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역사교과서 국정화' 2017년 적용… 야권·교육계 반발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10.12 16:00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 교과서 저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에 앞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 교과서 저지를 위한 긴급대책회의에 앞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로써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1년 검정 교과서로 완전히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야권과 역사·교육계 등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했다. 황 장관은 “역사교과서 발행제체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내달 2일까지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시행할 예정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후에는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회를 구성하고, 2016년 11월까지 집필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집필이 완료된 교과서는 2016년 12월, 감수 및 현장 적합성 검토 등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교육부가 밝힌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취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역사교과서가 검정제 도입 이후 국민을 통합하고,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인식을 기르는 데 기여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이념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둘째,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구성되어 있지 못하며, 그 결과 검정제의 가장 큰 취지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집필진들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편향된 시각을 담거나 특정 이념에 따라 객관적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고 있고, 이 경우 여러 종(種)의 교과서가 보급된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편향된 시각에 따라 만들어진 1개의 교과서만 배우므로 검정제의 장점이라고 하는 다양성도 퇴색되고 있다.

    셋째, 그동안 각종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아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황 장관은 국정화 결정 이유에 대해 ”출판사와 집필진들이 만든 교과서의 잘못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하나하나 고치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집필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이 걱정하는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잡힌 역사 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를 검증된 사료에 따라 정확하게 기술하겠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하고 과학·문화·예술 각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공정하고 균형 있게 서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권과 역사학계, 교육계에서는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조사를 제안하며 국정화 고시 철회를 촉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검인정 한국사 문제점과 제도개선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대로 국정교과서 발행 형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낡은 이념공세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교육부가 끝내 이를 강행할 경우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진보 성향 단체들도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 정권을 미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연합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12일 오전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 역사 교과서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외국 언론 역시 친일-독재의 미화 내지 은폐가 국정제로 전환의 본질이라고 간파하고 있었다”며 “박 대통령이 공론을 무시하고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참여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한필협)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요구했다. 한필협은 11일 성명을 통해 “역사교육을 4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사관으로 쓰여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검정제도를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하나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수많은 사진집을 뒤지기도 했다”며 “같은 정부 하에서 엄격한 검정 절차를 거쳐 합격한 교과서를 폐기하고 국정화하려는 반교육적·근시안적 역사교육 정책을 폐기하라”고 했다.

    지난달 초 서울대 역사관련학과 교수들이 국정화 반대 서명을 낸 것에 이어 경상대 교수 67명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문을 냈다.