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재수학원 등록률, 전년 대비 70%로 저조… 송파·노량진·지방권 급감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1.12 16:53

  • [재수학원 양극화]
    일부 대형업체만 안정세… "중소형·지방은 정원 절반도 못 채워"


    수시모집 확대와 어려워진 수능으로 인한 재수 심리 위축 등으로 현재 재수학원 등록률이 전년 대비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성·청솔 등 일부 대형업체들은 재수선행반 모집에서 지난해 수준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취재 결과 주요 대형 재수학원들 중에서도 지난해보다 훨씬 저조한 등록률을 보이는 곳이 있었다. 지점별 편차도 컸다. 강남권은 등록률이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높았고 송파와 노량진, 지방권은 지난해보다 저조했다.

    ◇5대 대형 재수학원 중 대성·청솔 등 일부만 ‘선방’… 나머지는 ‘주춤’ 혹은 ‘부진’

    재수학원들 중 대형업체로 꼽히는 다섯 곳 가운데, 현재까지 재수선행반 모집에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나은 수준을 보여 ‘선방’했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대성학원과 이투스의 청솔학원과 하이퍼학원 등이다. 대성학원의 경우 9일 기준 강남대성이 재수선행반 등록자 수 1967명으로 지난해 1955명보다 소폭 늘었고, 나머지는 비슷했다. 부산의 경우도 지난해 대비 112%가량 수강생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수선행반 전체로 따지면 지난해 3211명에서 올해 3225명으로, 재수학원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투스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청솔학원 재수선행반 전체 등록률이 전년보다 15%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최상위권 재수생 대상 종합학원인 강남하이퍼학원도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강남하이퍼학원장)은 “올해의 경우 청솔과 대성 등 일부 대형업체만 등록 상황이 좋은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강남과 강북 차이가 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1개 지점 중 서초의 수강생 수가 전년 대비 63.2% 늘었다. 반면 강북권 세 곳은 7.6%가량 떨어지는 등 편차가 있다”며 “강남권 학생들은 상향 지원이 많아 재수를 할지, 대학에 갈지를 빠르게 결정한 편이고, 강북은 주로 안정·하향지원한 학생이 많아 끝까지 정시 결과를 기다리느라 움직임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이 지난 10일 합산한 전년 대비 재수선행반 전체 등록률은 117.9%다.

    지점 간 차이는 다른 학원에도 있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A학원의 경우 송파와 노량진, 광주 지점 등이 지난해보다 다소 저조한 것으로 안다. 노량진의 경우 12월에 선행반 모집이 끝났어야 했는데, 1월에 2차 개강을 했다. 이는 대형학원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 이 학원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재수학원 등록률이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5개 대형 재수학원 가운데 현재까지 수강생 등록 현황이 가장 저조하다고 알려진 곳은 B학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학원은 강남 쪽도 30% 가까이 수강생 수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량진은 20~30% 감소했고, 서초는 지난해와 비슷하다. 올해 가장 ‘피 본 곳’이 B학원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B학원 평촌의 경우 등록률이 전년 대비 50% 수준”이라며 “전체 캠퍼스로는 70~8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고 전했다. B학원 관계자에게 전년 대비 재수선행반 수강생 등록 현황을 묻자 “자세한 수치는 밝힐 수 없다. 지난해와 비슷하다. 아직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전체 재수학원 등록률 지난해보다 20~30% 하락… “대형·강남 학원 인원 차야 중소형·지방 학원들 메워진다"

    중소형 업체나 지방 소재 재수학원들은 수강 인원의 절반도 못 채우는 등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대형업체들의 지방 캠퍼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광주에 있는 대성학원 재수선행반은 그 지역에서 가장 등록률이 높다. 그런데도 수강생 수는 지난해보다 약간 줄었다”며 “광주 등 지역 학원들이 모두 전년 대비 7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20~30%가량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수능 응시자 수 감소와 어려운 수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영덕 소장은 “2016학년도 수능 응시자 수가 9500명 정도 줄었고, 수능까지 어려워 미리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 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2015학년도에는 수능이 쉬웠기 때문에 정시 발표를 기다릴 것도 없이 다시 한 번 수능을 보려는 학생이 많았지만, 올해는 변별력을 확보한 수능 탓에 마지막 합격자 발표까지 기다리는 추세라 선행반 등록률이 저조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 입시업체 대표는 “4~5개 메이저급 학원 아니고서야 인원의 절반 이하도 못 채우는 상황으로, 재수선행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중소형 업체도 있다”며 “메이저 재수학원의 지방 캠퍼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서 강남하이퍼학원장은 “전체 시장이 안 좋다. 지난해보다 10~15% 정도 줄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수능 변별력 등을 따졌을 때 전제적으로 선방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시모집 추가 합격자 발표와 추가 등록이 진행되는 2월까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강남과 교대 부근의 주요 재수학원들의 경우 브랜드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린다. 강남권 고3 수험생 중 재수 비율이 70~8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강남 학원 등록률이 높은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강남의 메이저급 학원 수강생이 차야 강북과 지방 학원 순서로 수강 신청이 이어지므로, 2차 추가 합격자가 발표되는 2월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시 확대·쉬운 수능·EBS 교재 연계·수험생 성향 등으로 독학재수반 인기 ↑

    반면 지난해에 이어 독학재수반 인기는 여전하다. 수시 중심 체제와 쉬운 수능 기조·EBS 교재 연계율, 자유로운 분위기와 저렴한 수강료 등으로 독학재수반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220여만 명의 수험생이 가입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연일 “독학재수학원 마음 먹었어요” “독학재수 고민” “이과생 독학재수 커리큘럼 질문” 등의 글이 올라왔다.

    종로학원의 경우 지난 8일 기준 독학재수반 등록자 수가 40명을 넘어섰다. 개강이 2월 중순 이후이고, 아직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임성호 대표는 “수시 비중이 늘면서 혼자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쉬운 수능 기조와 EBS 교재 연계 등도 독학을 가능케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섭 받기 싫어하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학습하려는 학생들 성향과 재수선행반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도 독학재수반 흥행에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학재수반이 흥할수록 재수선행반이나 종합·정규반은 위축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임 대표는 “독학재수반 중에서도 대형업체 몇 곳만 흥할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은 보통 책임감이 있는 브랜드를 지닌 곳, 모의고사 등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워주면서 자체 시스템으로 상담도 가능한 곳, 논술 강의나 수시 진학지도 등도 가능한 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환경은 주로 대형업체들이 갖추고 있는데, 대형업체의 경우에도 독학재수반이 흥할수록 재수종합반은 다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도의 한 재수학원 관계자도 “지난해 재수종합반을 독학재수반으로 변경해 운영할 만큼 독학재수반 수요가 많았는데 올해도 문의가 이어지는 편”이라며 “대형 재수학원의 경우도 올해 재수선행반·종합반보다 독학재수반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재형 인천스카이에듀 입시연구소장은 “독학재수반은 수강생들이 보통 2~3월에 들어오는데 벌써 등록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고등학교 때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어온 습관도 이유의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