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SKY 2018 수능 영어 등급간 격차 무의미… 영어 수준별 대입 전략은?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4.01 17:37
  • 현 고 2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각 대학은 영어 절대평가 틀 속에서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전형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 18일 서울대가 1등급에 만점을 주고 한 등급씩 낮아질수록 0.5점씩 감점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각 대학이 영어 반영 방법을 연이어 공개했다. 영어 과목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우려 속에 고려대는 정시 비중을 줄이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최상위권 대학들의 2018학년도 입학전형안을 전문가들과 분석해 봤다.

    ◇서울대·고려대는 영어 변별력 감소, 연세대는 비교적 높아

    서울대는 2018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 1등급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삼고 한 등급씩 내려갈수록 0.5점을 감점한다. 산술적으로 1등급과 9등급의 차이가 4점에 불과하다. 서울대의 영어 반영 방법 발표 이후 입시에 영어 영향력을 없애겠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영어 원점수 90점 이상을 맞아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그간 전체 수험생의 약 10~15% 정도 됐다”며 “이는 서울의 4년제 대학 모집인원보다 많은 수준이라 서울대 입시 당락에 영어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역시 영어 변별력을 낮춘 것으로 여겨진다. 1등급 만점을 기준으로 2등급까지 1점을 감점하고, 3등급 이하부터 등급 간 격차를 2점으로 했다. 서울대보다 비교적 감점 폭이 크다. 한 입시교육기관의 전문가는 “사실상 서울대가 수능 영어 변별력을 0으로 만들었다는 여론을 반영해 고심 끝에 등급 간 점수차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강대도 1점(2등급까지), 3점(3등급부터)을 등급 간 감점 폭으로 설정해 비교적 영어 변별력을 낮춘 대학에 속한다.

    표면적으로 연세대는 서울대, 고려대와 달리 등급 간 점수차를 높게 설정했다. 1등급을 100점으로 하고 2등급은 95점, 3등급은 87.5점, 4등급은 75점 등 등급 간 점수 감소 폭을 다르게 했다. 2등급을 받으면 입시를 포기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수능 과목마다 반영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소 폭은 이보다 낮아진다. 2018학년도 인문사회계열 수능 과목별 반영비율에서 국어와 수학 만점이 각 200점인 반면, 영어는 100점에 불과하다.

    ◇상위권, 비교과활동·심층면접 등 수시 확대에 대비하라

    전문가들은 “상위권일수록 수시 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입을 모았다. 수능 영어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최상위권 학생을 뽑기 위한 대안으로 수시 확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존 상대평가 체제에서 영어 1등급을 안정적으로 받던 학생이라면 영어 학습량을 조금 줄이고 다른 전략 과목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고려대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전형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린다. 2017학년도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서강대 2018학년도 수시모집 비중은 80.1%로, 전년(72.1%)보다 대폭 늘었다.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는 “2018학년도 전형계획을 보면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높인 상위권 대학이 늘어났다”며 “면접을 확대하는 등 학생의 우수성을 직접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예컨대 서울대는 심층면접 시간을 45분으로 기존보다 50% 늘렸다. 연세대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면접형)을 신설하는 한편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했다.

    임 대표는 “면접 출제 범위가 고교 교육과정이더라도 충분히 학생의 우수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라며 “비교과 활동, 심층면접에 중점을 두고 수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위권, 영어 과목 영향력 여전해

    영어 과목은 중위권 학생들에게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시험 난이도가 같다는 가정하에 상대평가 체제에서 3, 4등급을 받던 학생들은 절대평가 체제에서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수시 최저학력기준에서 영어 등급을 기존처럼 요구하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이전보다 기준을 충족하기 수월하게 된다. 서울대는 2018학년도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여전히 국어·수학·영어·탐구 과목 중 3개 영역에서 2등급 이내를 받도록 최저학력기준을 정했다. 실질적으로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된 셈이다.

    심우철 이투스 영어강사는 “예컨대 최저학력기준으로 ‘2개 영역 합 4이내’를 요구하는 대학에 지원한다면 상대적으로 1등급을 받기 쉬운 영어에서 1등급을 확보하고 다른 영역에서 등급을 맞추는 조합을 짤 수 있다”고 했다. 중위권 학생들은 기존보다 영어 등급을 수월하게 높일 수 있어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유리하다.

    중위권 대학은 상위권처럼 수시 비중을 크게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성호 대표는 “수시 비중을 늘려 상위권 대학과 모집 경쟁을 하려는 중위권 대학은 적을 것”이라며 “정시 비중을 현 상황으로 유지하는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영어 성적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수험생 황힘찬(서울 오금고 2)군은 “영어 2등급을 받으면 목표하는 대학 입시에서 불리한 건 마찬가지여서 무조건 1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며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영어학원을 다니며 최상위권이 아닌 주변 친구들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한다”고 했다.

    각 대학은 지난달 31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 같은 입학전형안을 제출했다. 대교협이 전형안을 승인하면 4월 중 전형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조미정 김영일입시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중상위권 대학이 영어 등급 간 격차를 어떻게 두는지가 실질적으로 수험생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며 “학생들은 지원하려는 대학이 영어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유의해서 대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