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연계 논술,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1.25 10:22
  • ‘나도 수험생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대학입시를 시작하는 시점은 학생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고2 겨울방학을 시작하는 시점일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남은 1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목표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지 여러 입시설명회나 입시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내신이나 여러 스펙을 쌓아둔 학생들이라면 여러 가지 전형을 고려할 수 있고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겠지만 자신의 내신 성적이 목표하는 대학의 ‘학생부 위주 전형’에 지원하기에는 미흡한 경우 남는 전형은 논술전형과 정시전형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에 올 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과정은 두 가지 이유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논술전형의 경우 대부분 최저학력 기준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수능도 열심히 해야 되고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탈락하는 학생들을 감안해도 20대 1 정도의 실질경쟁률을 고려하다 보면, 논술성적으로 5%이내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고 그냥 수능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입시정보를 대형 재수 종합반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나 유명 단과학원들의 설명회를 통해 듣게 되는데 이러한 설명회는 학원의 입장에서 수익성이 큰 수능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움말= 이창환 이슈& 논술 자연계 강사. 다솔학원 원장)

    # 수능에 올 인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논술시험이 어떻게 출제되고 있고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서 선발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최근 논술 출제 경향을 보면 자연계의 경우 논술은 엄밀히 말하면 논술이라기보다는 과거의 본고사 형태에 가깝다. 수능과는 다른 형태의 시험이라는 의미이다. 모든 시험이 그렇듯 논술도 출제 범위나 유형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논술은 시험도 어렵고 체계적으로 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수능준비가 더 쉽다고 생각하면서 논술준비는 뒷전으로 미뤄두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가 9월쯤 수시 원서를 쓸 때 자신의 수능점수로는 목표대학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논술전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논술전형에서 높은 경쟁률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논술을 시험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지원하는 학생은 지원자 중에 극히 일부이다. 결과적으로 수능에 올인 하겠다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논술전형에 대부분 응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런 경우에 논술전형도 정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학생이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 자연계 논술은 어떻게 출제되고 있는가

    최근에 대부분의 대학에서 출제되는 자연계 논술은 교육부와 교육관련 단체들의 지속적인 비판을 반영하여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논술공부가 수능을 준비하며 같이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리논술의 경우 주관식 서술형이라는 것만 다를 뿐 상당수의 문제는 수능문제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다. 과학논술도 과목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자신이 공부하는 수능과목을 주관식 서술형이나 주관식 풀이형으로 조금만 준비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서를 참고하여 출제되다 보니 자주 출제되는 부분이나 문제들은 중복출제 되고 있어 논술도 수능처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양대에서 2013학년도 입시결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논술전형의 합격자 평균은 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50점에서 70점 사이이다. 우선선발이 포함되었다는 점과 한양대의 경우 수리논술만 실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논술전형에서 자연계 커트라인은 50점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객관식이나 단답형의 답을 내는 공부에 익숙하다 보니 어렵지 않은 문제도 접근을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논술의 경우 출제자의 의도가 있고 그것에 맞춰 채점기준표가 작성되는데 논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은 설사 답이 맞더라도 의도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마인드를 바꾸면 논술이 보인다.

    모든 시험은 시험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맞게 출제된다. 최초 자연계 논술의 목적은 지식을 테스트하기 보다는 학습능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본고사 논란과 교과 외 출제라는 논란을 격기도 했지만 수시 논술이 7년 이상 실시되면서 자연계 논술도 어느 정도 정형화 되었다. 지금의 자연계논술은 약간의 교과 심화와 교과내용의 서술형 또는 풀이형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의 성격이 어느 정도 확실해진 이상 그것에 맞춰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수능공부 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논술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논술은 만점을 맞는 시험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논술문제는 보통 2개 내지 3개의 세트 문제로 하나의 세트는 보통 3, 4 문제의 소논제로 출제되고 있다. 소논제 중 1, 2 번 문제는 고등학교 과정을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라면 다시 말해, 수능 3등급 이상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수능 공부를 하면서 논술에 맞는 접근 방법과 서술방법만 추가로 공부한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준비가 된 학생들이라면 조금 난이도가 있는 3,4번 문제도 어느 정도까지는 접근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수능 공부에 논술을 조금만 접목시키면 충분히 50점 이상 맞는 것이 가능하고 합격커트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 논술공부는 어느 정도 해야 하는가?

    논술전형을 응시할 학생이라면 논술공부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논술을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수능공부 할 시간도 없는데 논술 공부는 언제 하냐’ 라는 것이다. 논술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단계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기는 하지만 최저학력기준만 맞춘다면 수능 점수는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논술전형에서는 학생부 점수가 반영되기는 하지만 실질 반영 비율이 낮기 때문에 결국논술점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논술전형이 하나의 입시전형이고 그 전형에서 합격을 원한다면 거기에 합당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된다. 가장 이상적인 시간은 고3 학생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3시간에서 5시간 정도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한 학교의 기출문제를 풀이하고 첨삭을 받고 다시 작성해 보는 정도의 시간이다. 사실 이러한 학습이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방과 후 학교 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통해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과 내신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나 사교육비를 합한다면 이 정도의 시간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중상위권 대학들의 선발 인원이 정시나 논술전형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떤 선택이 옳은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