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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딸을 판매합니다. 본 상품은 처음에는 순하고 착하여 잘 키워보려고 제작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성질이 더러워집니다. 하라는 짓은 절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합니다. 툴툴거리고 말대꾸를 잘하며 대들 때는 어느 맹수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죠. 일상이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으시다면 이 상품의 구매를 추천합니다. 스트레스와 바이러스를 팍팍 뿌려주니 심심할 겨를이 없습니다!”
최근 부모와 교사들의 SNS에 번지고 있는 글인데, 웃자고 쓴 글이 십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안 그럴까. 그토록 사랑스럽던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춘기는 왜 오는 것일까? 정답은 뇌와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 신경심리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십대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가 발달하고, 감정 기복을 줄여주는 세로토닌이 40%나 감소해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또한 청소년들은 공포와 분노를 관장하는 편도체의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함으로써 상대의 아무것도 아닌 표정과 말에도 “왜 화를 내세요?”라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십대들을 훈계하기란 그야말로 어려운 미션이다. 꾹 참다가 겨우 잔소리 한 마디 했는데 아이의 반응은 격렬하니 말다툼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극도로 혐오하는 십대를 위해서는 잔소리의 품격을 높인 성품훈계가 절실하다.
성품훈계란 “자녀가 좋은 성품으로 성장하도록 부모와 교사가 좋은 성품으로 가르치고 수정하고 훈련시키는 것”(이영숙, 2005)이다. 아이들의 생각, 감정,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훈계 방법인데, 성품훈계를 이끄는 전략이 있다.
첫째, 질문법을 사용한다. “이번 시험공부 시작했어, 안 했어? 이번 시험만큼은 잘 보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런 식의 대화는 부모님이 이미 정한 답을 자녀가 대답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이런 유도식 질문은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어떻게’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좋다.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니?”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둘째, 유머를 사용한다. 청소년들은 유머를 좋아한다. 부모들은 대화를 시작할 때 자녀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머를 사용하면 좋다.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엄마는 너를 대할 때 유머를 사용할 정도로 여유가 있고 편안하단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색하게 여기더라도 점점 부모의 유머에 익숙해지고, 여유있는 부모의 태도가 십대 자녀의 분노를 누그러뜨린다.
셋째, ‘부모의 감정’을 표현한다. “해라” 또는 “하지 마라”는 말에는 상대방의 생각, 감정, 행동을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십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 주려면 부모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면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아빠는 네가 그 가수를 왜 좋아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단지 시험을 앞두고 콘서트에 간다고 하니까, 네가 세운 공부 계획이 혹시 흐트러질까 봐 걱정이 되는구나”라는 식으로 부드럽게 부모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 이런 훈계 방법은 아이들에게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를 줌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따르는 것과 부모님의 말을 따르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유익한지를 선택하게 해준다.
이처럼 자녀의 생각, 감정, 행동을 변화시키는 품격있는 훈계는 부모의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된다. 좋은 성품을 담은 한 마디는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사춘기 자녀들과의 대화를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좋은 인성을 키우는 이영숙 박사의 부모성품코칭] 사춘기 자녀를 움직이는 잔소리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