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요즘 이과 상위권 정시생들, 수학은 뒷전이라는데…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6.29 15:26
  • -‘강제 문과생’된 이과생…
    -평가원 출제 기조 따라 수학 대신 국어·영어 학습 시간 늘려

    대입(大入) 정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자연계열 수험생 김유환(가명·서울 A고교 3학년)군은 최근 수학 학습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절반의 시간을 국어 학습 시간에 배치했다. 김군은 “요즘 모의고사 출제 경향이나 같은 계열 수험생들의 분위기를 보면, 적어도 이번 수능에선 수학보다 국어가 훨씬 중요한 과목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 문과생 못지않게 국어 공부에 치중하지 않으면, 대학 간판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올해 정시로 대학 진학을 노리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강제 문과생’이 되고 있다. 최근 이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옛 수학 B형)의 체감 난도는 낮은 반면 국어의 체감 난도는 크게 오르면서, 이과 상위권을 변별하는 과목으로 국어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2일 치른 2017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에서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26점. 입시 업계에선 국·영·수 주요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30점 미만일 경우, ‘비교적 쉬웠다’고 평가한다. 반면, 이번 6월 모평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무려 141점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해 수능에서도 이와 같은 출제 기조는 그대로 드러났다. 수학 B형(현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27점이었고, 작년까지 수준별 수능으로 치러 이과생이 주로 봤던 국어 A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을 기록했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 경향을 보면, 국어 영역을 통해 자연계열 상위권을 변별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고 했다.

    해당 수험생들은 이러한 출제 기조에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김하연(가명·서울 B고교 3학년)양은 “그동안 수학에 흥미가 있었고 비교적 잘한다고도 생각해서 이과를 선택했는데, 난데없이 수능에서 이과생들에게 중요한 과목이 국어가 돼버렸으니 정말 황당하다”고 했다. 김준수(가명·경기 C고교 3학년)군은 “이과생을 수학으로 변별하지 않고 국어로 변별하려는 게 보이는데, 사실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최선호(가명·서울 D고교 3학년)군은 “만약 과탐(과학탐구)마저 쉬웠다면 정말 문과생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어 영역 못지않게 영어 영역도 변수다. 지난해 수능과 이번 6월 모평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136점을 찍으면서, 또 다른 상위권 변별 과목으로 떠올랐다. 수험생 윤성빈(가명·서울 E고교 3학년)군은 “최근 국어·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이에 대비하려다 보니, 두 과목의 학습량이 부쩍 늘었다”며 “요즘 같아선 내가 문과생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학생 성향에 맞지 않는 ‘거꾸로 수능 출제 정책’ 때문에 많은 이과생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오는 9월 수능 모의고사를 통해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