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특목자사고 합격 가능성과 대입 유불리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5.24 09:45
  • 이미 신입생 선발이 한창인 영재학교에 이어 과학고, 자사고, 외고·국제고 등 상위권 고교들의 전형 발표 또는 입학설명회 시작이 본격화되면서 중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일찌감치 방향 설정을 마치고 오로지 목표 학교의 합격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수험생도 있지만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 막연하게나마 고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결정적 선택 앞에서는 한참을 망설이다 뒤늦게 뛰어들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보다 일반적이다.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이러한 과정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합격 가능성과 대입 유불리에 대한 고민이 자리한다. 어쩌면 그 출발점부터가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당락 여부나 명문대 진학 가능성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고입 아젠다를 살펴봤다.

    합격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최상위 고교들의 신입생 선발 방식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은 기본적으로 정성평가다. 대부분 학교들은 1단계 통과를 위한 교과내신 커트라인이 존재하지만 최종 합격에 결정적이지는 못하다. 학생부 비교과 내역이나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과정 등이 내신과 함께 총체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내신 이외의 전형 요소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커트라인이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수험생 스스로가 해당 전형 요소들의 자기 경쟁력을 사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누구라도 합격을 장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당락 가능성만을 두고 고교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 무의미에 가까운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1단계 통과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최종 결과 이전에 도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확실한 합격에만 매달려 뒷일(?)을 감당하지 못할 바에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위권 고입 준비에 대한 의미 부여는 개인에 따라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다음과 같은 경험들이 유익할 수 있다.

    첫째는 자기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꿈과 끼’를 요구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누구에게나 진로 설정을 우선 과제로 안겨준다. 특목·자사고 입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2년 뒤, 혹은 3년 뒤로나 미뤘을 숙제들이다. 미숙하게나마 자기 삶 전체에 대한 밑그림을 처음으로 완성해본다는 것은 그것이 설령 ‘입시용’일지라도 의미 있다.

    둘째는 자기 생활에 대한 성찰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자기를 되돌아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관련 기록이나 과거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 속에서 목표 지향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도 있다.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 과정을 배울 수만 있다면 미래의 더 크고 소중한 합격의 밑거름으로 충분하다.

    셋째는 대학 입시에 대한 사전 경험이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최근 대세로 자리잡아간 학생부종합전형은 자기주도학습전형과 같은 맥락의 선발 방식이다. 목표 대학의 합격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떤 계획과 활동이 필요한가를 고입 준비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대입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대입이 다양해지면서 명문대 교두보를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고입 셈법’도 복잡해졌다. 진학 실적만 보고 특목고나 자사고에 끌렸다가도 내신 관리 등을 생각해 다시 일반고로의 선회를 고민하는 일도 적지 않다. 실제 입시 현장에서 고교 선택 과정은 대학과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입학 후 내신 유불리나 통학 근접성, 기숙사 유무, 남여 성비율, 지역 프리미엄뿐 아니라 최근에는 특정 대학이나 전형에 최적화된 해당 학교만의 커리큘럼이 고려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고입 수요자들이 이처럼 골치 아픈 고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대입과 달리 고입은 성장기, 과도기 입시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치러야 하고, 마지막 최종 목표까지를 별도로 계산하다 보니 사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입시 특성을 고교 선택의 명확한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최종 목표도 아니고,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착해볼 필요가 있다. 대입이나 사회생활을 위해 자신이 쌓고자 하는 능력을 어느 학교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성장시켜줄 수 있느냐가 그 핵심이다. 단지 ‘내신 따기’가 쉽다는 이유로 일반고를 선택하는 것은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특목고를 선택하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능력과 해결하고자 하는 질문들이며 그 질문에 보다 명확한 답변이 가능한 학교를 찾아내는 것이다.

    전략이 아무리 중요해도 본질에 앞설 순 없고 상당수의 전략들은 편법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입시 현실이다. 대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 준비 과정은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자신만의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교, 그것이 고교 선택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