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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감별 능력’만 키우는 객관식 수능… ‘창의 인재 육성’ 가로막는다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2016.07.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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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수능 무용론자 “창의력 죽이기의 주범은 수능”
‘발산적 사고’ 평가할 수 있는 시험으로 전환해야
교육 현장 반응은 미지근… “객관성·공정성 확보 어려워”

#1
지난달 29일, 한국연구재단 대전청사(대전 유성구 소재)에서 한국연구재단 통합 7주년을 기념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 양성 방안’. 기조 강연을 맡은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창의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 한국의 수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인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시험과 평가는 불가피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창의성이 길러지고 창의력 있는 인재가 선택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높은 경쟁력을 지닐 거예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대입 시험·평가제도로는 창의력 갖춘 인재를 탄생시키기 어렵습니다. 종일 다섯 개 답안 중의 하나씩 정답을 골라내고 이를 컴퓨터로 채점해 60여만 명의 학생을 한줄로 세우는 것이 현행의 수능입니다. 창의성은 정답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2
지난 3월 5일 모 신문사 1면에 해당 신문 명예기자이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의 리포트가 지면의 핵심 자리에 배치됐다. 수년간 한국 교육 혁신을 주장해 온 그의 리포트 제목은 이랬다. “‘1개 정답 찾기’ 수능이 창의력 죽인다.”

‘객관식 수능 무용론(無用論)’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최근 교육계 인사들도 이러한 의견에 하나 둘 힘을 싣기 시작했다. “현행 수능과 같이 정답만 고르는 시험·평가 제도로는 ‘상식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답이냐 아니냐만 평가하는 현 객관식 수능

‘출제자가 이리저리 꼬아 낸 문제와 선지(選肢)를 보고 수험생이 정답을 제대로 감별해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 객관식 수능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수능의 실체’다. 이혜정 소장은 “현행 수능은 수험생이 정답 후보 5개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적절하고 적절하지 않은 답인지 찾아내는 것, 즉 선지 간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정 소장에 따르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A형 45문제 중 ‘다음 중 OO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묻는 게 26개, ‘다음 중 OO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묻는 게 14개였다.

김도연 총장도 “수능 문제를 보면 ‘있는 대로’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있는 대로’는 복수가 정답일 확률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동안 ‘있는 대로’가 붙어 있는 문제의 약 30%는 단수 정답이었다. (현행 수능은)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객관식 수능 무용론자들은 “정해진 답을 골라내는 능력만 요구하는 수능은 당연히 창의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혜정 소장은 “학생들은 시험 평가 기준에 따라 공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능은 학생들의 독창적인 생각을 평가하지 않는다. 정해진 정답을 구분해 내는 능력만 향상시키도록 요구할 뿐이다. 이러한 평가 제도 아래에서 창의 인재가 탄생하길 바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학 기술 분야 석학 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도 지난해 ‘한림원의 목소리’를 통해 “제한된 범위에서 출제된 객관식 문항뿐인 수능은 대학에서 필요한 능력을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문제풀이 요령 등 학생들에게 요행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문제에만 길들여진 학생들은 대학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되지도 못하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객관식 수능이 학생의 독창적 생각 막아…

이들이 수많은 시험·평가 제도 중 굳이 수능을 ‘창의력 죽이기의 주범’으로 지목한 이유는 뭘까. 이혜정 소장은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육은 문제 풀이 연습과 정답 감별 능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그럴까?’하고 찬찬히 따져보면, 결국 수능이 근본 원인이다. 객관식 수능이 존재하기 때문에 초·중·고교 현장에서도 내신 시험을 수능과 같은 형태로 출제할 수밖에 없다. 객관식 수능이 시험·평가 제도를 이끄는 한, 학생의 독창적인 생각을 평가하는 시험도 생길 수 없는 환경이다”라고 했다.

객관식 수능 폐지를 지지하는 교육계 인사들은 앞으로 학생의 ‘발산적 사고’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산적 사고는 배운 지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이를 평가하는 시험으로는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와 스위스 비영리기관 IBO에서 개발·운영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등이 있다. 김도연 총장은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과학 문제를 보면, ‘니코틴 섭취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를 장기적 그리고 단기적 관점으로 구분해서 기술하라’는 문항이 나온다”고 했다. 학생의 발산적 사고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좀 더 빠른 개혁도 주문하고 있다. 김도연 총장은 “이제 일시적으로 무리가 생겨도 객관식 수능평가는 접어야 한다”며 “3년 정도의 기한을 갖고 전문가들을 모아 전폭적인 권한을 주면서 정부의 교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혜정 소장은 “최근 일본의 교육 개혁이 한창이다. 그 중심엔 ‘IB 도입’이 있다. IBO와 제휴해 ‘일본어 IB교육과정(IBDP)’을 개발하고, 200개 일반고에 도입시킨 것이다. 이를 채택한 학교는 학생들이 지식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단련시키게 된다. 이렇게 훈련한 학생들이 써낸 답안은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이겠는가. 일본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창의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제2의 메이지유신’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일본의 결단으로 한·일 양국 간 교육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교육 현장은 ‘글쎄’

하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하다. “객관식 수능 외 시험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답보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경기도 A고교 김민수 교사(가명)는 “객관식 수능을 폐지하고 주관식 혹은 다른 형태의 대입 시험을 신설한다면, 학생·학부모들이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가 있다며 반발할 게 뻔하다”며 “현재 입시의 대세인 학생부 종합전형(학종)도 ‘깜깜이 전형’이라며 이런저런 말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이지연(가명·서울 양천구)씨는 “학종이 확대되면서, 점점 수능이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학생·학부모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공정성을 위해서 객관식 수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학생의 창의력은 다른 교육이나 평가 방법을 통해 향상시키는 게 좀 더 우리나라의 입시 현실과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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