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국어 5·영어 4·탐구 4등급인 학생, 한양대 보낸 비결은?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5.26 17:32

  • <大入, 수시로 대학간다> 저자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 인터뷰



    "진학교사로 일하던 중 알게 된 아이가 있어요. 내신 3등급에 비교과 실적도 없어서 별다른 전형 대비 없이 수능을 준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늘 주눅이 들어있는 아이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들여다보니 영역별 등급이 5-1-4-4-5(국어-수학-영어-탐구-제2외국어/한문)더라고요. 서울 중상위권 진학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죠. 꾸준히 수학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고 무작정 한양대와 서강대를 목표로 논술전형 대비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자연계 논술에서 수학만 보는 대학들이거든요. ‘너 정도면 충분하다. 나만 믿어라.’ 확신 없는 아이에게 계속 세뇌시켰습니다. 한양대 진학 후에도 이 학생은 종종 자신의 합격이 믿기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생각도 못한 학교를 거닐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죠."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교육계에서 ‘수시통’으로 불린다. 수험생 상황과 성적에 맞춘 수시 전략으로 대학에 보낸 학생만 수십 명이다. 서울 문일고에서 10여 년간 고3 담임을 맡으며 대입 지도에 전념하다 2006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 대입지원단으로 활동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수시로 대학 가는 시대에서 학교 환경과 학생에 맞는 입학 전형·입시 전략을 연구하다보니 강의와 저술에도 뛰어들게 됐다.

    최근에는 수십 명을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보낸 노하우 등 실질적인 입시 전략을 책으로 담아냈다. △황병원 강서고 교사 △조진호 마포고 교사 △유제숙 한영고 교사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 △주동식 세화고 교사 등 5명의 진학교사들과 함께 <大入, 수시로 대학간다(꿈을 찾는 ‘6장 원서’ 선택)>를 펴냈다. 대학별, 전형별로 다르게 요구하는 전형 방법을 분석해 각 대학이 요구하는 성적 등을 ‘톡’ 까놓음으로써 수험생들이 자신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 지침서다. 지난해 출간한 <大入, 수시로 대학간다('물수능'의 '6장 원서'선택)>를 2016 입시 결과와 2017 대입 특성 등을 반영해 각색한 내용이다. 나머지 5명의 저자들과는 서울시교육청 대학지원단 활동으로 만났다. 대입지원단에서 7년 이상 몸 담은, 고교 현장의 뼈 굵은 진로·진학지도 전문가들이 수험생을 위한 솔직한 입시 가이드를 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대입지원단 부장 10년차,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를 만나 ‘수시 확대에 따른 수능 영향력’ ‘합·불 사례의 활용법’ ‘학종 시대의 부작용’ 등 가감 없는 입시토크를 나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하는 수험생 30~40% 불과…
    서울대 일반전형 등 제시문 면접에서도 ‘수능 역량’ 요구

    펴낸 책 제목은 ‘수시로 대학 간다’이지만 김 교사가 강조하는 것은 ‘정시(수능)’의 중요성이다.

    “정시는 끝까지 쥐고 가야 하는 끈이에요.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 최저’)은 수험생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홍익대 공대의 경우 지난해 수능 최저 충족률이 16%밖에 안 됐어요. 다른 대학도 높아야 30~40%밖에 안 됩니다. 모집인원이 가장 많은 학생부교과전형도 85%는 수능 최저를 반영해요. 결국 대입 열쇠는 ‘수능’이라는 겁니다.”

    그는 “정시에 강한 학생이 논술과 면접에도 강하다”고도 일갈했다. “서울대 일반전형이나 고려대 학교장추천, 융합형인재전형의 면접은 ‘세미 논술’에 가까워요. 제시문 자체가 수능 역량이 뒷받침 돼야 대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학생부 위주 전형이라도 내신과 비교과 경쟁력만으로 합격하기 힘들어요. 학업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수능이에요. 정시에 강한 학생이 교과과정 토대 사고력을 요하는 면접이나 논술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죠.”

    이른바 ‘학종 시대’와 논술·정시 축소에서도 “정시의 힘은 여전할 것”이란 게 김 교사의 단언이다. 올해는 변화가 적지만 2018학년도는 주요 대학이 입학 전형에 커다란 변화들을 예고한 해다. 고려대가 논술을 없애고 모집 인원의 약 72%를 학생부위주 전형으로 선발하는데, 이중 54%를 고교추천전형으로 모집한다. 동국대도 수시모집 비율을 전체의 71%까지 끌어올리면서 올해 772명인 학생부종합전형 인원을 내년도에 1472명까지 확대한다. 2배가량 증원되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학종이라고해서 비교과의 경쟁력만 강하면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과의 경쟁력이 학업발전성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중위권 대학들은 정시 비중을 35~45%까지 유지하고 있다. 수능 경쟁력이 담보되는 학생은 수능에서 대입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논술이 축소되고 정시 비중이 줄었어도 2017에서는 그 감소 폭이 적다. 대세를 바꿀 만큼 지장이 있다는 게 아니란 뜻이다. 정시에 강한 학생은 수시에서는 논술을 대비하고, 정시를 함께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다. 수능이 강한 수험생들의 논술 합격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인문계는 국어·사탐이 강한 학생이 논술에도 강하다. 자연계는 수학·과탐과 논술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고 했다.

    진학교사들에게는 매년 바뀌는 입시 제도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주문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몇 년 진학지도를 하다보면 타성에 젖어 새롭게 변하는 입시 변화에도 움직임이 더딜 수 있어요. 교육청 주관 연수 등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해 최신 정보를 흡수하고 변화에도 대응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대교협이 개발해 일선 고교에 보급한 ‘대입상담프로그램’은 절대 참고만 해야 합니다. 합·불 자료가 수십 만건 탑재돼 있고, 비교과 내용까지 비교해 볼 수 있지만 지난해 입결과 올해 입시는 다르거든요. 수능 최저를 완화하거나 강화한 곳들도 많아요. 수능 최저를 반영하다 폐지한 경우에는 교과 등급이 상승할 수도 있고요. 학과에 대한 인기나 경쟁률에 따라 변동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파악해 조절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들 진학교사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