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소서로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자율문항 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6.27 10:41
  • 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문항에서 지원전공 선택이유는 연세대를 비롯한 각 대학 특기자 전형에서 중요한 문항이다. 하지만 대교협 공통문항을 작성하는 수험생들도 이 문항에 대해 한 번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공통문항에서 형식적으로 빠져있기는 하나 전공적합성을 검토하는 데 이만한 물음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7학년도에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의 상위권 대학들이 자율문항을 변경했다. 변경된 대학별 자소서 4번 자율 문항은  ‘해당모집단위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준비 과정이나 지원자의 교육환경(가정 ,학교, 지역) 등이 성장에 미친 영향 등을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시오’ 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외견상으로 보면 연세대 특기자 전형 자소서 2번 문항(진로선택과정과 노력, 지원학과 선택계기와 진로발전 계획)과 3번 문항(개인적 환경 영향 또는 위기 좌절 극복 사례) 중 일부를 병합한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새롭게 선보인 자율문항은 자수도 대교협 공통 문항보다 늘어난 1,500자로 수험생들에게 부담이 큰 편이다. 신설된 문항인 만큼 오래 전 서울대 자소서 자율문항에서 유사 사례를 싣는다. 단 아래 자소서 사례는 지원동기와 가정, 지역 등의 영향이 나타나 있으나 해당모집단위의 지원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은 생략되어있으므로, 수험생들은 이 점을 감안해서 참고하기 바란다.

    # 서울대 사회과학대 합격 사례 (외국고등학교 졸업자)

    -구체적인 쓰기 사례로 학생의 장래포부에 대한 관심의 출발(지역, 가정 등의 영향)과 전공에 대한 이해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에 중국 00상회에 근무하셨던 아버지에게서부터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사례를 듣고 협상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 하나인 L회사는 중국인과 합작을 하는 도중 중국의 고유한 법률과 협상ㆍ계약 체결 방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막대한 재정적, 기술적 손해를 입었습니다. L회사는 중국 기업과 계약을 맺으면서 70%의 지분을 소유하여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달리 과반수가 아닌 만장일치로 이사회의제가 가결되어야 하기에 L회사는 실질적으로 지분만큼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L회사가 독자설립을 시도하자, 중국 측은 상표권 소유를 대가로 L회사에게 400억 원의 거금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L회사는 협상 실패로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중국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서 피해 받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의 구매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기사문은 제가 정치 외교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주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중국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미얀마 천연가스 지분의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교 전문가의 부족과 상대적으로 불충분한 외교 준비 때문에, 중국에게 구매권을 빼앗길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내세우면서, 장기적인 비전들을 미얀마에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의존성이 높은 나라이기에 중국, 미국, 일본 등 자원필요 국가와의 자원외교 경쟁은 불가피하고 경제외교의 중요성이 더 증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를 이해하고 넓은 시야로 국제 외교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 우리나라의 발전에 힘쓰고 싶습니다.

    외교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외교석상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미래에 무엇을 필요로 할지 앞서 예측하고, 협상의 상대국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치밀한 협상 준비와 종합적인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 외교학은 정치, 역사, 철학, 과학, 경제 등 모든 학문의 지식, 심지어 개인의 소양과 사교능력을 요구하는 종합적이고 실천적 학문이며, 저에게는 그것이 정치 외교학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외교전문가가 되기 위한 학문적 소양을 귀교에서 차근차근히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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