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플래너] "동선까지 고려한 꼼꼼한 계획이 비결"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09 11:01

[화요일 | 1등의 플래너] 플래너의 정석 최지승(공주한일고 3)군

  • 공주한일고 3학년 최지승군.
    ▲ 공주한일고 3학년 최지승군.
    최지승군(공주한일고 3)은 전국의 수재들만 모였다는 학교 내에서도 ‘학습 계획의 달인’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친구·교사들의 추천으로 후배들에게 학습플래너 사용법에 대해 강연했을 정도다. 최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한일고 진학을 결심하면서 학습 계획을 더 세심하게 세우고 실천했다”며 “고등학교에 오면 대입 준비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아지는데, 이때 학습플래너를 쓰는 습관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3학년인 최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에서 전 영역 1등급을 받으며,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대입을 준비 중이다.

    최군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다음 한 주간의 공부 계획을 세운다. 일주일 중 이 시간이 심리적으로 가장 여유롭기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학습 플래너가 판매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사용한다. 시판되는 플래너에는 ‘학습계획’란과 ‘실천 여부 확인’란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군이 A4용지 한 장에 만든 주간 플래너(사진 참조)는 ▲학습 계획 ▲실천 여부 확인 ▲(특이사항을 적는) 비고 ▲일기 등으로 구성됐다. 플래너 맨 위에는 4cm가량 여백이 있는데, 여기에는 수행평가 등 그 주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을 적어둔다. 다른 부분의 여백에는 ‘이 주의 모토’ ‘이 주의 반성’ 등도 기록한다. 최군은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볼 때쯤에는 (한일고 생활·학사일정 등에 적응하면서) 계획표대로 하는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 최지승군의 학습 플래너. A4 한 장에 한 주간의 학습 계획, 실천 여부 확인, 일기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게 직접 만들었다.
    ▲ 최지승군의 학습 플래너. A4 한 장에 한 주간의 학습 계획, 실천 여부 확인, 일기 등을 모두 담을 수 있게 직접 만들었다.
    공주한일고는 기숙학교라는 특성 때문에 자습시간이 많다. 평일에는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자습이 이어지고, 주말에도 (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자습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최군은 플래너에 자습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까지 촘촘하게 계획한다. 우선 매일 저녁 7~9시(1부 자습)는 무조건 ‘수학’에 투자한다. 공부 계획은 분량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세웠다. 그는 “예컨대 ‘10문제를 푼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면 공부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2시간 동안 한 문제를 풀더라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야 다른 과목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9시20분부터 밤 12시(2부 자습)에는 국어·영어·과학탐구 과목을 적절히 나눠 공부하되,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시험 일정에 맞춰 따로 계획을 세운다. “저는 ‘(정해진 시간 외에) 자습시간을 최대로 늘리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워요. 쉬는 시간 10분까지 낭비하지 않도록 ‘영어 단어 암기’ 등을 쉬는 시간에 배치했죠. 중국어 같은 암기 과목은 바로 복습하는 게 학습 효과가 좋으니까, 수업 직후 쉬는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보고요. 저녁 시간에 밥을 먹고 자면 40분가량이 남는데, 이때 그날 배운 주요 과목을 복습해요. 복습할 때는 이전 수업까지 배운 내용도 짧게 훑어보는 식으로 ‘누적형 복습’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중간·기말고사 때 시험 공부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학습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는 대신, 일요일 2시간은 (아무 계획이 없는) 여유 시간으로 남겼다. 한 주간 지키지 못한 계획을 소화하는 시간이다. 그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갑자기 선배들과 축구시합을 하게 되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지키지 못한 계획이 쌓여 학습 계획 전체가 어그러지는 일이 없도록 주말에 여유시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쉴 때는 확실히 쉬자’는 생각으로,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시간을 골라) 계획표에 낮잠 시간까지 정해놨다.

    최군은 플래너 사용의 장점으로 ‘철저한 시간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그는 계획을 세울 때 동선(動線)까지 고려한다. 예컨대 프린트물을 출력할 일이 있으면, (교실과 과학실 사이에 컴퓨터실이 있으므로) 과학 수업이 있을 때 과학실로 이동하면서 출력하는 식이다. 숙제나 수행평가를 하는 시간도 따로 정해뒀다. 최군은 “수행평가가 몰리는 시기에는 밤을 새우는 학생도 적지 않은데 저는 플래너 덕분에 매일 1시경 잠드는 규칙적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저는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수첩과 볼펜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나 새로 들은 학사 일정,  학교 소식 등을 적는 일종의 ‘알림장’이죠. 매일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이 수첩을 보고 하루 일정이나 준비물 등을 확인해요. 이처럼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무엇을 잊어버리거나 빠뜨리는 일이 없어서 좋더라고요. 예컨대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내용이 생각 안 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부모님께 할 얘기가 생각났을 때 바로 수첩에 적어놓으면 그럴 일이 없어요.”

    플래너를 쓰고 메모하는 습관은 대입 수시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됐다. 최군은 “공부와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동시에 해내려면 미리 계획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플래너만 봐도 언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어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보탬이 됐다. “플래너에 함께 쓴 일기를 보면 해당 활동을 왜 했는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까지 한눈에 알 수 있어도 좋았어요. 또 (플래너 사용은)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습관이지만, 꾸준히 해온 덕분에 학교에서 강연할 만큼 ‘저만의 특기’로도 인정받았고요. 게다가 이렇게 세심하게 메모하는 습관은 (제 장래희망인) 의사에게도 꼭 필요한 습관이라고 하더라고요. 고교 입학 초반에 계획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3학년 때까지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 십상이에요. 힘들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보길 바라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자기에게 맞는 학습·생활 계획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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