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이과생 자소서에 소논문 녹이는 방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6.27 10:40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소논문 그중에서도 이과생들의 소논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서울대든 연세대든 소논문 그 자체는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우선 대부분의 대학에서 제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제출해도 물리적으로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생기부와 자소서만으로는 변별도 검증도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 가지 점에서 소논문은 평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소논문을 한 편 썼다와 학교 소논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건 다릅니다. 교내상이 학생부 종합에서 여전히 의미 있게 평가를 받는데다, 국영수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하고 있어서 대안으로 탐구 대회나 소논문 대회를 비중있게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물론 그 학교가 소논문 대회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한에서 의미 있다는 것이지, 그저 형식적으로 다른 학교가 하니까 따라하는 학교라고 낙인 찍히면 의미가 없겠죠. 

    또 한 가지는 자소서에 소논문을 활동과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잘 썼을 때 지적인 측면, 학업 우수성, 전공에 대한 관심 등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입학사정관은 그 학교에서 소논문 대회 혹은 소논문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이 학생이 이 소논문에서 다음을 확인하려고 할 겁니다.

    1) 왜 이 주제를 택했을까?
    2) 고등학생이라면 당연히 논문 쓰기가 어렵겠지.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만났을까?
    3)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4) 논문을 쓰고 나서 이 학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여기까지는 문과와 이과생 공히 해당하는 사항이고요, 여기에 이과생들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됩니다. 실험 혹은 관찰은 어떻게 했을까?

    다음 이과생들의 세 가지 사례를 갖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사례 1 : 학교 논문 대회

    서울대 수리통계과학부에 지원해 합격한 한 학생은 자소서 2번 의미 있는 활동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습니다. 왜 썼는가? 통계 자료가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사실 왜곡의 가능성이 있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통계 낼 때 시간이 오래 걸렸고 타당도 높이는 방안의 결론 내기가 어려웠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그 모든 과정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끼면서 버텼다. 변화와 발전이 있었나? 통계의 타당도를 대학에서 연구하겠다, 그래서 통계의 맹점을 보완하겠다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500자라는 짧은 분량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통계의 맹점이 무엇인지, 자신이 낸 타당도를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 쓰는 건 쉽지 않습니다. 500자면 이 정도로 충분한 겁니다. 맹점, 타당도와 같은 고교 과정을 뛰어넘는 전문성은 학종에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이 학생이 잘 한 겁니다. 자소서 속 소논문은 자기를 소개하기 위해 필요한 거지 보고서나 소논문 그 자체가 아니니까요.

    연역과 추상의 세계인 수학은 관찰 실험이 필요없죠. 수와 식이 들어가지 않으면 일반인도 읽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공대나 다른 자연과학 관련 학부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자소서에는 실험과 관찰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두 번째 사례를 보실까요? 

    사례 2 : 주제 탐구 프로젝트

    서울대 농생대에 지원해 합격한 한 학생도 자소서 2번 의미 있는 활동 중에 하나로 탐구 활동을 썼습니다. 이 학생의 자소서는 장점이 많았습니다. 소제목을 단 점, 책들과 논문을 활용해 지적 호기심과 독서력을 동시에 보여 준 점, 생체모방 기술이 농업 분야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심도 있게 알게 된 지식을 통해 전공적합성을 마음껏 자랑한 점 그리고 속도감 있는 문장 등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과생들은 전반적으로 글이 약한데 이 학생은 마치 국문과나 신문방송학과 학생처럼 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이 친구는 자소서 이 항목만 보고도 공부가 즐거운 학생이며, 평생 배움의 자세로 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지식의 실용성 실사구시의 정신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뽑고 싶은 학생이라는 욕망을 갖게 해주죠. 또 한 가지 이 학생은 저자인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는 적극성과 자기주도성도 느껴집니다.

    사례 3 : 학교 과제 연구 수업

    첫 번째 학생은 소논문 대회, 두 번째 학생은 주제 탐구 프로젝트, 이번에 소개해 드릴 세 번째 케이스는 과제 연구로 성격이 조금씩 다르죠. 과제 연구는 선생님이 적극 관여하시고 학교의 공식 수업처럼 장기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학교와 선생님들이 더 많이 관여할수록 신뢰도가 높아지겠죠. 이 학생은 자소서 2번 항목에 세밀함을 담았습니다. 생태교란종에 대해서 조사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디테일하고 섬세했습니다. 이 친구의 지원 학과가 공대나 농생대가 아니라 자연과학대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죠. 어려웠던 점, 연구하면서 새로 생긴 궁금증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자신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썼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 변화 부분이었습니다. 질문을 잘 안 하는 학생에서 잘 하는 학생으로 변화 그리고 생명과학 2 과목의 심화 학습을 고 2 때 미리 하는 적극성으로 이어진 것이죠. 이런 학생으로부터 질문 받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교수님들이라면...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