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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경제학과 1학년 홍다혜(19)씨는 현재 전공과 거리가 먼 낯선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강의명은 ‘컴퓨터프로그래밍Ⅰ’. 공학도들이 배우는 소프트웨어(SW) 관련 과목이다. 그는 “2016학번 전원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강의”라고 했다.
홍씨는 이번 1학기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기초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와 기초 교육용 프로그램인 '엔트리'를 활용해 SW의 기본을 익힌다. 2학기에는 개발자 언어의 일종인 ‘파이선’을 배우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데이터 조직화 등을 학습할 예정이다. 그는 “1학년을 마칠 때쯤 간단한 게임이나 채팅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준까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1년의 경험이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이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 대상 SW 교육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컴퓨팅 사고, 코딩(프로그래밍) 등 관련 과목을 잇달아 개설해 이들의 ‘SW 입문(入門)’을 돕고 있다.
류기열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소프트웨어학과장)는 “현재 전 세계 산업계의 흐름이 SW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도 기본적으로 SW 소양을 쌓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SW 관련 과목을 ‘신입생 기초 교양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대학도 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SW 과목을 전교생이 수강토록 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북대, 아주대, 가천대, 세종대, 건국대 등 8개교는 이번 새 학기부터 SW 기초 교육 과목을 교양 필수로 확정했다. 아주대는 SW와 전공 교과를 접목한 강의도 전공 필수로 추가 지정해 중요성을 좀 더 강조하기도 했다.
유홍준 성균관대 학부학장(사회학과 교수)는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SW 소양을 갖춘다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인 융합형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은 점점 중요해지는 SW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학이 인문·사회·예체능계 SW 교육에 앞장선 또 다른 이유는, 해당 계열의 취업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인문계열 전공자 취업률은 57.3%. 사회계열과 예체능 계열도 각각 63.9%, 59.6%에 머물렀다. 공학계열 취업률은 73.1%에 이른다. 현재 해당 계열 전공자들의 취업 전망이 공학계열 졸업자들보다 밝지 않은 셈이다.
이들의 ‘내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4년제 대학 사회계열 대졸자는 84만여명. 하지만 관련 계열 구인(求人) 수요는 62만3000여명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21만7000여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는 인문계열 학생 10만1000여명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졸업자는 앞으로 10년간 75만4000여명이 나오는데, 구인 수요는 96만9000여명에 이른다.
류기열 교수는 “취업난 극복을 위해선 인문·사회·예체능 전공자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데, SW 교육은 이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해당 전공자들은 앞으로 진로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젠 영어만큼이나 SW 교육도 중요해졌다”며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계열에 상관없이 SW 소양을 키우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조선에듀] “‘문송’합니다”는 이제 그만… 문과생에 SW 교육하는 대학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