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한국외대, 201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 출제의도 및 해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1.23 12:48
  •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1~22일 이틀에 걸쳐 201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논술전형 원서접수 결과 서울캠퍼스는 474명 모집에 2만655명이 지원해 4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글로벌캠퍼스는 90명 모집에 2만846명이 지원해 1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1일부터 양일간 치러진 논술고사에 1만4000여명이 응시했으며, 약 60%의 응시율을 기록했다.

    2016학년도 한국외대 논술고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술 출제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자 했다.

    첫째, 한국외대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이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과 논리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는 통합교과형 문제를 출제했다. 인문학적 요소와 사회과학적 요소의 접합이 한국외대 논술의 X축이라면 그에 조응하는 Y축이라 할 수 있는 한국외대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3개의 키워드 ‘국제, 문화, 언어’를 제시문과 자료에서 충분히 드러나도록 했다. 이번 논술에서도 기존의 출제 경향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문학, 철학, 자연과학,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제시문과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출제 영역의 학문적 균형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둘째, 제시문의 일부를 EBS 수능 교재에서 출제했다.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평이한 수준의 지문을 제시해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고 공교육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했다.

    논술고사에 활용된 국문과 영문 자료는 독립된 저작물에서 추출하기보다는 원저에서 관련 내용을 추출한 다음 이를 출제의도에 맞게 가공해 사용했다. 국문 자료는 박지원의 ‘허생전’과 같은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한 다양한 간행물 가운데 필요한 내용을 추출해 그대로 사용하거나 이해하기 쉽도록 윤문해 사용했다.

    문제는 4개가 출제되는데 PartⅠ과 PartⅡ로 이루어진다. PartⅠ은 2~3개의 제시문(영문자료 1개 포함)으로 구성되며, 문제1과 문제2가 주어진다. 문제1은 요지를 서술하는 문항으로서, 요약능력을 측정하려는 것이며, 문제2는 자료에 제시된 특정한 논점을 기반으로 다른 자료의 문제점을 논하는 것으로서 비판적 논술 능력을 측정하려는 것이다. Part Ⅱ는 3개의 제시문(자료)으로 구성되며, 문제3과 문제4가 주어진다. 문제3에서는 서로 이질적인 자료를 특정한 논점을 바탕으로 비교·분석하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고, 문제4에서는 제시된 몇 개의 자료들을 기반으로 예상 가능한 결과 및 해석을 유추해내는 종합적인 적용과 추론 능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 제시 능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논술고사에 활용된 국문 및 영문 <자료>의 출처와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21일 오전 (서양어대학/동양어대학)

    - 자료 출처
    <제시문 1>
      (가) R. Dawkins, The Selfish Gene
      (나) 아담 스미스, 『국부론』(오영수 외,『고등학교 경제』, 교학사, 2012, p. 28; 박효종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학사, 2012, p. 251.)
    <제시문 2> 조지 오웰, 『동물농장』(정재찬 외, 『고등학교 문학II』, 천재, 2011, p. 303.)
    <제시문 3> 조성민 외,『고등학교 도덕』, 비상교육, 2014, pp. 64-65.
    <제시문 4>
      (가) 최병모 외,『고등학교 사회』, 미래앤, 2014, p. 188. 
      (나)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다) 허균, 『유재론』(EBS, 『EBS 7030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국어B형』, 2015, 2회)
    <자료>
      [표] 2013년 주요 국가별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현황 (OECD 자료)
      [그림 1] 수원국별 ODA 수혜총액 (세계은행 자료)
      [그림 2] ODA 수원국별 GDP 성장률 (세계은행 자료)
      [그림 3] ODA 수원국별 초등학교 이수율 (세계은행 자료)

