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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듀] 브로커 “문제 통째로 사는 데 5000만원” 제의… ACT 문제 유출 파문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2016.06.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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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문제 유출, 왜?]

최근 미국 대입자격시험 중 하나인 ACT(American College Testing) 한국 시험이 돌연 취소됐다. 특정 국가에서 치르는 ACT 시험이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험 두 시간 전, 전격 취소된 ACT

지난 11일(이하 한국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ACT 시험은 이날 오전 8시 한국과 홍콩의 56개 고사장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관사인 미국 ACT사가 시험 시작 두 시간 전인 오전 6시 전격적으로 ACT 시행 취소를 결정했다.

ACT사는 “이번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믿을 만한 증거를 확보해 한국과 홍콩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시험을 즉시 취소했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콜비 ACT사 대변인은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흔드는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부가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시험 문제를 훔치거나 파는 행위가 무고한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ACT사는 시험 시작 한 시간 전, 수험생의 이메일을 통해 취소 사실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고사장에 도착해서야 해당 사실을 확인하는 등 혼란이 일기도 했다. 콜비 대변인은 “두 국가의 응시생 5500여 명의 응시료를 전액 환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ACT사, 문제 유출 경로·방식 함구… 강남 학원가에선 소규모 어학원이 유출했다는 소문 파다

현재 ACT사는 문제 유출 경로·방식 등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콜비 대변인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유출됐는지는 조사하고 있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학원가엔 이미 관련 소문이 무성하다. ACT를 치르기 직전 서울 강남의 일부 어학원을 중심으로 문제가 유출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서울 강남 A어학원 관계자는 “ACT를 치르기 며칠 전 어떤 브로커가 일부 학원에 ‘문제를 통째로 빼냈다’며 접촉한 사실이 업계에 알려졌다”며 “이때 ‘미끼’를 덥석 문 학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B어학원 관계자는 “브로커가 제시한 구체적인 금액도 알려진 상황이다. 문제 중 일부를 사려면 3000만원, 통째로 구매하면 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엔 새로운 제안을 한다고도 들었다. 유출 문제 구매 의사가 있는 수강생을 은밀하게 소개해달라는 것이다. 소개로 판매 가격의 절반(1500만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학원 입장에선 유출 문제를 구매해 일부 수강생에게 되팔거나 여러 명에게 소개만 해도 수익이 상당하다. 몇몇 학원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나 금세 문제를 유출한 학원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했다.

C어학원 관계자는 “현재 브로커를 통해 문제를 입수·유출한 학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주변 추측으로는 현재 학원 운영이 어려운 소규모 어학원이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올리면 당연히 입소문을 탈 테고, 학원 수익으로도 연결되지 않겠나. 대형 학원들은 유출 사실이 금세 알려지기 때문에 몸을 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ACT 문제 유출 이미 예견된 일”… 현장 인식 개선돼야

업계에선 “ACT 문제 유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A어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ACT와 함께 양대 미 대입자격시험으로 꼽히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가 개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많은 한국 수험생이 ACT로 옮겨갔다. 새 SAT 적응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다. 한국에서 여러 번 불거졌던 SAT 문제 유출 사례로 인해, SAT를 치른 국내 수험생에 대한 미국 대학가의 인식이 좋지 않았던 점도 ACT 이동을 부추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CT 응시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나는 건 확실했다. 따라서 브로커들도 덩달아 ACT 쪽으로 몰릴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험지 보관 방식도 문제 유출 가능성을 높였다. B어학원 관계자는 “ACT 시험지는 3~7일 전에 시험 시행 국가에 도착한다. 관리는 민간업체가 한다. 마음만 먹으면 시험 직전 급하게 ‘진짜 문제’를 빼돌릴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고 했다.

학생·학부모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 유출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C어학원 관계자는 “한국 수험생들은 미국 대학 입시의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히는 비교과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학생·학부모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ACT에서 고득점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미국 대입은 여러 가지 평가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 ACT 점수에 합격 여부가 달렸다고 할 순 없다. 게다가 지난 2013년 SAT 문제 유출 건으로 한국 수험생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고득점을 받은 한국 학생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학생·학부모의 그릇된 인식이 낳은 단면이다. 따라서 허약한 생태계 못지않게 학생·학부모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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