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의 미래, 디자인·공학 융합에 달렸다”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03 16:20
  • “이제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된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입니다. 시장이 바뀐 만큼, 당연히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현장도 달라져야 해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이해하는 공학자, 공학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반드시 키워내야 합니다.”

    주원종 공학교육혁신협의회장(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사진)은 지난 1일 조선에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제조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디자인·공학 융합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 수요에 맞는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 전국 60여개 대학에 마련된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주 회장에 따르면,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는 “영국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현재 공학 기반의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고, 가까운 중국은 세계 각지에서 잔뼈가 굵은 공학 실무 중심의 디자이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여러 나라가 깨닫게 된 결과”라고 했다.

    이어 디자인·공학 융합의 성공 사례와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주 회장은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모발 손상을 막아주고 소음도 줄인 머리카락 드라이기까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영국의 다이슨사(社)가 아주 대표적인 예”라며 “최근 다이슨의 성공을 눈여겨본 영국 왕립예술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다이슨 디자인 엔지니어링 과정’을 만들기도 했는데, 공학 기반 디자인을 선도하는 국가의 대학이 디자인·공학 융합 인재 양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주 회장은 대학에서 디자인·공학 융합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해당 전공 간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과·비교과 과정에서 공대생과 디자인 전공 학생이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해요. 예컨대 공학·디자인 캠프를 개최해 두 전공 간 스킨십을 늘리는 거죠. 최근 국내 대학들도 도입한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도 더 활발하게 진행해야 해요. 산업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공대생·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미리 경험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앞으로도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현재 대학에선 이러한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죠.”

    그는 디자인·공학 융합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도 제시했다. △전공 지식을 뜻하는 하드 스킬(hard skill)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 네트워크, 리더십과 팔로우십(followship) 등 소프트 스킬(soft skill) △인문·예술 소양 등이다. 주 회장은 “하드 스킬은 공학도나 디자인학도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고, 소프트 스킬과 인문·예술 소양은 하드 스킬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했다.

    주 회장은 “앞으로 하드·소프트 스킬과 인문·예술 소양을 갖춘 디자인·공학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자인·공학 융합 가치 확산에 나설 것”이라며 “전국 60여개 대학의 공학교육혁신센터를 통해 공학도와 디자인 전공 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캠프를 활발하게 마련하고, 더 나아가 고교생들의 참여도 확대해 잠재 디자인·공학 융합 인력 유치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최근 MOU를 맺은 디자인산업인적자원개발협의회·디자인융합교육협의회와 디자인·공학 교과목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