    - 각 자료 요지
    <제시문 1>
      (가) [우리말 번역]
       자연 선택은 종 사이에서 이뤄지는 선택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종의 이익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생물 개체를 기대해도 좋다. 그들은 개체 수 과잉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출생률을 제한할 수 있고, 또는 종의 미래 먹잇감을 보존하기 위해 사냥 행동을 자제할 수도 있다. (중략)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주장하는 대로 자연 선택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할 동족을 먹이고 보호함으로써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생물 개체들을 발견한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이와 같은 혈연 이타주의는 유전자 이기주의가 개체 이타주의로 스스로 모습을 바꾸는 단 한 가지 방식이다.
      (나) 개인이 공익을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경우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과정에서 공익이 증진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2>의 요지는, 돼지들의 대변인인 스퀄러가 이기적이고 불평등한 것으로 의심되는 우유와 사과를 독차지하기 위한 돼지들의 행동을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 행동이라고 정당화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제시문 3>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평균적 정의와, 이익과 부담을 합리적인 특정 기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취급한다는 배분적 정의에 관한 개념을 담고 있다. 
    <제시문 4>의 (가),(나),(다)는 정의 실현 원리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들이다. (가)의 일수벌금제는 범죄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벌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재화가 능력에 따라 차등 분배되는 배분적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나)는 누구도 불공정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모든 사람들의 능력을 철두철미하게 평준화시킨다는 평균적 정의가 적용된 사례이다. 한편 (다)는 재능의 유무에 따라 배분적 정의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지만, 임금이 인재 등용의 기회를 신분에 관계없이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평균적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자료>
      [표]는 OECD 자료를 통해서 2013년 주요 국가별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현황을 공여액과 국민총소득 대비 원조 비율로 보여준다.
      [그림 1], [그림2], [그림3]은 세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ODA 수원국의 수혜총액, GDP 성장률, 초등학교 이수율을 각각 나타낸다.

    ② 21일 오후 (인문과학계열/통번역대학/경상대학)

    - 자료 출처
    <제시문 1> Karen Reivich and Andrew Shatte, The Resilience Factor (EBS 수능특강 영어)
    <제시문 2> 전광용, 『꺼삐딴 리』, (문학 I, 미래엔 출판사)
    <제시문 3>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고등국어·상, 비상교육)
    <제시문 4> William Labov(2006) 'Social Stratification of  (r) in New York Department Stores', The Social Stratification of English in New York  City, 2nd edition, Lond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제시문 5> 조은(2012) 『사당동 더하기 25』, 또 하나의 문화
    <자료> 통계청(2015) 2015 고령자 통계, 서울연구원(2014),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3) 노인빈곤율 완화를 위한 노인복지지출과 정책과제

    - 각 자료 요지
    <제시문 1>은 사람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인 죄책감에 주목하고, 죄책감의 순기능적인 역할로서 죄책감을 유발하는 행동을 중단하게 하는 것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점을 제시했다. 
     
    <제시문 2>에서 주인공인 이인국 박사는 시대에 따라 일제, 소련, 미국 등으로 변하는 강자들에 아첨해 생활을 영위하는데, 기회주의적인 자신의 처세법이 성공적임에 만족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제시문 3>에서 화자는 조국의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일본에서 학업을 하고 시를 쓰는 자신의 모습에서 죄의식을 느끼고, 소극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고 있다.

    <제시문 4>는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방법인 양적 연구방법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양적 연구방법은 과학적, 객관적 연구를 지향하며, 자료들을 계량화해 엄밀한 분석 과정을 거친 뒤 가설을 검증하고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시문 5>는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연구방법인 질적 연구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질적 연구방법은 사례 연구 중심이며 현장 연구를 지향한다. 연구자가 연구대상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참여관찰이나 구술생애사 인터뷰 같은 방법을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를 기술하고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료>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과 복지의 문제를 다룬다. 양적 연구방법의 관점에서 그림과 표를 종합적으로 읽고 해석하면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노인 빈곤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으며 노인 복지 문제 해결방안도 추론할 수 있다.

