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대교협 대입상담센터] 합·불 사례 50만 건으로 유·불리 진단… 사교육 배치표 사라지나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3.14 17:30
  • 왼쪽부터 김영심 대교협 대입상담센터장, 장창곡 대입상담교사단 대표강사(인천 계산고 교사)
    ▲ 왼쪽부터 김영심 대교협 대입상담센터장, 장창곡 대입상담교사단 대표강사(인천 계산고 교사)

    ['공교육 대입 상담 창구' 김영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장, 장창곡 대입상담교사단 대표강사 인터뷰]


    “3년 전 봄, 한 어머니가 너무 답답하다면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고 3인 아들이 시를 잘 써서 받은 ‘대한민국 인재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었어요. 대학교와 교육청, 교육부에 전화를 해봐도 명확하게 답변해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절박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었어요. 아이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판정을 받아 내신 등 학생부가 뛰어나지 않았는데, 시·문학 등 예술 분야에서 영재성을 띠고 있던 거죠. 내용을 듣고 난 뒤 제가 ‘대통령상은 대외수상이라 기록할 수 없지만, 수학·과학·외국어 관련 수상이 아니니 자기소개서 기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자 갑자기 어머니가 통곡을 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하다'면서요. 그게 4월이었는데, 이듬해 대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학 상담을 했으니 1년 정도 지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 학생이요? 그해 수도권 국어국문과에 합격해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연세대 2차에서는 아깝게 떨어졌어요.”

    장창곡 인천 계산고 교사는 10년 넘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으로 활동해 온 진로·진학 상담 전문가다. 교편을 잡은 지 3년 만인 2002년부터 줄곧 고3 진학담당교사로 재직한 경력을 인정받아 10여 년 전 관할 교육청 장학사 추천으로 대입상담교사단에 위촉돼 활동 중이다.

    대입상담교사단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교사·상담전문위원 250여명으로 구성됐다.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학부모·학생 대상 진학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대입 상담 전문가의 실시간 상담 창구 마련으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개설됐다. 교사단 모두가 진학 지도 경력 10년 이상의 선 굵은 진로진학상담교사, 진학부장, 고3 담당 교사 출신이다.

    상담은 전화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전화 상담(1600-1615)은 3월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고 있다. 입시철인 8~12월에는 밤 10시까지 상담이 이뤄진다. 입시 비수기라 할 수 있는 요즘에도 상담 전화가 하루 최대 50건씩 걸려온다. 장창곡 교사는 “수시 원서 접수를 바로 앞둔 8월에는 전화 상담이 300~400건에 달하기도 한다”고 했다.

    온라인 상담은 24시간이다. 대입상담센터 홈페이지(http://univ.kcue.or.kr/)에 접속해 게시판에 하루에 한 건까지 상담글을 올릴 수 있다. 상담자 실명을 제외한 상담 내용과 교사 답변은 모두 공개된다. △질문 유형 △고교 유형 △계열 △희망 대학·학과 등도 그대로 보여진다. 상담 내용이 일정한 유형을 띠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상담 내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김영심 대입상담센터장은 “다른 사람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어 상담 사례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상담자 이름은 무기명 처리하며, 소속 고교명도 원하지 않으면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입상담교사단이 8년째 공교육 대입 상담창구로 활약해 올 수 있었던 건 교사단의 경험과 노력 덕분이지만, ‘전년도 합불 사례’를 기반으로 하는 ‘대입상담프로그램’의 공도 크다.

    대입상담프로그램은 5년 전 대교협이 개발해 배포한 진학 상담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내신·모의고사 성적 등을 관리하는 기능 외에 비교과 내용, 해당년도 전형 정보 조회 및 대학별 점수 산출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약 1500개 고교에서 활용되고 있다. 1000여개 협력 고교와 대교협이 모은 전년도 합·불 사례 40만~50만 건을 토대로 정확한 상담이 이뤄진다.

    무엇보다 ‘전년도 실제 합격·불합격한 학생 사례’를 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설 입시업체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다. 수험생들은 대학별 내신, 수능 점수를 산출해 지원하고자 하는 모집단위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지원할 수 있다. 장창곡 교사는 “대입상담프로그램은 작년 입시결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자료다. 지난해 데이터와 비교해 ‘지난해라면 어땠을까’라는 진단을 내려주는 참고 자료라 할 수 있다. 올해 예측이 아니다”라며 “작년 입결과 비교해 올해 달라질 경쟁률 등을 반드시 감안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대학·전형 정보, 학습진단 서비스 등이 탑재된 대입정보포털 ‘어디가(http://www.adiga.kr/)’가 개통되면, 대입상담교사단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대입 상담 창구가 활성화되면서 사교육으로 향하던 수험생·학부모 발걸음도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심 센터장은 “대교협은 대입전형 기본사항, 대입전형 시행계획, 대학별 전형계획 등 대입에 대한 정보가 수합되는 기관이다. 시기별 기준이 되는 대입자료를 가장 먼저 신속하고 정확히 전달한다. 진학을 위해서라면 대교협 대입상담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대학에서도 전년도 자료에 근거해 심층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대교협의 전화·온라인 상담을 통해 일차적으로 상담을 받고 여러 대학 상담을 받은 후 지원 대학이 결정되면 전화나 방문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역 대학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각 시도교육청 진로진학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사교육 업체의 상담 서비스에 기대지 않고도 수험생과 학부모가 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학 진학 상담이 교육당국과 고교 현장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창곡 교사도 “대입상담센터의 활성화를 통해 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사교육 업체의 경우 대교협 자료를 가공해 전략을 세우고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요. 모의지원의 경우도 (모의지원에) 지원한 아이들 사이에서만 등수를 매기는 건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죠. 대입상담교사단을 포함한 공교육 교사들은 ‘팩트(Fact)’에 기반을 둔 믿을 수 있는 정보만 제공합니다. 협력교에서 받아 구축한 대입상담프로그램으로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거든요. 대부분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교사들이 저처럼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입니다. 책임감 없는 말은 하지 않아요. 공교육 교사들이 제시하는 정직한 상담을 통해 더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을 만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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