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 위기… ‘보육 대란’ 현실화되나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1.10 17:32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0원’
-학부모·어린이집 비상… 무상 보육 혜택받는 유치원은 입학 전쟁 예고

  •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무려 14곳이 2016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전국적인 ‘보육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곳은 대구·경북·울산 등 단 세 곳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382억원(6개월분)을 편성했다. 경북도교육청은 493억원(6개월분)을 반영했다. 울산시교육청은 348억원(9개월분)을 책정했다. 세 교육청 모두 현재 재원이 부족해, 일부만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4개 시·도교육청의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0원’이다. 10일 공개된 서울시교육청의 ‘2016년도 예산안’을 보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3807억원이 전액 미편성됐다. 같은 날 세종시교육청도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72억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교육청도 필요 재원인 5459억원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개 시·도교육청에 필요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약 1조9000억원이다.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해 편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교기본운영비, 환경개선사업비, 초등돌봄교실, 방과후 학교운영비 등 다른 주요 교육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누리과정이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국책사업이라는 점도 미편성 근거로 든다.

    하지만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시·도교육청의 의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 재원 조달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도록 이미 법에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규정한 ‘지방교육재정법 시행령 개정안’도 공포한 상황이다.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이 가시화되면서,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세 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박모(30)씨는 “만약 이대로 지원이 끊겨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아이가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라며 “갑자기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생기는 것도 여러모로 문제”라고 했다.

    현장에선 내년에 ‘유치원 입학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내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대구시교육청(6개월인 593억원만 편성)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전액 편성한 상황이다. 따라서 무상 보육 혜택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던 학부모들이 ‘갈아타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어린이집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산 지원 중단과 원아 유출이 동시에 이뤄지면, 결국 심각한 운영난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