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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교과가 좌우… 스펙쌓기만 하면 헛수고"

박세미 기자

2016.05.2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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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018학년도에 78% 선발… 권오현 입학본부장 인터뷰]

단순히 내신등급 보는 것 아닌 수강과목 구성·수업 활동 평가
소논문 작성해도 가산점 없어
2021학년도 이후에는 정시에도 학종 도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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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학종'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교내 수상 실적, 동아리·봉사활동 등 비(非)교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수시 모집 입시 전형이다. 학종 논쟁이 커진 것은 상위권 대학에서 학종을 확대했고, 일부에서 이 전형이 사교육 잘 받은 고소득층 학생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실제 고2 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이 전체 모집 정원의 43%를 학종으로 뽑는다. 특히 서울대는 신입생 10명 중 8명(78.4%, 2491명)을 학종으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입시 트렌드인 '학종'을 사실상 서울대가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학종파(派)'라고 말하는 권오현(58·사진)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만나 대입에서 학종을 확대하는 이유와 어떻게 학생을 뽑을지에 대해 들어봤다.

―학종에 대한 학부모들 걱정이 많다. 비교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우려다.

"왜 학종에서 비교과가 자꾸 강조되고 있는지 미스터리다. 비교과 비중이 컸던 과거 입학사정관제 시절엔 개인의 독특한 스펙이 내신 2~3등급 차이까지 뒤집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 입시가 공교육과 멀어졌고,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게 학종이다. 학종은 철저한 교과 중심이고, 비교과 활동 역시 교과에 연동돼야 평가받는다. 서울대 학종은 대부분 교과에서 당락(當落)이 좌우된다고 보면 된다. 수험생이 비교과, 즉 수상 실적이나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건 악수(惡手)다."

―비교과를 준비하기 위해 교과 선행 학습 시기가 더 빨라졌다는 얘기도 있다.

"그건 서울대 입시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교과를 그렇게 준비하기 위해선 교과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교과를 선행 학습으로 해결하면 학교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다.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서울대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것이다."

―일부에선 학종을 위해 소논문 쓰기가 필수가 됐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 부작용도 많다.

"서울대는 (고교 시절 작성한) 소논문에 대해 한 번도 가산점을 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내신 등급인가?

"내신 등급이라기보다 수업 활동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일반고든 자사고든 어떤 과목을 듣고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는지를 학생부에 기록하면 된다. 만약 내신 등급이 가장 중요하다면 수강생 많고 쉬운 교과목만 들었던 지원자가 서울대 학종에 합격할 것이다. 그러나 수강생이 비록 30명뿐이고 점수도 2~3등급밖에 안 되지만 자기가 원하는 심화 과목을 들으며 적극적으로 탐구 활동을 한 학생을 (우리는) 더 평가할 수 있다."

"서울대 입시는 교과와 비교과를 구분해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더구나 교내상 몇 개면 몇 점, 봉사 몇 시간이면 몇 점, 이런 식의 점수 매기기는 엄금(嚴禁) 사항이다. 오직 ▲학업 역량(학업 성취도) ▲학업 태도(수업 태도 등 공부와 관련된 열정) ▲학업 외 소양(학교생활·봉사활동·사회성 등) 세 가지 영역으로만 나눠 평가한 뒤 이를 종합한다. 세 가지 영역 안에 교과와 비교과가 반영되는데, 이 가운데 학업 역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학업 역량이 수준 이하인데 나머지에서 점수를 많이 받아 역전한다는 건 사실 힘들다. 물론 학업 역량이 다소 떨어지지만 피눈물나게 노력했다든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했다든지 하는 경우는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

―학업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나?

"학생부 내 교과 영역 표를 꼼꼼하게 뜯어본다. 단순히 등급을 읽는 게 아니라 예컨대 그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그 과목의 등급은 어떤지, 원점수는 얼마인지, 수강생 평균 점수는 얼마인지, 총 몇명이 과목을 들었는지, 표준편차는 어떤지, 전체적인 과목 구성이 어떤지 등을 모두 평가한다. 이어 세부 특기 사항으로 가서 해당 수업에 학생이 어떻게 참여했는지, 관련된 분야의 교내 대회에서 어떤 상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면 한 학생의 수학 과목 능력, 과학 과목 능력, 국어 과목 능력이 한눈에 보인다."

―일각에선 학종이 경제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가정 자녀에게만 유리하다고 하는데.

"학종이 대입의 중심인 지금 서울대에 입학생을 내는 고교는 800개가 넘는다. 수능이 대입의 중심이던 시절엔 이보다 훨씬 적었다. 오히려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입시가 학종이다. 지금 다시 수능 중심 입시로 돌아간다면 일반고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내는 건 꿈속의 일일 것이다. 특목고·자사고가 생기면서 그동안 고교 체제가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는 당분간 학종으로 가나?

"적어도 2020학년도까지 학종과 정시 비중은 8대2 수준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능이 계속 쉽게 출제되면 서울대도 정시에 대한 고민이 크다. 2021학년도 이후에는 정시에도 학생부 전형을 도입하거나 심층 구술 고사 등 대학별 고사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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