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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장부터 밝혀야겠다. 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급격한 확대는 반대하지만, 원론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지한다. 지금까지의 수능 식 줄 세우기 전형이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전형)보다 더 공정하거나 미래지향적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명확성 면에서 강점이 확연하다. 수능은 문제가 공개되고, 본인의 가채점과 실제 성적표를 비교할 수 있다. 1점씩으로 서열을 나누었던 예전 학력고사보다 명료하지 않지만, 수능 표준점수와 백분위로 보면 자신이 전국에서 대략 몇 등정도 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과목별 반영비율과 가중치, 대학별 환산점수에 따라 유불리가 다시 나뉘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볼 수 없으나. 학력고사를 경험했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명확한 점수로 표현되는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에 마음이 더 끌리게 마련이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올 거라고 믿는 수능의 명쾌함은 그래서 학종 전형보다 학부모들에게 설득력이 높다. 투명성을 기본으로 하고, 공정성까지 담보한다면 수능 중심의 전형은 입시전형으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수능중심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사교육에서 자유로운가?
하지만 공정성의 벽 앞에서 수능만의 전형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사교육 세례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수능점수 상승효과가 높아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EBS 연계율을 올리고 수능이 쉬워진다고 해도 실수를 하지 않아야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 앞에 수능 중심의 전형은 그 약점이 뻔히 드러나 있다. EBS 교재를 더 빠른 시간 내에 수험생들이 익힐 수 있도록 정리하여 가르치는 사교육 강의의 효율성은 생각보다 크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사교육에는 EBS 수능 전문가가 EBS보다 적지 않다. 정시전형에서 재수생의 약진을 보면 수능에 미치는 사교육의 영향력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참고로 재수생들은 1년 동안 사교육만 받고, 일부 상위권 대학 등의 정시전형에서는 재수생들이 대략 선발인원의 50% 내외를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위권 대입 정시전형에 성공하기 위해 재수가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학종 전형은 고교교육 정상화란 교육적 목적 실현과 더불어 사교육비 증가를 막기 위한 정부의 목표에 일차적으로 부합한다. 그런데 학종 전형이 사교육비 증가를 더욱 유발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과 수상실적 등이 학종 전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자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혜택을 많이 받으리라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사교육 영향이 큰 대외 활동이나 수상기록은 예전의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달리 학종 전형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큰 이유는 소논문 등 자율 진로활동에 사교육이 관여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서 최근 고려대 등이 소논문을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언한 바 있으며, 서울대도 소논문이 학종 전형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학종전형과 사교육비 증가의 상관성과 관련한 필자의 견해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학종전형이 기존의 수능 위주 전형보다 사교육비 증가를 더 유발하지 않는다고 본다. 첫째, 학종 전형은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 전형이어서, 학종 전형의 확대로 재수생 수요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 둘째, 학종 전형은 기존의 수능중심의 전형처럼 산업화되기가 쉽지 않다. 1년에 매출을 수백억씩 올리는 대입 인강(인터넷 강의)강사가 있지만, 학종 전형 관련하여 유사한 사교육 모델이 가능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셋째, 학종 전형에서 교과활동과 관련하여 교과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내신 중심의 강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별로 나뉘어져 있는 내신 사교육의 특성 상 기존의 수능중심 사교육보다는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단 고교별로 학종 전형에 대한 대비의 차이가 크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라서, 이러한 인식이 바뀌기까지 단기적으로는 대입보다 고입시장에서 사교육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구체적인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보고서’를 대학별로 공개하자
다음으로 평가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논란은 학종 전형이 안착하기까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대학마다 자신들의 사정기준을 공개해나가겠지만 학종 전형의 특성 상 개별 학생평가의 무수한 경우의 수를 한 번에 정리하여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평가가 주인 학종 전형은 평가 시에 대학별로 학종 전형 평가요소를 정량화하는 분석 작업과 함께 입학사정관의 판단이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판단자의 주관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 전임, 위촉 입학사정관의 단계별 검토와 평가위원회의 선정 작업까지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학종 전형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렇게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종 전형은 대학의 선발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입시담당자의 도덕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해 하나의 대안으로 필자는 지금 대학이 매년 펴내고 있는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 이외에 각 대학마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하기를 권하는 바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망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에 대한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대학이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대학별로 입시 사정의 강조점이나 학과별 사례별 학종 전형 보고서를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공개한다면 평가과정의 불투명성에 관한 오해나 시비는 점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학생부종합전형 비판, 대안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