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난이냐 강제 접촉이냐… 유아 또래 추행 여부 놓고 온라인 舌戰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21 15:13
  • 지난달 20일, 세종시 A유치원 1층 실내 놀이터. 두 반 원생들이 한창 뛰노는 가운데 사건이 벌어졌다. 남자 원생(5) 세 명이 또래 여자 원생 한 명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진 것이다. 이들은 놀이터 미끄럼틀 뒷편에서 여아에게 속옷을 내리라고 강요한 뒤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어른들에게 알리면 죽는다”며 폭언도 했다고 한다. 현재 피해 여아는 악몽을 꾸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원생의 부모는 가해 원생의 부모, 담임교사, 원장, 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소송한 상태다.

    이 일이 유치원 학부모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고 대형 육아 커뮤니티·카페 등으로 확산되면서, 해당 사건을 두고 온·오프라인 상에서 설전(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여아가 분명히 수치심을 느낀 불쾌한 접촉’이라는 주장과 ‘성(性) 의식을 갖추지 못한 미취학 아동들의 호기심에서 빚어진 장난’이라는 주장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단순 장난이지만 고통받는 아이가 있다면

    해당 지역 학부모의 여론은 대체로 ‘장난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 있고 없는 장난이 있다”며 “만약 가해 원생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피해 원생의 부모 입장이라면 이를 두고 장난이라며 그냥 넘어가겠느냐”고 했다.

    주민 윤희영(29·가명)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얘기를 종합해봤을 때, 남자 원생들이 여아에게 강요한 행위와 그 이후 입막음을 위한 위협도 한 것으로 보면 애들 장난이나 단순한 호기심 수준은 분명히 넘어선 것 같다”며 “‘애들 장난’으로 넘어가기엔 너무 심한 행위를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주민 장지호(32·가명)씨도 “남자 원생들이 성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게 아닐 거라고 믿고는 있지만, 이번 일은 피해 원생 입장에서 봐야 할 것 같다”며 “(피해 원생이) 분명히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그로 인한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확실한 조처와 재발 방지 등이 필요한 사안이다”고 했다.

    주민 조현준(40·가명)씨도 “장난이었다면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된다. 하지만 가해 원생의 부모들은 피해 원생과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하면 곧 가해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장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과가 먼저였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범죄로 비화하는 건 적절치 않아

    반대 의견도 있다. 학부모 김미진(36·가명)씨는 “이번 사건은 성적인 의도가 아니라 차이에 의한 호기심이 과했던 것”이라며 “어린 아이들을 ‘성추행 가해자’로 낙인찍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학부모 서연정(33·가명)씨는 “지나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정말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5~6세 때엔 성별에 따른 신체 구조 차이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재발 방지를 위한 성교육의 기회로 삼아야지, 사건·범죄로 몰고 가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아이들이 성적인 부분엔 관심이 없고 순수한 호기심에 했던 행동일 수도 있는데, 부모 간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장난’이 ‘범죄’로 확대된 것 같다”며 “교육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소송전 등 일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유아 성교육·부모 사후 대처법 등 보급 필수

    이와 관련, 성교육 전문가들은 “유아 성교육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이젠 유아들도 성과 관련된 매체에 쉽게 노출되는 시대다. 성을 그릇되게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유아기에 반드시 성에 대한 개념을 바로 잡아주고 올바른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자녀가 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을 때에는 즉시 해소해주는 게 좋다. 특히 성교육 동화책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지속적으로 ‘나는 물론 남의 몸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전국 유치원에 사후 대응책을 필수로 보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부장은 “일이 발생한 후에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해당 아동과 부모들을 보듬는 것”이라며 “주변 해바라기센터 등 관련 기관을 찾거나 전문가를 초청해 심리 상담 치료와 성교육을 병행, 이들의 안정을 찾게 하는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지영 한국여성변호사회 사무차장(변호사)은 “유치원의 경우엔 사후 조치를 할만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 앞으로 유치원의 관리·감독 의무를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안이 심각할 때엔 분리 조치 혹은 가해 원생 전학 등의 조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성 관련 사건이 벌어지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피해 학생 격리, 가해 학생 강제 전학 등 규정에 따라 처리하는데, 이는 초등학교 이상 학교급에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