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입시

'그들만의 리그' 논술전형… 이대로 괜찮은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6.07.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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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부추기는 논술전형, 입시 현장 반응은?
"진짜 공부, 효용성 있어" vs. "전문가 도움 없이 준비 불가능"
강남 특구, 사교육에 집중… 지방 고교, '없는 전형'이라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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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소연

최근 고려대가 2018학년도부터 수시모집 논술전형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간 논술고사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시험이라 비판받아온 데 따른 결정이다. 그럼에도 현재 197개 대학 중 28개 대학이 여전히 논술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논술고사를 고수하는 대학들은 "다양한 역량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방식"이라며 논술고사의 효용을 강조한다. 그러나 글쓰기 교육을 일반 교과 수업에서 진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이 사교육을 통한 논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들은 "관련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지원 대학별로 문제 유형이나 원하는 답의 방향이 달라 글쓰기 연습 외에 개별 입시 정보까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사교육 없이 준비 못 한다는 논술전형, 이대로 괜찮을까. 입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봤다.

◇글쓰기 수업 없는 공교육 현장

교육 현장에서 논술전형의 필요성은 대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외에도 여러 방식을 통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명문대생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A군은 "논술 공부를 하며 텍스트를 정확히 읽고 분석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짜 공부'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논술전형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논술 교육을 현 공교육 시스템에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수업은 객관식 시험을 위한 강의로 진행된다. 글쓰기 수업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논술고사를 혼자 준비하기도 쉽지 않다.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자기 논리를 수정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글쓰기 실력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이 없다. 차선책으로 다수 고교가 방과 후 수업에 논술 강의를 개설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 같은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한다. 올해 성균관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B양은 "학교별로 문제 형태나 원하는 답의 방향이 다 다른데, 방과 후 논술로는 대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1년간 매 주말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월 30만원짜리 논술 수업을 들었다. 학교별 파이널 강좌를 찾아다닐 땐 한 달에 200만원을 넘게 썼다. 강북 일반고의 C교사는 "과목간 융합적인 문제가 출제돼 한 분야만 가르치던 교사가 교육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교사들에게 방과 후 논술 수업까지 충실히 준비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라고 했다.

일부 대학이 고교 과정을 벗어난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경향도 사교육을 부추긴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2016학년도 13개 주요 대학 중 10곳의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고교 과정을 넘어선 문제가 출제됐다.

◇논술 합격생 '0명'인 지방고도 있어

이 때문에 논술전형 합격률이 높은 지역은 주로 서울 강남처럼 사교육이 활발한 곳이다. 2015학년도 경희대 논술전형 합격자의 77.3%가 수도권 거주자였다. 강남 일반고의 D교사는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나 강남권 학교에서 교과 비중이 낮은 논술전형은 주요 수시 지원 전략이 된다"며 "내신 4~5등급 학생이 이를 활용해 명문대에 합격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했다.

반대로 지방에서 논술전형은 '내놓은 전형'이다. 경북 일반고의 E교사는 "논술전형은 '돈'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은 '몸'으로 열심히 때우는 전형이라는 인식이 지방에 팽배하다"고 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우리 학교 3학년 300명 중 논술전형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몇몇이 방과 후 수업으로 준비해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다"고 했다. 경남 일반고의 F교사도 "지난해 3학년 300여 명 중 논술전형 합격생은 3~4명"이라며 "지방에서는 일부 학군 좋은 지역을 빼면 '애초 없는 전형'이라 여긴다"고 했다.

대학들은 논술고사를 어디서나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기출 문제부터 채점 기준까지 홈페이지에 탑재하므로 학생들이 논술에 대한 감(感)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을 잡는 것과 합격을 목표로 실제 시험을 준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논술전형을 통해 한국외대와 이화여대에 각각 입학한 G군과 H양은 "아무리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하더라도 고려대처럼 뛰어난 논증력을 요구하는 학교는 혼자 준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쓴 방향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려워 결국 전문가의 조언을 받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경쟁률이 '166.9대1'이라고?

현재 논술전형 경쟁률은 수시모집 전형 중 가장 높다. 2016학년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논술전형 경쟁률은 166.9대1이었다. 다른 전형에 비해 내신 비중이 작아 '논술로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몰려드는 학생이 많은 탓이다. 실제 논술전형에 필요한 학업 요소는 ▲내신 ▲논술 ▲수능 최저 학력 기준(대학별 유무 다름)이지만, 여기서 내신은 비중이 매우 작다. 연세대는 1등급부터 6등급간 차이가 1점, 고려대는 1등급과 5등급간 차이가 1.2점이다. I학원장은 "주요 대학 논술전형의 교과 비중이 턱없이 낮다. '원서 장사' 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으면 내신 비중을 늘려 지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교육 전문가 J씨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있어도 '수능 대박'을 기대하는 수험생 심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6학년도 경희대 건축학과(인문)의 논술전형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률은 13%에 불과했다. 100명 중 87명이 글 실력과 상관없이 수능 성적 때문에 떨어진 것이다. J씨는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논술고사 문제를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한다고 사교육 비중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K 입시 전문가는 "수능을 EBS와 연계해 출제한다고 해도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이 체감하는 입시 부담은 그대로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누구나 풀 수 있을 만큼 문제가 쉬워지면 '헛된 기대'를 자극해 의미 없는 지원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논술고사의 본래 목적에 맞게 통합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문제를 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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