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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학교 제도를 학년제로 구분하지 않고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춘 12년제 통합형 학교 모형과 무학년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학회 사무국장)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교육정책포럼에서 “현재 학교 제도는 학교급과 학년제를 구분하는 경직된 제도로 운영된다”며 “이는 개인의 수준과 목표에 따른 자율적이고 통합적인 학제 운영을 막는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포럼은 ‘알파고 충격’을 경험한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 교육 제도를 만들어갈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국교육학회가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했다. 정 교수는 이날 포럼의 핵심 주제인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미래 교육정책 방향과 과제’에 대해 연설했다.
이날 정 교수가 꼽은 미래 교육정책의 방향의 핵심은 12년제 통합형 학교 모형과 무학년제다. 12년제 통합형 학교 모형은 교육과정 이수 기간을 법규에 따라 한정하지 않고 학교급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급을 나누고 수업 연한도 구분한다. 무학년제는 학년이나 계열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능력과 흥미에 맞는 수준의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학제를 뜻한다.
미국 브루클린·팰러앨토 등에 있는 ‘알트스쿨(Alt School)’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구글 임원 출신인 맥스 벤틸라가 설립한 알트스쿨은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거부하고 미래형 교육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학교’다. 나이나 학년에 따라 반을 편성하지 않고, 학생의 흥미와 특성에 따라 나눈다. 맥스 벤틸라는 “개인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면 학습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미래의 학교는 유연한 학교 제도 속에서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축하고, 학습자 중심 평가 체제를 통해 학생들을 평가해 대부분 학생이 완전학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12년제 통합형 학교 모형과 무학년제와 같은 미래형 학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한 핵심 추진 과제도 제안했다. 오는 2020년까지 유연한 학교제도와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등을 갖춘 ‘미래형 시범학교’를 현장에 도입하고, 미래교육을 구상하는 ‘범사회적 미래교육위원회’의 구성과 법제화 추진도 내세웠다.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류를 위해 대국민 토론회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정 교수는 “그동안 교사들은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모두가 동일하게 성취해야 할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해 주로 ‘교수자 중심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학습자가 더는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고 주어진 학문의 이론과 실제를 주입 받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욕구와 동기에 의해 학습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과 학습을 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 당국은 이번 포럼에서 나온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한 중장기적 과제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오늘 포럼에서 제안된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해외의 사례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교육의 장기적인 과제가 무엇인지, 어떤 정책들을 검토할 지를 종합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에듀]“‘알파고 세대’ 위해 12년제 통합형 학교, 무학년제 도입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