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바둑·골프·승마… 고입 현장에서 주목받는 스포츠 특성화고·특목고 셋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3.16 18:53
  • 한국바둑고·함평골프고·한국마사고 제공
    ▲ 한국바둑고·함평골프고·한국마사고 제공
    최근 고교 입시 현장에서 스포츠 특성화고·특목고가 주목받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으로 열풍을 일으킨 바둑, 연일 그린 위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골프 등이 각광받으면서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알려진 승마 관련 특성화고도 예비 고교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기 치솟는 스포츠 특성화고·특목고를 소개한다.

    ◇국내 유일의 바둑 특성화고, 한국바둑고

    ‘인간과 AI의 대결’이 민심(民心)에 불을 질렀다. 그야말로 ‘바둑 열풍’이다. 덩달아 교육 현장도 들썩인다. 초·중·고를 가리지 않고 교내 바둑부 창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고교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바로 전남 순천에 있는 한국바둑고다.

    한국바둑고는 국내 유일의 바둑 특성화고다. 정원은 105명. 2013년 설립돼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백태금 교무부장은 “학교 역사는 비교적 짧다. 하지만 바둑 특기자들이 해마다 늘면서 서서히 특성화고의 면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유명 프로기사도 이 학교 소속이다. 여자바둑리그 원년 MVP와 지난해 역대 여성 최다승(54승)을 따낸 오유진 2단이 재학생이다.

    2013학년도 첫 학생 모집 때, 우선 선발 전형(바둑 특기자)와 일반 전형 비율은 2대 8쯤 됐다. 이듬해부터 바둑 특기자들의 지원이 늘면서, 올해는 입학생 전체의 80% 수준까지 올랐다. 백 교무부장은 “내년엔 바둑 특기자 비율이 95%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바둑 특성화고답게 수업 단위의 절반은 바둑 관련 교과에 할애한다. 바둑 실기, 현대바둑, 바둑학개론 등을 배운다. 나머지 절반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일반 교과를 공부한다. ‘바둑 강국’ 중국의 바둑을 이해·연구하기 위해 중국어도 익힌다. 특별 교육도 있다. 한 학기에 최소 한 차례 이상 ‘프로기사 초청 지도 다면기’도 진행한다. 다면기는 프로기사 1명과 아마추어 여러 명이 맞붙는 대국을 말한다. 그동안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목진석·박정상·송태곤·김지석 9단 등이 다녀갔다. 백 교무부장은 “앞으로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대가들을 더 모실 예정”이라고 했다.

    고교 과정 목표는 아마 5단, 바둑지도자 3급 자격증 획득이다. 백 교무부장은 “이는 학생들이 졸업 후 프로기사 혹은 바둑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끔 돕는 장치”라고 했다. 대학 진학도 권장한다. 지난해 졸업생 39명 중 14명이 명지대 바둑학과와 세한대 생활체육학과(바둑 전공)에 입학했다.

    진로도 다양한 편이다. 백 교무부장은 “바둑 실력은 조금 떨어지는 대신 글솜씨가 뛰어난 학생은 바둑 기자, 언어 구사 능력이 출중한 학생은 바둑 캐스터나 해설 등 미디어 관련 진로를 권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사범대 진학을 도와 일선 학교의 바둑부 담당 교사나 바둑고 교사도 될 수 있다. 지난해 졸업생 중 사범대 진학한 학생도 있다. 해외 시장에 바둑을 보급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2018년 이후엔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인 바둑 교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 교무부장은 “현재 전남도교육청이 2018년 개교를 목표로 한국바둑고 인근에 바둑 중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중·고교 심화 교육을 통해 더 많은 바둑 엘리트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골프 특목고로 거듭난 함평 골프고

    전남 함평 골프고도 주목받는 스포츠 특성화고·특목고 중 하나다. 신지애·전인지 등 유명 프로골퍼가 이 학교 출신이다. 2002년 골프 특성화고로 출발해, 올해 특목고로 전환됐다. 한신 교무부장은 “특목고로 바뀐 이후 교육부의 지원이 늘어났다”고 했다.

    현재 전교생은 92명이다. 한 교무부장은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교사나 코치들이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업은 크게 둘로 나뉜다. 교과 수업과 골프 수업이 그것이다. 국·영·수·사·과 등을 배우는 교과 수업은 학년별로 받는다. 골프 수업은 무학년제다. 실력에 따라 실습을 달리한다. 수업 비중도 크다. 5일 기준 총 17시간을 배정했다. 매주 월·수·금 오전엔 전교생이 팀을 꾸려 라운딩을 한다. 방과 후 활동도 골프 실습 위주다.

    교육 수준도 높다. 지도는 한국프로골프협회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성된 8명의 감독·코치가 맡는다. 멘털 트레이닝과 피트니스 훈련도 진행한다. 한 교무부장은 “골프는 ‘멘털 게임’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있다. 1년가량 해보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피트니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골프 근육’을 꾸준히 키워 실력을 좀 더 향상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학생들의 진로는 프로골퍼나 지도자, 캐디 등이 대표적이다. 골프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 대학 진학은 경희대·한국체대 관련 학과나 각 학교 사회체육학과에 입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함평 골프고는 2018년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부지가 넓은 인근 고교(학다리고)로 이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골프장을 세울 계획이다. 18홀 규모에 클럽하우스까지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350억원을 투자한다.

    신 교무부장은 “함평 골프고는 아카데미가 아니라 학교다”라며 “학생들에게 수업과 인성 교육을 진행해 지성을 갖추게 하고, 최고 수준의 환경을 제공해 실력까지 겸비한 선수로 키우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진로 폭 넓은 한국마사고… 대입 준비는 물론 말 관련 직종 진출도 가능해

    전북 장수에 있는 한국마사고는 승마 특성화고다. 2003년 개교했다. 송석형 학생부장은 “기수(騎手), 승마 선수 양성이 주 목표다. 마필관리사·장제사(말에 편자를 대는 사람) 등의 직종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과 체제다. 기수과와 승마과로 나뉜다. 각각 정원은 20명씩. 1학년은 공통 과정이다. 일반 교과와 승마·말 관리 등을 수학한다. 교육 과정은 2학년 때부터 갈린다. 기수과에선 말 관련 직종을 갖기 위한 진로집중과정을 운영한다. 승마와 말 관리, 말의 보건관리, 장제, 재활승마 등을 익힌다. 승마 관련 수업은 하루 7교시 중 3교시를 할애한다. 승마과는 1학년 공통 과정과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승마와 말 관리 수업 시간은 하루 2시간쯤 된다.

    송 학생부장은 “승마과의 수업 비중이 일반 교과 과목에 쏠려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상 해당 학과에선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더 많다”고 했다.

    기수과에선 역시 진로를 기수로 정한 학생이 많다. 송 학생부장은 “기수를 하기 위해선 키가 좀 작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적합하다”며 “기수과엔 이러한 신체조건을 갖춘 학생들이 여럿 있는 편이다”라고 했다. 유명 기수도 많다. 2016년 3월 현재 통산 전적 10위인 조인권 기수와 53위인 이현종 기수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송 학생부장은 “한국마사고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진로의 폭이 더 넓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수도 있고, 앞으로 유망한 말 관련 직종을 갖기 위한 공부와 실습도 할 수 있다. 고교 3년 내내 말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인성 교육 효과가 크다는 이점도 있다.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