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수시 확대 이유? 수능 1~2점보다 '고교생활 충실도'에 비중 둔 것"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13 11:18

  • [조선에듀·종로학원하늘교육 공동 기획 ‘2017 대입을 말하다’]

    조선에듀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공동 기획 ‘2017 대입을 말하다’를 연재합니다. ‘2017 대입을 말하다’는 서울 주요 대학, 이공계특성화대학, 지방국립대 등 학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의 2017학년도 입시안을 각 대학 입학처장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두 번째는 고려대입니다.


  •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 인터뷰]

    논술 폐지 등 2018 입학전형 개편 앞두고 기존 입시 틀 유지
    학교장추천 지원 자격 강화… "재수생과의 형평성 고려했다"



    올해 고려대 입시안 골자는 ‘전년도 입시 틀에 기반을 둔 수시 규모 확대’다. △논술전형 폐지 △고교추천전형 확대 △정시 축소 등이 적용되는 2018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내년도 전형에 큰 변화가 있기 때문에 2017학년도에는 2018학년도 전형 운영을 대비하면서 기존 체제에서 큰 변동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입학처장과 함께 2017학년도 고려대 입학전형 전반을 짚었다.


    ◇재학생 대상으로 지원 자격 강화한 학교장추천

    고려대가 올해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834명(정원 내)이다. 2016학년도 대비 정시 선발 인원이 44명 감소하면서 수시 전형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정원 내 기준 2760명이었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점수 1~2점에 당락을 결정짓는 방식보다 고교 생활 3년간 학생의 충실도 등을 살펴보는 수시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고 수시모집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고려대 수시는 논술 위주와 학생부 위주, 실기 위주 등 3개 전형이 중심축이다. 정원 내 기준 △일반전형(1040명) △학교장추천전형(635명) △융합형인재전형(505명) △사회공헌자1(25명) △사회공헌자2(13명) △국제인재(290명) △과학인재(281명) △체육인재(45명) 등으로 세분화된다.

    상대적으로 인원 증가폭이 큰 전형은 융합형인재다. 지난해보다 145명 늘었다. 논술 위주인 일반전형과 정시모집에서 각각 70명, 44명씩 감소한 인원이 일부 옮겨간 모양새다. 김 처장은 “융합형인재에는 교과와 비교과 모두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인 학생들이 주로 입학한다.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등 다양한 고교 출신 인재들이 선발되고 있다”며 “전형 운영 첫 해인 2015학년도보다 2016학년도 합격자 교과 성적 등이 더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선발에 기여하는 학교장추천전형은 올해 인원을 5명 늘리는 동시에 지원 자격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재수생도 지원 가능하도록 하던 지원 자격을 올해부터는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올해 학교장추천 지원 자격은 ‘국내 고등학교 2017년 2월 이후 졸업예정자’다.

    고려대가 올해 학교장추천전형을 재학생만 지원 가능하도록 한 것은 ‘재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다. 재수생이 두 번 기회를 받게 되면 재학생이 그만큼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입학처장은 재수생 지원 자격 제한 배경에 대해 “4명으로 학교당 추천인원이 제한돼 있다 보니 재학생 위주로 지원·합격이 됐다. 재수생도 가능할 경우 재수생은 두 번 이상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도 파악했다”고 했다.

    학교장추천전형은 1단계 서류 100%(학생부 교과 90+비교과, 자기소개서·추천서 등 종합평가 10), 2단계 면접 30%와 1단계 성적 70%로 이뤄진다. 수험생들이 가장 신경 써야할 부분은 1차적으로 ‘교과 성적’이지만 비교과와 자기소개서 등에도 비중을 둬야 한다. 김 입학처장은 “대부분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끼리의 경쟁이라 비교과·자기소개서·추천서 등이 당락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교과 위주 전형이지만 비교과 등에 대한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인재·과학인재·체육인재 등 실기 위주 특별전형에서는 과학인재에 변동사항이 있다. 국내 고교 출신에 한정돼 있던 지원 자격이 ‘국내·외 고교 졸업(예정)자’로 확대됐고, 인원도 지난해 260명에서 올해 263명으로 3명 늘었다. 특별전형 선발 방식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유사하다. 1단계 서류 100%와 2단계 면접 30%, 1단계 성적 70%로 전형한다. 과학인재의 사이버국방학과(18명)는 2단계에서 면접 20%와 군 면접/체력검정 등 20%, 1단계 성적 60%로 전형한다.

