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외고·국제고 자기소개서 작성의 함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10.13 09:44
  • 전국 31개 외국어고와 7개 국제고들의 2016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코앞이다. 이미 원서접수가 마무리되고 있는 강원외고를 시작으로 11월 5일에는 경기 지역 11개 학교들과, 11월 16일에는 서울 지역 7개 학교들의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영어 성적만, 그것도 절반은 절대평가제로만 내신 평가가 가능한 외고·국제고 입시의 최종 당락은 사실상 자소서와 면접 준비가 결정한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부산·경북·경남·충북·전북의 학교들은 지원자 전원에게, 경기·인천을 비롯한 기타 지역 학교들은 1단계 통과자들에게만 자소서를 제출받는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일지라도 1단계 합격자 발표 직후(1~2주 이내) 곧바로 자소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1단계 탈락을 확신하는(?) 지원자가 아니라면 자소서의 사전 준비는 기본이다. 때문에 대부분 특목고 수험생들에게 자소서를 준비하는 10월은 미래를 뒤바꾸는 ‘결정적 시기’일 수밖에 없다. 고입컨설팅 학원멘토가 올해 외고·국제고 지원자들의 자소서 작성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상당수 예비 수험생들이 자소서 작성에서 저지르고 있는 ‘결정적 실수’들이다.  

    예년 합격자 자소서 참고의 함정
    대부분 수험생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이 막막하다. 경험이 없을뿐더러 아무도 모범답안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예년 합격자들의 자소서다. 실제로 이 시기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자기소개서 잘쓴예’, ‘자기소개서 예시’ 등의 검색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처럼 예년 합격자의 행적을 좇는 과정에는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린다.

    첫 번째 함정은 합격자 자소서 내용 중 어느 부분이 우수했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합격자의 자소서라고 모든 부분이 완벽할 수는 없다. 해당 자소서의 장점만을 취해야 도움이 될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합격 자소서를 참조해 작성했다는 자소서 초안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그 단점만을 흉내 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2~3편의 극히 제한적인 자소서만 참조한 점, 불합격 자소서와 함께 비교해보지 않은 점 등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소서의 진짜 변별력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 한 상태에서의 합격 자소서 참조는 따라하기 쉬운 습관만 배우는 계기가 된다. 합격자의 자소서라 할지라도 ‘따라하기 쉬운 습관’은 대부분이 ‘나쁜 습관’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함정은 입시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무분별한 참조다. 특히, 내신 절대평가제가 첫 도입된 2015학년도 입시 이전의 합격자 자소서를 참조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당시에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자소서가 당락에 미쳤던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격자의 자소서라 할지라도 오래 전의 것이라면 현재 입시 기준에서는 ‘잘 못 쓴’ 자소서일 확률이 매우 높다. 가장 최근인 2015학년도 합격 자소서를 참조할 때에도 몇 가지 유의점은 있다. 지난해 합격 자소서와 불합격 자소서의 가장 큰 변별 지점은 자소서 작성의 기본 원칙을 얼마나 잘 지켰느냐였다. 당시 강화된 기재금지 사항과 감점 원칙에 적응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 역시 그 이전의 합격 자소서에 대한 잘못된 참조가 독으로 작용했다. 올해는 지난해 학습 효과로 인해 기본을 지키지 못한 자소서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기본을 지키되 소재의 변별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잘못된 초안의 함정
    자소서 초안은 특목고 합격의 골격이다. 아무리 살을 붙이며 고쳐 써봐도 잘못된 초안에서 합격 자소서가 나오긴 쉽지 않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더라도 초안이 탐탁지 않을 땐 과감하게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많은 예비 수험생들의 자소서 초안을 분석해 본 결과 회생불가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초안 내용 일부 또는 전체가 해당 학교 자소서 요구 항목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다. 자소서 각 항목을 대략적으로만 이해하고 개괄적으로 작성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자기주도학습’ 관련 항목 내에서도 학교에 따라 학습계획, 학습과정, 성취감을 느낀 경험, 위기극복 사례, 목표설정, 학습결과, 배우고 느낀 점 등 세부 요구사항에 다소 차이가 있거나 강조되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자기주도학습’이란 용어에만 집착해 작성할 경우 전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초안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두 번째 사례는 소재가 너무 평이한 경우였다. 선택 받기 위한 입시에서 차별화가 없다면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아무리 진정성 있는 활동이었더라도 누구나 작성 가능할 법한 ‘뻔한’ 내용을 소재로 잡았다면 출발 지점부터 다시 재고해야 한다. 그 밖에도 소재별 연관성이 떨어져 전체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경우, 소재와 상관없이 서술 방식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경우 등이 초안부터 다시 써야 할 대표적인 사례들로 꼽혔다. 고입 자소서는 분량이 많지 않은 만큼 입시에 임박해 다시 시작한다 해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자소서 작성이 가능하다. 초안을 위한 소재 선별과 기본 작성 방향 설정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