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고교 교사가 말한다] ‘한 등급 점프’하는 영어 학습 전략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5.04 16:44


  • [수능 D-200] ③영어 영역

    2017학년도 수능이 채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영역의 하나가 ‘영어’다. 내년 절대평가 전환을 앞두고 올해 마지막 상대평가 체제로 치러지면서 ‘난도 하락’ ‘등급컷 상승’ 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수능 영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6·9월 모의평가에서 원점수 기준 1등급 컷 100점을 기록하다 난도가 급격히 조정(1등급 컷 94점)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다. ‘빈칸 추론’ ‘간접쓰기’와 같은 고난도 문항에 EBS 교재 지문을 조금씩 변형한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수험생 체감 난도(難度)도 요동쳤다.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73.3%로 전 영역 중 가장 높았지만, 변형된 지문에 수험생들이 당황하면서 체감 난도가 높아졌다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교육계는 올 수능을 앞두고 간접연계 등을 고려해 “EBS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교육 기관들도 다르지 않다. 정용관 스카이에듀학원 총원장은 “작년 수능에서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아진 부분은 EBS에 대한 유사주제 문제의 연계를 학생들이 직접적인 연계로 느끼지 못한 부분이 크다”며 “EBS는 영어 학습교재로 생각하고 영어의 수준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상대평가 체제로 치러지는 올 수능 영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교 교사들과 함께 짚어봤다.


    ▲영역별 학습 전략
    수능 영어에서 ‘듣기’는 총 45문항 중 17문항, 100점 중 37점을 차지하는 적지 않은 비중이다. 오세종 계산고 교사는 효과적인 듣기 학습법으로 영어 대본을 활용한 ‘시나리오 학습법’을 제안한다. 듣기 대본을 짤막한 영화 각본이라 여기고 정독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놓친 어휘나 표현 등을 숙지하는 공부법이다. 오 교사는 “정답만 확인하거나 문제를 맞혔다고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대본을 정독하면서 자신이 놓친 단어나 관용표현, 발음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듣기 교재 혹은 기출 문항을 활용해 본인이 취약한 유형을 ‘듣는 연습’과 17개 문항을 집중해서 듣는 ‘실전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BS 교재 지문의 변형 등도 듣기 대본을 꼼꼼히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이원배 청원여고 교사는 “듣기나 말하기의 경우 대본이 변형될 수 있어 체감 연계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EBS 교재를 듣는 데 만족하지 말고 받아쓰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메모를 필요로 하는 문제 유형에서는 대본의 내용을 문제지에 꼼꼼히 메모하여 오답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접말하기 영역은 순간적으로 영어문장 형식의 선택지들을 읽고 해석해 정답을 신속하게 찾는 기술을 요한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짧은 시간에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능에서 짧은 대화 응답 2개, 대화 응답 2개, 담화 응답 1개 등 5개 문항이 출제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법은 쉬운 수능 체제라도 확실히 학습해둬야 하는 부분이다. 지문 난도에 관계없이 정확히 알지 않으면 틀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11학년도부터 빈칸 완성 유형 난도가 높아지기 전까지 문법이 오답률 1위를 지켰던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문법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개념학습보다는 동일한 유형의 실전문제를 많이 풀어 자주 출제되는 문법요소를 정리하고,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찾아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다.

    어휘는 문장과 문장 사이 의미 연결 관계를 파악해 ‘문맥 추론’ 위주로 연습하다보면 감각을 익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원배 교사는 “영어 성적이 하위권이거나 기초가 부족한 학생일수록 어휘 실력 향상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단어를 많이 아는 학생들은 문법이나 독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지문의 대략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정답을 골라낼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읽기영역은 자신이 어려워하는 유형에 우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오 교사는 “대의파악문항(목적·주제·제목·요지·주장·심정), 세부사항파악문항(내용일치·안내문일치·도표내용일치), 빈칸추론 등 문항을 꾸준히 연습하되, 본인이 어려워하는 문항유형에 시간을 투자해 집중 공략하라”고 권했다.

    간접쓰기는 빈칸 추론과 함께 기출 문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영역이다. 글의 순서 배열, 주어진 문장 넣기, 요약문 완성 무관한 문장 찾기 등으로 출제되는 간접쓰기는 유형별 문항들을 풀면서 전체적인 지문 구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 자사고 고3 교사는 “영어는 다른 과목에 비해 기출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영역이다. 간접쓰기와 빈칸 추론의 경우 기출문제를 반드시 익혀야 한다”며 “시간이 부족하면 기출문제라도 우선 챙겨보라”고 강조했다.

    빈칸 추론 못지않게 수험생이 실수하기 쉬운 유형으로 꼽히는 영역도 ‘간접쓰기’다. 주어진 문장 삽입, 글의 순서배열, 전체 흐름과 무관한 문장 찾기, 요약문 완성하기 문항의 경우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만 정답을 고를 수 있어 적지 않은 시간이 할애되기 때문이다. 35~40번에 위치해 있어 수험생 집중도에 따라 체감 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오 교사는 “간접쓰기 영역은 수능에서 6개 문항이나 출제돼 빈칸추론보다도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습관을 기르려면 문장들 간 연결고리를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난도 문항 단골 손님 ‘빈칸 추론’ 대비법
    지난해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다수 입시 기관들이 영어 영역 고난도 문항으로 꼽은 문제는 33번과 34번이다. 모두 3점 배점의 빈칸 추론 문제다. 반복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를 빈칸으로 제시하는 유형으로, 수험생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문항으로 꼽힌다.

