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유학의 계절’… 3인의 호주 유학기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8.04 14:11
  • 호주 유학 경험한 3인 배재성·유원식·최광호씨/배재성·유원식·최광호씨 제공
    ▲ 호주 유학 경험한 3인 배재성·유원식·최광호씨/배재성·유원식·최광호씨 제공

    세계 3대 유학국, 인구 대비 유학생 보유국 1위…. ‘호주 유학’을 규정하는 몇 가지 표현들이다. 노벨상 수상자 여럿을 배출한 교육의 질(質), 탄탄한 유학생 보호 정책, 장학금, 유학생 취업 연계 등 장점도 여럿이다. ‘유학의 계절’이 한 달 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호주 유학이 주목받고 있다. 호주 조기 유학 후 대학에 진학한 현 재학생, 국내 대학 재학 중 호주 대학 유학을 결정한 졸업생, 우리나라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직업기술전문교육(VET) 졸업생 등 호주 유학을 경험한 3인(人)의 유학기를 소개한다.

    ◇Case.1 조기 유학부터 대학까지… “호주식 교육 시스템 잘 맞았죠”

    배재성(호주 애들레이드대 치대 1)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짜리 조기 유학을 계획했다. 유학 희망국은 영어권 국가. “영어를 배우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체험하기 위해서였죠.”

    호주 유학 박람회 관람이 계기가 됐다. 배씨는 “캐나다·뉴질랜드·필리핀 등 여러 영어권 국가 유학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호주 유학 박람회를 가게 됐다”며 “호주 애들레이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유학을 결심해 떠났다”고 했다.

    호주 초등학교는 7학년제다. 1년 유학 기간이 짧게 느껴졌던 배씨는 1년 더 연장해 초등학교 졸업을 그곳에서 했다. 그는 “조기 유학하는 동안 행복한 경험을 했다”며 “특히 친구들과 부대끼며 호주식 풋볼을 하고, 자연을 벗 삼아 캠핑했던 추억 등 좋은 기억만 가득했다”고 했다.

    배씨는 2년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부산의 한 국제중에 진학해 2년을 다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허전했다. 배씨는 “한국 학교생활은 좋은 점이 많았지만, 너무 치열했다. 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행복한 감정도 사라졌다. 결국 부모님과 상의해 좋은 기억이 있던 중3 때 호주로 다시 떠났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는 웃음을 되찾았다.

    호주에선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10학년 때 한다. 학생과 담임교사 그리고 부모 면담을 통해 정한다. 성적과 적성도 면밀히 따진다. 현재 호주는 학생들의 꿈이 결정되는 10학년 때까지를 의무 교육으로 정한 상황이다.

    이후 학생들의 진로가 갈린다. 유형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하거나 실습 위주의 학교(TAFE)에 진학하는 것, 다른 하나는 대학 진학이다.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11·12학년 때 자신의 희망 대학과 전공과목에 맞는 선택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는다.

    “저를 예로 들면, 10학년 때 애들레이드 치대를 가기로 결정하고 11·12학년 때 필수과목을 들었어요. 전공 관련 과목인 수학과 과학(생물), 모든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리서치 프로젝트, 그리고 국제 학생 필수과목인 영어(ESL) 등이었죠.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학교 1학년 수업 과정을 이 시기에 미리 소화하는 셈이에요. 이후 11·12학년 내신 성적과 12학년 10~11월쯤 보는 파이널 시험(한국의 수능 시험과 비슷한 시험) 점수를 합산해 교육청으로부터 ATAR(호주대학입학등급) 점수를 받아요. 다행히 저는 고교 때 내신 관리를 잘한 편이었어요. 치대 입시를 결정했기 때문에 의학과 치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자격시험인 PQA도 추가로 치렀어요. 특히 애들레이드 치대는 입학 심사 과정 중 인터뷰가 중요 평가 항목인데, 이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했어요.”

    그는 진학 목표를 이뤘다. 현재 애들레이드 치대는 1학년에 재학 중이다. 호주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이 대학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25위 안에 드는 상위권 대학이다.

    배씨는 “호주 유학을 꿈꾼다면 유학 시기와 유학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호주 유학을 결정하거나 졸업 후에도 계속 호주에 머무른다면 호주식 교육 시스템에 적응해야 해요. 하지만 조기 유학생은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으니, 한국식 학습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그는 “성공적인 호주 유학이 되려면, 학교 혹은 지역 사회에서 취미나 스포츠 클럽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호주 문화와 관습을 빠르게 습득하고 또 적응할 수 있는 지름길이니까요. 어쩌면 호주에선 공부보다 중요한 게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 호주 유학 생활도 즐겁고, 결국 공부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Case 2. 대학 3학년에 결심한 호주 유학… “꿈 이룰 수 있는 역량 갖추는 데 기틀됐죠”

    유원식(36·SK이노베이션 IT기획팀 대리)씨는 대학(세종대) 재학 중 호주 유학을 선택했다. 비교적 늦은 시기인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례도 많이 봤죠. 차라리 더 늦기 전에 유학을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유학을) 결심했어요. 이후 영어권 국가 유학을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미국 등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에 호주 대학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부담스러운 유학 비용 때문에 환율도 고려 대상이었는데, 당시 호주가 미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호주를 유학지로 결정하게 됐죠.”

