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KAIST 입학사정관 “독서량만 많은 것 의미 없어… 내년 영어 면접은 비중 적을 것”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6.26 15:53

  • [25일 2017학년도 KAIST 학사과정 입학설명회]


    “일반고 학생이 교과 내신이 올(all) 1등급인데, 교내 수상 실적은 하나도 없다고 쳐요. 이럴 경우 자기소개서나 교사 추천서를 찾아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내 경시대회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와 같은 맥락을 찾기 위해서요. 이런 배경을 서류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 평가자 입장에선 ‘내신만 관리하는 학생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독서량이 다른 지원자들의 2~3배에 달하는 학생이라면 학생부를 보고 바로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내용을 점검해요. 수상 실적 내용을 보기도 하죠.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라면 글쓰기나 토론대회 등 실적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실적이 없다면, 평가자들은 교과 성적을 비교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국어 성적이 좋다든지, 과학 서적을 많이 읽은 학생이라면 과학 성적이 좋을 수 있으니까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독서량이 많다는 건 큰 메리트가 없어요.”(주현규 KAIST 입학사정관)



    비 온 뒤 땅이 젖은 25일 KAIST 서울 홍릉캠퍼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대강당 앞 주차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젖은 땅은 곧 수험생·학부모 대상 ‘2017학년도 KAIST 학사과정 입학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차들로 메워졌다. 일부 언론이 과학기술틀성화대학 공동설명회라고 보도했지만, 이날 열린 행사는 KAIST 단독 설명회였다. 이는 현재 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학교 측은 “일부에서 이공계특성화대학의 공동설명회라고 기사를 내 많은 분들이 잘 못 아셨을 것”이라고 했다. KAIST·DGIST·GIST·UNIST가 공동 진행하는 설명회는 내달 2일과 9~10일에 각각 대전 KAIST 창의학습관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신입생 입학 전형과 학교 시설 등을 안내하는 이날 입학설명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입학사정관의 “고 1이나 고 2 자녀를 둔 학부모도 계시냐”는 질문에 적지 않은 숫자가 손을 들었다. 학부모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대강당 화면에 학교와 입학전형에 대한 내용이 바뀔 때마다 ‘찰칵찰칵’ 휴대폰 사진을 찍는 소리가 이어졌다. 입학사정관의 설명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궁금한 것을 물으려는 학부모들이 손을 들고 기다렸다.

    일반전형과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 등 수시 전형에서는 우선 ‘면접’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인 KAIST 일반전형과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은 서류 70%와 면접 30%로 진행된다. 면접은 서류 토대 ‘사회적 역량’ 평가와 수학/과학 1문제씩을 해결하도록 하는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평가로 이뤄진다.

    면접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한 학부모가 “수학과 과학을 각각 1문제씩 푸는 방식인가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 입학사정관은 “서류 검증 ‘사회적 역량’ 면접 후에 수학 1문제, 과학 1문제를 풀게 됩니다. 과학은 지구과학을 제외하고 ‘물리’ ‘화학’ ‘생물’ 중 1개 과목을 선택해서 풀게 되고요. 서류 검증부터 각각 6분씩 소요되니 약 20분간 면접이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객석에서 곧바로 “Ⅱ과목이나 심화과목도 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교과 과정에 Ⅱ과목이나 심화과목이 없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는 평가 시 반드시 고려를 할 겁니다. 심화과목에 대한 가산점 부여 등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소개서 기재 시 유의사항’에 대한 질문 역시 나왔다. “자기소개서에 쓰지 말아야 할 부분 좀 정확히 알려주세요.”  주 입학사정관이 “아주 정확히 알려드리겠다”고 운을 떼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숙여 받아 적기 시작했다.

    “‘공인어학성적’과 ‘교과관련 교외수상 실적’ 2개를 제출하지 말라고 하고 있죠. 공인어학성적은 ‘어학성적명’과 ‘점수’ 두 가지, 교과관련 교외수상 실적은 ‘교과’ ‘교외’ ‘수상’ 세 가지로 평가합니다. ‘토익을 900점 맞았다’라고 쓰면 0점, ‘외국어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라고 쓰면 0점 아닙니다. 시험명은 안 밝혔으니 0점 처리 안되죠. 교외수상 실적에서는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라고 적으면 0점 처리 아닙니다. 우수한 성적이라고 했지 수상 내용은 안 적혔잖아요.”


    ◇올해 신설한 수시 '특기자전형', 공인어학성적·수상 실적 등 제출 제한 없어
      "내년 도입되는 일반전형 '영어 면접', 서류 검증 등 면접보다 비중 낮을 것"

    하지만 올해 KAIST 입시에서 이러한 배제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 전형이 있다. 올해 신설된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이다. △활동 △연구 △교과 △기타 등 특정 분야 영재성을 가진 자 20명을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이 1단계 서류, 2단계 면접으로 선발한다. 다른 수시 전형과 동일한 학생부종합 형태이지만, 제출서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자신의 특기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수상실적이라면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기입증자료’ 또한 PDF 파일로 필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타 전형과 중복해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특기자전형의 특이사항이다.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이공계 연구중심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수시 6회 지원 제한’이 없는 KAIST는, 올해 특기자전형에 지원할 경우 타 일반대학에 여섯 번의 수시 원서를 낸 후 일반전형이나 학교장추천전형 등에도 지원할 수 있어 수험생들은 총 여덟 번의 수시 지원 기회를 갖게 된다.

    입학 전형에 대한 안내가 1시간가량 이어지자 학부모들은 '입결'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KAIST에 일반고 출신들은 얼마나 입학하는 지'가 주가 됐다. 설명회장을 찾은 대부분이 일반고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550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의 경우 과학고 등을 제외한 일반고 출신이 20% 정도 됩니다. 내년부터는 일반전형 면접에 영어 면접이 도입되는 것 아시죠? 20분 가량 진행되는 면접 중 일부만 영어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서류 검증 면접, 수학/과학 구술 면접, 그리고 영어 면접이 실시될 텐데 영어 면접 비중이 셋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큰 영향력을 두지 않을 것이란 의미예요.”

    일산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대신해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A씨는 "아이가 영재고를 준비하다 일반고에 입학했다. 내신이 그리 좋지 않지만 모의고사는 꾸준히 1등급을 받고 있다. 정시를 노려야할 것 같다"며 "수시 비중이 높아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내년부터 수시 일반전형에 영어 면접이 생긴다고 하니 잘 된 일이라고 봐야할 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 올해 KAIST가 대입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은 ▲일반전형 550명 ▲학교장추천전형 80명 ▲고른기회전형 40명 ▲특기자전형 20명(이상 수시 690명 내외) ▲수능우수자전형 20명 내외 등 750명 내외다. 일반전형과 수능우수자전형의 경우 각각 지난해보다 20명 내외, 10명 내외가 줄었고, 고른기회전형은 기존 30명에서 10명이 확대됐다. 대학 측은 “(고른 기회전형의 확대가) 대학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서”라고 했다.

    올해도 KAIST 입시에는 학과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무학과 선발’ 제도가 적용된다. 모든 신입생은 1학년 ‘무학과’를 거쳐, 2학년 진학 시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전과와 복수전공/부전공도 자유롭다. 주 입학사정관은 “매년 통계를 보면, 입학생의 50%가 2개 학기 후 학과를 선택할 때 입학 전 희망 전공과 다른 학과를 선택한다. 학생들이 학교 생활과 수업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매년 ‘무학과 제도’의 의미가 입증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