    우선 빈칸추론은 ‘출제자는 절대로 글의 요지와 관련이 적은 어구를 빈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당 지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용어나 내용이 빈칸에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배 교사는 “빈칸에 들어갈 내용은 빈칸 주위에 숨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빈칸에 들어가는 단어는 그 지문 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는 어구고, 반드시 다른 형태로 반복 등장한다"며 "빈칸의 전후 부분이나 빈칸이 포함된 문장과 비슷한 내용의 문장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요령”이라고 귀띔했다.

    빈칸에 들어갈 말을 우리말로 먼저 생각해 정답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한글로 답을 유추한 뒤 영어로 제시된 선택지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선택지가 정답일 확률이 높아진다. 오 교사는 “가장 핵심어인 빈칸에 들어갈 내용이 우리말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 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첫 문장부터 호기심을 갖고 글의 요지를 추론하면서 읽는 습관을 기르면 3점 문항이 가장 많은 빈칸유형에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준별 학습 전략
    교사들이 지적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패턴 중 하나는 ‘실전 감각의 결여’다. 모의평가 등 평소와 달리 본 수능에서 예상 밖의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꾸준한 문제 풀이로 실전 감각 배양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평과 모평에서 복합문단의 빈칸추론문항(42번 문항)을 실수하는 최상위권이 많았던 것도 이러한 경우다. 이 교사는 “해마다 최상위권의 학생 일부가 수능 영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저조한 성적을 받아 입시에 실패하는 경우를 봤다”며 “EBS 교재를 활용해 스스로 연계 문제를 예상해보고, 스스로 시간을 정해 실전문제를 자주 풀어봄으로써 실전 감각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위권(3~4등급) 학생들은 본인이 취약한 문제 유형을 파악해 유형별 접근법을 숙지하면 편하다. 유형별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 문제를 푸는 것은 공식을 외우지 않고 수학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같다.

    중하위권들은 신출어휘만 제대로 숙지해도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이 교사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단어 교재들 중 한 권만 독파하거나 혹은 EBS 연계교재의 신출어휘를 빠짐없이 암기만 해도 4등급까지는 충분하다고 본다”며 “얼마나 지문 원리를 파악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성적 향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BS 교재 및 강의 연계
    듣기의 경우 6·9월 모의평가와 본 수능에서 세트문항(16~17번)을 제외한 대부분 문항이 EBS 교재에서 연계된다. 영어 방송을 듣고 문제를 푸는 방식이라 연계됐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림일치문항’ ‘도표선택문항’ ‘담화내용일치’ 등과 같은 경우 동일 소재로 상당히 유사하게 출제되고 있다. 오세종 교사는 “유형편과 소재편, 실전모의고사를 꾸준히 반복해서 듣되, 영어 대본을 정독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영어 듣기대본을 짧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스스로 동기유발도 될 수 있으니 37점을 위해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보라“고 권했다.

    이원배 교사는 본문 문장을 다른 문장으로 바꾸는 형식인 ‘paraphrase’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문장의 독해/이해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변형 연계 문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에서 paraphrase의 중요성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paraphrase 접근을 위해서는 EBS 교재 전체 지문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흐름이란 ‘내용’이 아니라 ‘주제’를 의미한다”며 “한 지문당 연계문제를 최소한 3~5문제 만들어 내기 위해 정독하는 과정 속에서 보다 실질적인 지문 학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험생 숙지사항
    70분 동안 치러지는 수능 영어 고사에서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독해의 경우 45~50분 내 해결이 권장되는데, 산술적으로 한 문제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1분30~40초 남짓이다. 시간 안배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초반부에 나오는 상대적으로 낮은 난도의 문제 유형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후반부 빈칸 추론 이후의 어려운 문항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정도(正道)다.

    수능 영어의 출제 순서를 보면 출제자들이 얼마나 수험생을 배려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앞부분 글의 목적을 물어보는 문제부터 주제 요지, 도표, 일치, 불일치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중반부에 들어서는 빈칸 추론, 글의 순서, 요약문이라는 고난도 문제를, 후반부에는 앞에서 풀었던 문제 유형으로 구성된 장문독해를 풀도록 하며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 컨디션을 고려한 출제 순서를 지키고 있다.

    이원배 교사는 “수능 영어 문항은 (순서가) ‘기-승-전-결’로 짜여져 있다. 일부 수험생들이 시간을 절약하고자 지문이 길어 부담스러운 장문 독해문제부터 거꾸로 문제를 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지 않다”며 “역순으로 푸는 것 보다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해결하는 것이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2017 수능 영어 전략
    마지막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올해 수능 영어는 난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에 자신감 있는 재수생, 반수생들이 합류할 경우 등급컷도 다소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교사는 “올해 수능 영어가 어렵게 출제될 경우 내년 수능에서 영어에 자신 있고, 다른 과목이 취약한 재수생들이 양산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쉬운 출제가 예상된다. 하지만 쉬운 출제가 곧 수험생들이 풀기 편한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쉬운 영어를 기대하기보다 조금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쉬운 수능일수록 더욱 유의해야 하는 것이 ‘실수’다. 한 두 문항 실수로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달라지는 상대평가의 특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 교사는 “듣기 3개 문항, 읽기 7개 문항 등 3점짜리 유형에 대한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