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지난 여름방학에 뭐했나’ 질문… 해외 명문대 노린다면 ‘방학’ 잘 보내야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5.25 15:55
  • [美·英 명문대 신입생 3인 합격 비결 들어보니]

    5월이 되면 해외 대학은 신입생 선발을 마무리한다. 최근 미국·영국 명문대 입학 경쟁률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해외 경쟁자들이 급증하면서 국내 고교 합격생이 주춤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어려운 외부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국의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3인을 만났다. 이들이 꼽은 합격 비결은 전공 분야 연구·논문, 시민단체 활동, 영어토론 등이다. 3인의 고교 생활을 들여다 봤다.

    ※참가자 소개(사진 왼쪽부터)
    이준(옥스퍼드대 생명과학부 입학 예정·경기외고 졸)
    홍지훈(스탠퍼드대 정치학과 입학 예정·민족사관고 졸)
    고현조(브라운대 동아시아학부 입학 예정·대원외고 졸)

    이준|옥스퍼드대 생명과학부 입학 예정·경기외고 졸
    "과학 심화공부 위해 대학 연구실 문 두드려"

    이준군은 경기외고에서 IB(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제도) 과정을 이수하면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IB 과정은 소수 정예 수업으로 이뤄지며 토론을 강조한다. 이군은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교사와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관심 분야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군은 진로와 관련한 심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외고라는 특성상 과학에 몰두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직접 대학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방문하기를 반복하던 이군은 가톨릭대 광의학실험실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그는 고교 3년 동안 학교가 있는 의왕과 대학 연구실이 있는 부천을 왔다갔다했다.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아 중 1때부터 항상 과학 내신은 1등급이었어요. 성적표를 교수님께 보여주면서 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연구실 참관을 허락받고 처음에는 실험용 생쥐 우리를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학원생 연구를 곁에서 지켜봤죠. 논문 쓰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과 연구 문화도 익혔어요. 실험을 시작하면 2~3일 씩 가만히 결과를 기다릴 때가 있는데, 이 시간에 학교 공부를 하는 등 정말 열심히 노력했죠.”

    주말과 방학에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대학 연구실에서 살다시피했다. 실험을 거듭하면서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논문을 준비했다. 고 2 때부터 1년 이상 준비한 논문을 3학년 때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존스홉킨스대가 개최한 학술회의에 참가해 논문 내용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려 했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며 “포기하기 않고 계속 도전해 결국 길을 열었다”고 했다.

    홍지훈|스탠퍼드대 정치학과 입학 예정·민족사관고 졸
    시민단체 활동 참여로 정치 관심 드러내

    홍지훈군은 지난 2012년 테드(TED) 강연을 통해 캐런 체(Karen Tse) 국제정의연대(IBJ·International Bridges to Justice) 대표를 알게 됐다. IBJ는 개발도상국 등에서 시민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 비정부기구다. 홍군은 그해 5월 ‘세계인권도시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체 대표를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초청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지금도 고문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IBJ의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관여했다”고 했다.

    “IBJ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기 때문에 1년여 동안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고교생이 됐을 때 전 세계에 청소년 지부가 생겼는데, 저는 한국 지부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길거리 캠페인, 리더십 세미나 등을 진행했죠. IBJ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그는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면 전공 분야와 관련한 비교과 활동과 수상 실적을 일관성있게 자기소개서에 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에 제출하는 ‘공통 원서(Common Application)’에는 비교과 활동을 최대 10개, 수상 실적을 최대 5개까지 적을 수 있다.  여기에는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활동을 최우선으로 기재해야 한다.

    “방학을 잘 활용해 인턴이나 캠프 참여 등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활동을 준비하세요. 스탠퍼드대는 지난 2년 동안의 여름방학에 했던 활동을 쓰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합니다. 저는 고 3 여름방학 때 TASP라는 미국의 인문학 캠프에 참여해 전 세계에서 선발된 학생들과 대학 수준의 인문학·정치학을 공부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정치학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고현조|브라운대 동아시아학부 입학 예정·대원외고 졸
    영어토론으로 유학에 필요한 소양 키워

    고현조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약 2년 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유학을 처음 꿈꿨다. 대원외고에 진학한 이유도 체계적으로 유학 준비를 도와준다고 들어서다. 고양은 해외 명문대에 합격한 고교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꿈을 구체화했다. 그는 “유학을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고 폭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며 “입학 전부터 유럽,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캐리비안 지역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온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고양은 중·고등학교 재학 내내 영어토론에 몰두했다. 자기 의견을 말하며 남을 설득하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고 1 때까진 토론대회에 출전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2학년 초 영어토론 동아리 학년장을 맡을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후배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해 참가하면서 수상 실적이 점점 늘었다. 그해 한국외국어대가 주최한 영어토론대회 고등부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동아리 학년장을 맡으면서 토론의 핵심을 파악했어요. 신입생들의 토론 실력, 특징, 약점을 분석하고 어떻게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저도 성장했습니다. 중학생 땐 단순히 누가 더 영어를 잘하는지, 누가 더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지, 얼마나 멋있게 말하는지 등 핵심과 동떨어진 것에 집착했거든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몸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