    ③ 22일 오전 (상경대학/경영대학/사범대학/국제학부/LD학부/LT학부)

    - 자료 출처
    <제시문 1> 박지원, 『허생전』(정재찬 외, 『고등학교 문학I』, 천재, 2011, p.266.)
    <제시문 2>
      (가) 오영수 외, 『고등학교 경제』, 교학사, 2012, pp. 48-49.
      (나) B. Spolsky, Language Policy
    <제시문 3> 박범신, 『나마스테』(『EBS 인터넷수능 국어B형』EBS, 2015, p. 148; 정재찬 외, 『고등학교 문학II』, 천재출판사, 2011, p. 303. )
    <제시문 4> McKenzie, “Judgement Decision Making”,in K. Lamberts & R. L. Goldstone (Eds.), Handbook of Cognition
    <자료>
      [표] 한국의 고용 동향(통계청 2013년 자료)
      [그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조사(아산정책연구원 2013년 자료)

    -각 자료 요지
    <제시문 1>은 허생이 허술한 시장구조에서 수완을 발휘해 매점매석을 통해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2>
      (가)는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에 의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2> (나)는 국가가 언어동화정책을 통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에게 통합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나) [우리말 번역]
       라틴 아메리카의 언어 정책은 ‘이민자이건, 노예이건, 토착민족이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정복자의 언어를 강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동화주의자적 태도를 띤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 아메리카 정착민들은 토착적인 것은 무엇이 됐건 불순한 것으로 여기는 언어순수주의를 공유했다.
       언어의 유연성, 창의성, 사회성을 고려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 단일 언어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의 자의성이 고려돼야 함을 주장하는 가운데, 언어의 소통가능성이 언어공동체의 자연적인 합의를 통해 가능한 것임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의 언어 정책은 분명한 장점을 보장한다. 정부는 다양한 개인, 집단, 민족들로 구성된 사회에 공동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 간의 효과적 의사소통을 증진하고 국가를 발전적으로 선도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제시문 3>에는 동생이 멕시코 사람에게 살해당한 개인적 경험과, 가난한 자를 얕보는 태도로부터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국내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오빠’의 인종차별적 편견과, 이에 반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입장이 드러난다.

    <제시문 4>는 인지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논증적 사고과정에서 가설을 확증하려는 편향성에 따라 자료를 선택한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자료>
      [표]는 한국의 고용 동향에 관한 2013년 통계청 자료를 통해, 내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경제활동인구, 취업자수, 실업자수를 보여준다. 한편 <그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관한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 내용을 6개의 항목을 통해서 보여준다. 

    ④ 22일 오후 (영어대학/중국어대학/일본어대학/사회과학대학)

    - 자료 출처
    <제시문 1> 나희덕, 「俗離山에서」 (EBS 인터넷 수능 국어 B형)
    <제시문 2> 한병철, 『피로사회』에서 재구성 (EBS 수능완성 국어B형)
    <제시문 3> Orhan Pamuk, Speech of Nobel Prize Laureate in Literature, 2006
    <제시문 4> 강석기, ‘병원체에 대한 고찰,’ 동아사이언스, 2015년 6월 22일, pp.1~3
    <제시문 5> Benjamin Bergen(2012) Louder than Words. NY: Basic Books
    <자료>
      [그림1]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조사>
      [그림2] [CSR Monitor Vol. 2] 반기업 정서와 CSR 인식의 국제비교: 다양성과 유형별
      [그림3] [CSR Monitor Vol. 4-2] 반기업 정서의 결정요인: CSR과 정치변수의 영향, 동아시아연구원

    -각 자료 요지
    <제시문 1>은 발전과 성공, 더 높은 성취를 추구하는 수직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가치 속에서 생활해야 함을 드러낸다.

    <제시문 2>는 오늘날의 서구사회를 이끌고 있는 것은 긍정성의 패러다임이라고 진단하고, 그것의 과잉이 야기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제시문 3>은 집필(창조)은 외형적 결과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만의 공간에서 내면을 살피며 찾은 새로운 자신과 세계를 그려내는 것임을 보여준다.

    <제시문 4>는 미생물의 자극과 인체의 반응 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미생물뿐 만 아니라 미생물과 인체(숙주)의 상호작용도 인체(숙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시문 5>는 외부 사물의 자극과 인간 인지체계의 반응 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외부 사물의 자극뿐만 아니라 사물을 상상하는 것도 인지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