    유씨는 2003년 호주 퀸즐랜드대 국제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퀸즐랜드대는 호주 내 8개 연구 중심 대학인 ‘Go8(Group of 8)’에 속하는 학교다. 호주대사관에 따르면, 호주 정부 연구예산의 총 70%가 이 8개 대학교로 지원된다. 호주 출신 노벨상 수상자도 대부분 Go8에서 배출됐다.

    그는 “호주 유학을 결정한 이후 Go8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서 희망 대학을 8개 대학 중 하나로 정했다”며 “해당 대학과 대학이 소재한 도시 등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한국인이 적고 도시가 활기찬 것을 선호했던 개인적 특성상 퀸즐랜드에 있는 퀸즐랜드대가 가장 맞는다고 판단했고 입시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유씨는 고교 내신 성적과 대학 성적, 토플(TOEFL) 점수 등을 제출해 합격했다.

    많은 유학생이 그렇듯, 유씨도 영어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호주에 가기 전까지 해외 유학 경험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꾸준히 했어요. 호주 대학에 입학 가능한 영어 점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막상 퀸즐랜드대에 가보니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모든 수업에서 요구되는 에세이를 위한 영어 작문이 쉽지 않았고요. 특히 영작문은 졸업할 때까지 고민거리였어요. 다행히 여러 국가에서 온 유학생 친구, 현지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 친구들이 도와준 덕분에 유학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영어는 정말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씨는 “호주 유학생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건 뚜렷한 목표”라고 했다. “본인의 결심이 아닌 부모님의 권유로 호주 유학을 결정한 학생들은 방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목표가 확실한 학생들은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여러 개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는 등 어려운 과정을 겪고도 졸업을 하죠. 호주 유학은 개인 역량을 갖추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주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세상을 보는 눈과 어떤 것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폭도 넓혀줬어요. 목표만 확실하다면, 호주 유학은 평생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Case 3. 직업 공부 위해 호주 칼리지로… “과제와 실습 힘들지만 내실 쌓았죠” 

    유명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 우승자 최광호(29)씨도 호주 유학파다. 2010년 윌리엄블루호텔경영대학 조리경영학에 입학해 2년간 수학했다. 윌리엄블루호텔경영대학은 요리·호텔·마케팅 분야에 특화된 칼리지(전문대학)로, 해당 분야에서 명문으로 꼽힌다.

    원래 최씨는 국내 대학 다닐 때 공대생이었다. “대입 원서 작성할 때 전 요리 관련 학과, 어머니는 사범대, 아버지는 전파공학과를 썼어요. 요리 관련 학과 갈 줄 알았는데 떨어지고 아버지 뜻대로 됐죠.” 당연히 그의 적성엔 전파공학도는 안 맞았다. 성적도 나빠 학사경고도 맞았다. 결국 최씨는 이듬해 군대에 지원해 반쯤 뜻을 이뤘다. “취사병 지원해서 붙었어요.”

    전역 후 그는 대학 대신 식당으로 향했다. 완벽주의와 깔끔한 성격, 그리고 요리 실력 덕분에 초고속으로 헤드셰프가 됐다. “유명 식당은 아니어도 제 요리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신났죠.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어요.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유학을 결심했어요. 식당을 운영하고 요리도 하는 오너셰프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고요. 유학국은 영어권 국가로 일찌감치 정했어요. 언어를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서, 적응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생활비를 충당하고 요리 경험도 쌓을 수 있는 것도 고려했어요. 그렇게 판단한 게 호주였어요. 오너셰프 준비에 도움을 줄 만한 대학도 많았고요. 이후 제가 원하는 조건을 꼼꼼히 따져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윌리엄블루호텔경영대학 조리경영학 진학을 결정했죠.” 최씨는 고교 졸업장과 IELTS 점수를 토대로 입학 허가를 받았다.

    호주의 칼리지는 실습 위주다. 특히 현장감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윌리엄블루호텔경영대학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학기 내내 요리 실습을 하고, 경영과 마케팅 이론도 지속적으로 배운다. 이와 관련된 과제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엔 윌리엄블루호텔경영대학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투입돼, 요리·경영·마케팅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는 “일반 대학 편입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호주 대학교 간 협약이나 학점 인정제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원하면 심층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호주는 유학하기에 아주 적합한 나라예요. 교육의 질이 우수하고, 유학생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도 있죠.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치안도 뛰어난 편이에요. 최고의 유학 환경은 이미 갖춘 셈이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와 계획만 가진다면 아주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