    특별전형이 ‘교내 활동과 더불어 외부활동에 강점이 있는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점은 제출서류에서도 드러난다. 특별전형 지원자는 ‘학교생활 외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데, 국제인재의 경우 외국어 역량이나 국제화 역량을, 과학인재의 경우 수학·과학 역량 등을 드러낼 수 있는 외부활동 서류를 낼 수 있다.

    고려대가 경계하는 것은 외부활동 서류를 '화려한 실적'으로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김 입학처장은 “외부활동은 관심 분야와 관련해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 중에 성취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지 거창한 스펙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할 수 없는 활동,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활동 등 외부 지원을 통해서 만들어진 스펙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입시에서도 인성평가는 서류평가 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서류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면접을 통해 해결한다. 김 입학처장은 “서류평가 시 인성 관련 내용을 함께 평가하고 있다. 인성을 계량화해 점수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제출서류를 통해 자기관리, 사회적 관계, 태도 등이 어떠한지 가늠한다”며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모두 본교에서 수학하기에 상당히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단계 탈락'을 적용한다”고 귀띔했다. 평가자가 지원자의 인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불합격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입시 면접 강화, 대입 시작 전 면접 문항 등 일절 공개 예정

    김 입학처장은 2018학년도 입시안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고려대는 지난해 △논술전형 폐지 △고교추천전형 확대 △정시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2018학년도 입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공교육 정상화 기여 방침’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시 비중을 15%로 낮추고, 신입생 정원의 50% 내외를 고교 추천자로 선발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었지만 사교육 경감과 지역안배기능 강화 등 전형 변화의 목표는 분명했다.

    내년도 수시모집에서 고교추천전형은 학생부 위주 전형 2757명의 절반 이상(54.4%·1500명)을 차지하는 주요 트랙이다. 김 처장은 “학교장추천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입학 이후 성적이 좋다. 이는 정적인 측면(학년별 GPA<평점>)과 동적인 측면(학년별 GPA성장도) 모두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유와 함께 지역인재 선발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도 입시에서 고교추천 인원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교추천전형의 확대로 ‘특목고·자사고가 불리하다’ 등의 예측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올해 입시와는 다르게 2018학년도 입시는 특기자전형을 포함한 모든 전형들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열려 있다. 이들 고등학교 유형에 불리하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실제 고려대는 기존 학교장추천전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특목고 출신을 내년 고교추천전형에서는 지원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등 정시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수시 규모는 커진다. 그는 “정시 변별력 감소로 점차 정시 모집인원이 감소하고, 수시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2018학년도 수시모집 비중은 약 85%로, 2017학년도보다 10%p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입시 개편안 공개 당시 일각에서는 '논술 위주 일반전형의 폐지가 ‘면접 사교육 팽창’ 등의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내년도 입시에서 면접이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8학년도 입시가 시작되기 전에 면접 문항, 모범답안, 방식 등에 대해 공개해 모든 학생들이 이를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가급적 면접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유리하지 않도록 면접을 구성하겠다. 이는 앞으로 약 1년간 연구가 지속될 사안이다. 이또한 확정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수시 원서접수(9월 19~21일)를 두 달 앞두고 김 입학처장이 강조하는 바는 '내신과 수능 성적 관리'다. 그는 "남은 수험생활 기간 동안 비교과 활동에 치중하기보다는 3학년 내신 성적 관리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교과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방학 기간을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등록된 예년 기출 문제를 통해 그간 논술 및 면접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고려대는 올해 신입생 장학제도도 전면 개편하는데, '필요기반(Need-based)' 장학금 비율을 높여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개척하는 지성을 육성하는 '프로그램기반(Program-based)' 장학금도 신설해 인재 양성에도 힘 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