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국내大 해외 석학 모시기 안간힘… 교육 수준 높여 인재 유치 도움
박기석·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4.19 15:29
  • 국내 대학들이 국제화의 하나로 ‘세계 석학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명한 외국인 교수들을 영입해 대학 내 변화를 꾀할 목적에서다. 해외 석학을 초빙하면 국내서도 국제적 수준의 교육이 가능해 우수 학생 유치에도 도움된다. 건국대, 경희대, UNIST 등 국내 대학들이 초빙한 세계적 석학 외국인 교수진의 면면을 살펴봤다.

    ◇문화유산 보호 최고 전문가, 기쇼 라오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

  • 지난 3월 건국대는 기쇼 라오(Kishore Rao)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을 세계유산학과 초빙교수로 임명했다. 라오 교수는 인도 정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1994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부소장, 2011년 세계유산센터 소장에 취임한 그는 세계 각지의 유산 보호와 관리를 위해 전 세계 정부와 협업했다. 지난 2014년 건국대에서 특강을 한 인연이 교수 임용으로 이어졌다.

    건국대 세계유산학과는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이다. 국내 최초로 신설됐으며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활용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지리, 건축, 문화콘텐츠 등 건국대에 있는 관련 학문 분야 전문 교수진이 강의를 진행한다.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주임교수는 “세계 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쇼 라오 교수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건국대 세계유산학과가 국제인 역량을 갖춘 학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일에 박식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이만열)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1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임명됐다. 지난 2013년 국제학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동아시아 각국의 정책을 문화와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페스트라이쉬 교수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21세기북스)를 읽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다.

    미국 출신인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예일대에서 중문학 학사, 도쿄대에서 비교문화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중·일에 모두 정통하다. 그는 과거 “오랜 기간 중국과 일본을 연구하다 보니 그 사이에 있는 한국을 알아야 동아시아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밝혔다. 한국 고전문학 중 특히 연암 박지원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선비정신에 매력을 느껴 박지원의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외교부의 정책 싱크탱크인 주미한국대사관홍보원 이사로 지내며 동아시아 정치·사업에 대한 강의를 정례적으로 만들었다. 아시아 지역 현안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아시아 인스티튜트(The Asia Institute)의 소장을 지난 2013년부터 맡고 있다.

    ◇고분자 물리 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스티브 그래닉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2014년 1월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미국 일리노이대 재료공학과 석좌교수를 자연과학부 특훈교수로 임명했다. 그래닉 교수는 고분자 물리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매년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 받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산하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은 고분자 물리 분야 연구를 통해 기후, 에너지, 의료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는 그래닉 교수의 철학 때문에 생명현상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고분자 물질과 기체나 액체 속에 섞여 있는 특정 분자 등 다양한 대상을 연구 중이다.

    또한 그래닉 교수는 지난해 4월 말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NAS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대부분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로,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서명한 미 연방법에 따라 과학 발전과 인류 복지에 기여한 과학자와 공학자 모임으로 꾸려졌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DNA 구조를 발견한 왓슨과 크릭 등 전 세계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NAS 회원이다. 그래닉 교수는 “과학자가 되는 데 배경지식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며 “물리, 화학, 생물 등 학문적 경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호기심과 열정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하라”고 전했다.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논문 게재된 바르토즈 지보브스키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폴란드 출신 과학자인 바르토즈 지보브스키(Bartosz Grzybowski)는 지난 2014년 UNIST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그는 2000년 하버드대 학사를 졸업하고, 2003년부터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9년 노스웨스턴대 비균형 에너지 연구센터(Non-Equilibrium Energy Research Center) 총괄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는 UNIST에서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된 연구 성과가 웨어러블 기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과학기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보브스키 교수팀은 금 나노입자를 활용해 유연하고 물기 있는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화학 전자회로(chemoelectronic circuits)’를 개발했다. 반도체 칩은 전자기기에서 복잡한 회로를 만드는 필수 부품이다. 그러나 습기가 있으면 회로가 망가지기 쉽고, 잘 휘어지지 않아 웨어러블 전자소자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보브스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습한 환경에서도 작동하고, 유연한 전자소자로도 만들 수 있는 ‘전하를 띠는 금속입자’를 선보였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