 공부 이야기를 전했다.

    ◇”독서 후 토론하며 생각 정리해”

    김군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독서를 생활화했다. 집에 책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서를 취미 생활로 삼았다. 그는 “한국사, 세계사 등 역사 책이 특히 많았다”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책을 통해 임진왜란 전후 상황을 배우는 등 역사 지식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역사 만화를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등 다양한 주제로 아버지와 토론했다. 내용을 정리하고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 지식을 흘려보내지 않게 됐다. 혼자 힘으로 책 내용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며 사고력을 기른 것이다. 초등 고학년 때 2년 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생활한 김군은 주 단위 영어에세이대회에 나가 수상한 적도 있다. 그는 “어휘 구사능력은 부족한데 ‘생각을 잘 정리해 표현한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중학생 때도 귀국해 영어토론대회나 모의유엔 활동을 하며 말하기·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했다.

    김군의 글쓰기 비결은 구조 정리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5분 이상 글의 구조를 생각한다. 첫 번째 순서는 브레인스토밍이다. 주제와 관련 있는 모든 글감을 써 본다. 그러고 나서 글감을 주제에 맞게 이어나간다. 그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 안에 재료를 논리 정연하게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기만의 경험을 녹여내면 참신한 글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심화학습이 이해 도와”

    김군은 궁금증이 생기면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했다. 좋아했던 과학 공부를 할 때 특히 다양한 방법으로 심화학습을 했다. 1학년 때 과학에서 포도당의 구조를 배울 때다. 교사가 포도당 구조를 그려주며 ‘사실은 포도당 구조가 두 가지 형태로 변할 수 있지만 고교 과정에서는 그중 하나만 공부하면 된다’고 했다. 김군은 나머지 형태를 찾아보며 이 내용이 대학 전공 과정의 유기화학임을 알게 됐다. 그는 “부분적으로 흥미가 생길 때마다 대학 전공 서적을 찾아가며 공부했다”며 웃었다.

    심화학습을 하는 과목마다 전체적인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 고교 과정에서는 대학 과정의 설명을 생략하기 때문에 단순 암기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심화학습하자 오히려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김군은 “생명과학2 과목에서 TCA 회로와 캘빈 회로라는 두 종류의 회로가 있는데 고교 과정에서는 각 회로에 속한 물질의 탄소 개수와 물질 전환의 순서만 서술해 단순 암기밖에 할 수 없다”며 “이 회로를 이해하기 위해 전공 서적을 찾아 보니 이해가 수월했다”고 했다.

    ◇집단지성의 힘

    김군은 2학년이 되고 나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단학회(단국학술연합회)’라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자는 의미였다. 문과, 이과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융합형 인재로 발전하기 위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친구들의 장점을 흡수하자는 의도가 있었다. 김군은 “교내에서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준비하려는 친구들이 약 30명 정도 모였다”며 “독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느꼈다”고 했다.

    단학회에서 첫 번째로 했던 활동은 독서다. 각자 관심 있는 책을 골라서 읽고 서로에게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김군은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공부했다. 예컨대 사회과학에 관심 있는 한 친구는 게임이론에 관한 경제 책을 소개해줬다. 김군은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저)를 읽고 문과 친구들에게 책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워낙 어려운 내용인데 책을 읽지도 않은 친구들에게 소개하느라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는 능력을 길렀다”고 했다.

    단학회 활동은 교과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단학회에서 만난 다른 반 친구들과 내신 시험 대비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예컨대 영어 서술형 문제를 완벽히 준비하기 위해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뽑아오기로 했다. 다른 반에서 수업하는 교사가 강조하는 점을 알기 위해서였다. 김군은 “2학년 첫 시험부터 하고 있는데 그 이후로 영어 서술형 문제를 틀린 적이 없다”며 “친구들과 함께하면 책임감이 생겨 동기부여가 잘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