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약대(藥大)로 유턴하는 이공대생들… 왜?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06 18:07

  • 이공대생의 약대(藥大) 진출이 눈에 띈다. 올해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하 PEET) 접수자 1만6127명 가운데 4146명(25.7%)이 공대 출신이다. 지난해 공대 출신 PEET지원자는 3805명이었다.

    대학에서 유기응용재료공학을 전공하는 A씨(23)는 지난 학기 휴학계를 내고 PEET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학원 진학과 기업체 취업을 두고 고민하다 ‘임상약’ 연구에 관심을 갖게 돼 약대 진학을 결심하게 됐다. A씨는 “임상약을 연구하며 보람을 얻고 싶었다. 공대 동기들 중에도 PEET를 준비 중인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PEET 준비에 나서는 공학도가 느는 이유 중 하나는 전공과 시험 과목간 연계성이 높기 때문이다. PEET 시험 영역은 일반화학과 유기화학(이상 화학추론),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네 가지다. 정남순 PMD아카데미 이사는 “공대 출신의 경우 PEET 시험 과목인 화학과 생물, 물리 등을 고교에서 이수한 경우가 많다. 과목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이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A씨도 “물리나 유기, 화학 등이 공대생에게 확실히 유리하다. 생물학이 공대생에게 다소 불리한 면도 있지만 그리 어려운 분야가 아니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추세는 자연계열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물리, 통계, 수학 등 자연계열 전공자는 지난해(1328명)보다 21명 늘어난 1349명이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PEET 를 준비 중인 B씨는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다는 확신이 안 섰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약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며 “대학시절 화학, 생물 등 기본 과목은 이수해 놓은 상태라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졸업을 앞둔 취준생들의 도전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올해 PEET 응시자 중 22세 이하 접수자가 지난해 4050명에서 올해 3882명으로 감소한 반면, 23~25세 접수자는 6119명에서 6202명으로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고 26~28세는 2759명에서 3185명으로 늘었다. 29세 이상 지원자도 지난해 2671명에서 285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정남순 이사는 “대학 재학생을 상대로 PEET 설명회나 상담을 진행해 보면 고학년인 3~4학년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취업보다는 약대를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 약대 입시를 준비 중인 C씨(27)는 “전문직종을 찾다 약학대학 입학을 결정했다. 같은 반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학사 과정을 밟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약사가 되면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이 정도 투자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PEET 접수자 증가와 관련해 교육계에선 의치전원 축소로 인해 의치대를 지망하는 이들이 약대 입시로 행보를 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PEET 관계자는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의학교육입문검사)와 DEET(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치의학교육입문검사)는 시험 준비 과정이나 시험 과목이 비슷하다”며 “시험날짜도 같아 입학문이 좁은 의치전원보다 약대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치전원이나 의치대 학사편입학과 달리 약대는 학부생 2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응시자가 몰리는 이유다. 2009년부터 약대 학제가 2+4로 변경되면서 다른 학과나 학부에 입학해 2년간 수학한 뒤 PEET에 응시하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